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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전문은행' 한국에만 있는 이유 [thebell desk]

문병선 금융부장공개 2016-05-20 10:00:00

이 기사는 2016년 05월 19일 08: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동남아시아 한 국가에서 있었던 금융회사간 업무협약식에서 국내 금융회사 한 간부가 외국 은행 임원에게 '인터넷전문은행(Internet Primary Bank)'의 전망에 대해 사석에서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놀랍게도 의아하다는 반응 뿐이었다. 왜 그러냐고 묻자 말 뜻을 잘 못알아듣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프라이머리뱅크(Primary Bank)'는 '주거래은행'이라는 뜻인데 여기에 '인터넷(Internet)'이라는 단어가 앞에 붙자 언뜻 잘 이해를 못한 것이다.

1995년 설립된 미국 최초의 인터넷전문은행 시큐리티퍼스트네트워크뱅크(Security First Network Bank), 영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인터넷전문은행으로 국내에 알려진 에그뱅크(Egg Bank),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인터넷전문은행으로 국내에 소개되고 있는 독일의 피도르뱅크(Fidor Bank). 이 세 은행의 공통점이 있다. 모두 자국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 점이다.

국내에서는 지난해부터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용어는 매우 부적절한 말로 전문가들은 인식하고 있다. 모바일은행(Mobile Bank), 디지털은행(Digital Bank)이 요즘 세태에 더 어울리고 정책 목표에도 더 부합하는 용어다. 요즘 대부분의 핀테크 기술은 모바일네트워크망에서 구현되도록 하지 인터넷망에서만 구현되도록 만들지 않는다. 지난해 당국으로부터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 인가를 받아 설립 준비를 하고 있는 카카오뱅크(법인명 한국카카오)도 프리젠테이션(PPT)에서 카카오뱅크를 모바일뱅크로 소개하지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소개하지 않았다.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용어가 우리나라에서 처음 사용된 때는 2008년경으로 기억한다. 그 이전 인터넷뱅킹, 인터넷은행 등의 용어가 간혹 사용됐다. 오프라인 매장이 없는 '온라인 전용 은행 또는 손 안의 은행 지점' 정도의 의미였다. 이명박 정권 초기 인터넷증권사와 비슷한 개념의 인터넷은행을 만들자는 취지로 법률이 입안되고 비교적 활발하게 '인터넷전문은행' 연구용역이 발주됐으나 설립이 무산되면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가 갑작스럽게 지난해 재등장해 시사용어사전에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앉게 됐다.

국내 금융계가 얼마나 '관치'인 지 그 태생적·구조적 한계를 이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용어의 탄생 과정에서 엿보는 건 억지가 아니다.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용어를 금융위원회가 채택한 과정은 그리 감동적이지 않다. 길고 긴 토의와 논의 끝에 도입 방안을 입안하고 10~20년 이후의 은행시장 발전을 고려해 내놓은 안이 '인터넷전문은행'안이 아니다. 2008년 버전은 2015년 버전으로 재빠르게 수정돼 뚝딱 시장에 풀렸다. 전문가들은 금융위원회 주도로 모처에서 모여 토론하고 방안을 만들었다. 금융계 한 인사는 "진정한 의미의 디지털뱅크를 이해하고 있는 전문가는 단 한사람도 없었다"고 했다.

출범을 앞두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요즘 자주 나온다. 일각에선 '표류'하고 있다는 해석도 내놓는다. '뚝딱' 입안된 정책에 뿌리를 두고 있는 이 근거가 모호한 은행은 은산분리 규제 등 다앙한 장애물을 만나 갈팡질팡하기까지 한다. 미국·유럽·일본에서 성장한 진정한 인터넷전문은행처럼 우리나라의 인터넷전문은행이 비록 태생의 동기는 다르지만 고객에게 감동적 서비스를 줄 수 있을만큼 혁신적일지 점점 의문이 짙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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