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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점 남긴' 박종규 KSS해운 고문의 경영철학 [thebell note]

김창경 기자공개 2016-02-18 08:19:11

이 기사는 2016년 02월 17일 10: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해운업 침체 장기화에 따른 해운사 유동성 위기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불황을 묵묵히 헤쳐나가고 있는 중견 기업이 있다. 가스, 화학제품 등 특수화물 운송을 주력으로 하는 KSS해운이 대표적이다.

KSS해운은 2007년 증시에 상장한 이후 단 한 차례도 적자를 본 적이 없다. 2015년에는 매출액 1435억 원, 영업이익 297억 원으로 2014년에 이어 사상 최대실적을 달성했다. 해운업 불황기에도 운송물량 확대를 위해 지난해 발주한 신규 선박만 5척이다. 올해 역시 신규 선박을 인도받을 계획이어서 작년보다 실적이 향상될 가능성이 크다.

안정적인 경영성과 외에도 임직원 중심의 기업으로 유명하다. KSS해운은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이익공유제를 사내 규정에 포함하기로 했다. 이익공유제는 기업이 영업활동으로 창출한 이익 일부를 주주 이외의 임직원들에게 나눠주는 제도다. 국내에서 주주제안 방식을 통해 이익공유제를 도입한 곳은 KSS해운이 처음이다.

실제로 임직원들은 이익공유제 효과를 보고 있다. KSS해운은 당기순이익에서 부동산 매각 등 주요 영업활동과 무관하게 발생한 손익을 제외한 금액(순영업이익)이 150억 원을 초과할 경우 월급의 250%를 성과급으로 지급한다. 10억 원이 증가할 때마다 10%의 성과급이 더해진다. 2014년 KSS해운의 순영업이익은 200억 원 수준이었다. 2015년에는 200억 원을 넘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고문으로 물러난 최대주주 박종규 전 회장의 경영방침과 일맥상통 한다. 박 고문은 고 이맹기 대한해운 회장과 함께 KSS해운을 설립할 당시 임직원 중심의 기업을 지향했다. 1995년 60세가 넘은 나이에 은퇴하면서 회사를 아들들에게 물려주지 않았다.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넘기고 자신의 지분을 출연해 우리사주조합을 만들었다. 작년 3분기 기준 우리사주조합의 지분율은 8.79%다. 우리사주조합은 배당금으로 KSS해운 주식을 지속해서 매입하고 있다.

또 박 고문은 KSS해운을 리베이트, 이중장부 등 비리 없는 회사로 만들길 희망했다. 박 고문의 경영철학은 '바른자본주의'로 알려져 있다. 우리사주조합이 발행한 '손해 봐도 차라리 원칙을 지킨다'라는 책에는 국세청에서 KSS해운 세무조사를 나왔다가 유학을 간 박 고문의 아들이 보낸 편지를 발견하고 돌아간 사건이 소개돼있다. 편지에는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해도 생활비가 부족하다며 100달러만 보내달라고 써 있었다. 아들에게 100달러도 보내주지 않는 사람이 회사 장부를 조작하기 어렵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 그가 최근 불미스러운 일에 휩싸였다. KSS해운은 박 고문 거주 목적의 부동산과 개인 승용차를 법인 자금으로 구입한 후 이를 업무와 관련된 비용으로 회계처리 해오다가 세무당국에 적발됐다. KSS해운은 국세청이 추징금을 부과하자 조세불복 절차를 진행해왔지만 최종 기각 결정을 받았다.

과거 KSS해운은 직원들에게 박 고문의 장기요양 및 건강회복 목적으로 해당 부동산을 취득했다는 점을 이메일을 통해 알렸다. 직원 입장에서는 자신이 속해있는 회사를 만들었던 창업자에게 그 정도 편의는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는 박 고문의 경영철학과 어울리지 않는다. 게다가 KSS해운으로부터 받는 배당금을 고려했을 때 생활자금이 부족할 리 없다. 박 고문이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은 알 수 없지만 그동안의 명성에 누가 되는 일인 만큼, 하루라도 빨리 명예를 되찾는 길이 무엇인지 회사와 최대주주 모두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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