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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우는 삼성 vs 채우는 LG 상반된 전략 행보 눈길… 전략 지향점은 동일 '불확실한 미래 대비'

정호창 기자공개 2015-12-22 08:28:12

이 기사는 2015년 12월 21일 15: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자업을 중심으로 비슷한 사업군을 꾸려 경쟁하고 있는 삼성그룹과 LG그룹이 최근 엇갈린 전략적 행보를 나타내고 있어 주목된다.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의 실용주의 노선에 따라 사업 영역을 줄이고 조직을 슬림화하는데 초점을 맞춘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반면 LG그룹은 인수합병(M&A)과 대규모 투자에 적극 나서며 과거와 크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LG그룹 계열사인 LG화학은 조만간 동부팜한농 인수를 위한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거래규모가 5000억 원대 중반으로 LG그룹이 최근 5년간 단행한 M&A 중 최대 규모 딜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LG그룹은 이밖에도 LG하우시스를 통해 독일의 산업용 소재기업인 '호른슈크(Hornschuch Group)'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특유의 보수적인 기업 문화 때문에 과감하고 적극적인 행보가 강조되는 M&A 시장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 적이 별로 없는 LG그룹이 전과는 크게 달라진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크기변환_(주)LG 구본준 부회장 (신성장사업추진단장)
LG그룹의 변화는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단행된 정기인사를 통해 오너 일가인 구본준 부회장(사진 左)을 그룹의 지주회사인 ㈜LG의 신성장사업추진단장으로 선임해 LG그룹이 향후 신사업 육성을 위해 적극적인 투자와 M&A 활동에 나설 계획을 갖고 있음을 대내외에 확실히 각인시켰다.

이런 모습은 LG그룹의 전통의 맞수이자 국내 재계 서열 1위인 삼성그룹의 행보와 크게 비교돼 더 관심을 끌고 있다. 삼성그룹은 LG그룹과 반대로 계열사를 줄이고 사업영역을 축소하는 전략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이건희 회장이 와병에 들어간 후 삼성그룹의 경영을 총괄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가장 먼저 그룹의 전체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정비하는 일에 손을 뻗었다. 그 결과 지난해 말 삼성테크윈·삼성종합화학·삼성토탈·삼성탈레스 등 화학·방위산업 계열사를 한화그룹에 매각하는 '빅딜'이 단행됐다. 이어 지난 10월에는 삼성SDI 케미칼사업부와 삼성정밀화학·삼성BP화학 등을 롯데그룹에 넘기기로 결정됐다. 이로써 삼성그룹은 40년 이상 영위해 온 화학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이재용
이재용 부회장(사진 右)은 이에 그치지 않고 삼성그룹 내부에 대한 정비작업을 계속 추진 중이다. 수익성·성장성이 낮은 사업부나 실적에 보탬이 되지 않는 불필요한 조직·기구 등을 과감히 없애거나 외부에 매각하는 작업이 그룹의 전 계열사에서 이뤄지고 있다.

두 그룹이 서로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밑바탕에 깔린 배경이나 상황인식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재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글로벌 경기가 단기간에 개선될 가능성이 높지 않고, 미국 금리 인상 등으로 촉발될 금융시장의 변화 전망이 우리 경제에 불리하게 전개될 확률이 높다는 인식이 기저에 깔려 있다.

이 같은 미래 불확실성이 이건희 회장 시절 대형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그룹에는 조직 슬림화를 추진하게 만들고 있고, LG그룹에는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과 약점 강화에 발벗고 나서게 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은 조만간 닥칠지 모를 불황의 파고를 넘기 위해선 조직을 수익성과 효율성 중심으로 재편하고 최대한 현금을 확보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이며, 반대로 LG그룹은 과거처럼 보수적인 태도로 시장 변화를 관망하고 있다가는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적극적인 투자와 인수합병으로 약점을 보완하고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절박함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고 두 그룹의 최근 행보를 분석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두 그룹의 수뇌부들은 시장 변화와 전망에 대해 같은 판단을 내렸지만 그룹이 처한 상황이 달라 다른 해법을 내놓고 있는 것"이라며 "두 그룹 모두 향후 자동차 전장사업 등을 중심으로 B2B 사업을 대대적으로 강화하는 방향으로 경영전략을 설정해 그룹을 꾸려나갈 것이라는 점에선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삼성그룹이 이 부회장의 실용주의 노선에 따라 현재는 조직 슬림화에 초점을 두고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고 있지만 내부 정비가 일단락되는 대로 LG그룹와 유사하게 자동차 전장사업이나 B2B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M&A와 투자활동에 적극 나서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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