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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 납품하는 팬코, 지분투자 유치 무산 한투파-송현과 거래가격 등 투자조건 불일치

한형주 기자공개 2016-05-26 09:16:58

이 기사는 2016년 05월 24일 12: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매각자와 원매자 간 '밸류 갭(Value-Gap)'을 극복하지 못해 거래조건 협의에만 두 달을 매달린 팬코(PANKO) 지분투자 딜이 결국 무산됐다. 오너의 무리한 가격 욕심 등이 빚어낸 결과로 평가된다.

24일 인수합병(M&A) 업계에 따르면 팬코 소수 지분거래의 우선협상대상자인 한국투자파트너스-송현인베스트먼트와 매각자 측은 투자조건에 대한 견해차를 좁히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달 초 협상을 중단했다. 지난달 초만 해도 양측이 텀싯(주요 거래조건) 합의를 어느 정도 마무리짓고 계약서 준비에 돌입했었다. 이들은 한투파-송현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직후(작년 12월 초)부터 지난 2월까지 팬코 기업실사를 진행한 이래, 줄곧 거래가 등 조건 협의에 시간을 할애해온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달 공시된 감사보고서(연결)에 따르면, 팬코는 지난해 280억 원가량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을 냈다. 전년도 EBITDA가 200억 원에 못 미친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수익성 개선세다. 지난해 말 기준 순차입금은 약 1035억 원. 여기에 통상적인 M&A 딜의 EV(기업가치)/EBITDA 7~8배를 적용해도 지분가치(100% 기준)가 대략 1000억 원 안팎은 나온다는 게 매각자 측 논리였다. 실제 팬코 경영진은 지난해 이익이 예년 대비 크게 향상된 점을 들어 1000억 원 이상의 밸류에이션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달리 업계에선 거래 규모가 500억 원 수준을 크게 웃돌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한투파-송현은 면밀한 실사 수행 및 매각자와의 가격 논의를 거쳐 인수희망가 밴드 하한을 500억 원선보다 다소 올려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측도 눈높이를 1000억 원 아래로 일정 부분 조정했으나, 양쪽의 기본적인 가격차를 메우기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거래가 무위로 돌아간 데는 가격 외적인 요소도 한 몫 했다는 후문이다. 팬코는 FI(재무적 투자자) 지분투자 유치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해외 생산능력(CAPA) 확충에 활용할 계획이었다. 베트남 다낭 지역에 신규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었다. 다시 말해 이번 딜은 라인 증설을 위한 그로쓰 캐피탈(Growth Capital) 성격이 강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 근본적으로 제기한 의문은 '과연 팬코가 해당 CAPA를 채울 만큼의 주문(order)을 꾸준히 받아올 수 있느냐'였다. 팬코가 영위하는 의류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ODM(제조자개발생산)업은 고객사와 벤더 간 오랜 거래에서 비롯된 관행 내지 신뢰 관계에 따라 물량이 좌우되곤 한다. 주문량이 보장(guarantee)된 것이 아니란 얘기다. 최대 1000억 원 가까운 투자를 단행하는 FI 입장에선 이런 점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리스크 요인으로 인식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팬코는 대주주 보유지분 일부 매각 및 유상증자 신주 발행 등 방식으로 거래구조를 설정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팬코 지분 74%(약 107만 주)를 소유한 최영주 회장이 경영권 유지를 전제로 일정 주식을 내놓을 것으로 관측됐다.

팬코는 1985년 설립된 의류제조·수출 전문기업이다. 창사 이래 주로 일본 의류시장 개척에 주력했다. 그 결과 일본 내 단일 브랜드 매출 1, 2위이자 세계 10위권인 유니클로, 시마무라 등을 주요 수출 거래선으로 확보하게 됐다. 현재는 아시아 3개 국, 총 6개의 생산기지에 편직·염색·봉제 공정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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