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팜오일, 동남아 바이오 산업의 원천 [고영경의 Frontier Markets View]

고영경 교수공개 2016-09-29 08:19:12

이 기사는 2016년 09월 27일 10: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동쪽 지역으로 운전해가다 보면 고속도로 좌우로 끝없이 펼쳐진 오일 팜(oil palm tree) 농장을 볼 수 있다. 처음엔 광대한 녹색물결이 감탄을 자아내지만, 똑같이 생긴 나무들이 일정 간격에 맞춰 줄지어 끝없이 이어진 광경은 이내 단조로움과 지리함을 몰고 온다. 이같은 대규모 팜농장은 말레이지아는 물론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전역에 펼쳐져 있고, 멀리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남미 콜롬비아 등지에도 퍼져 있다.

오일팜은 열매와 씨앗 모두 오일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고, 단위면적당 생산성이 코코넛 등 다른 식물성 유지에 작물 가운데 가장 높다 . 지구상에 한 열매에서 과육과 씨앗을 모두 오일로 채취할 수 있는 식물은 팜 하나뿐이라고 한다. 팜오일은 중앙 및 서아프리카에서 5000년 전부터 사용되다 영국 거래상들이 유럽에 소개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동남아시아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애용되는 식용 기름은 바로 이 팜오일이다.

전세계 팜오일의 대부분이 식용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팜나무의 가치가 바이오에너지의 주요 원료로 쓰인다는 측면에서 더 주목받고 있다. 팜오일은 바이오디젤의 원료로 사용되고, 기름을 짜고 남은 부산물(EFB, empty fruit bunch)은 비료로 사용되거나, 팜 열매 껍질(PKS, palm kernel shell)과 함께 바이오매스의 일종으로 화력발전소에서 연료로 사용된다. 현재는 전체 팜오일 생산량의 5%정도만이 바이오에너지로 사용되고 있으나, 그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12년 '재생에너지 의무 공급화제도(RPS: Renewable Portfolio Standard)'가 도입 되면서, 전력 공급업자들은 일정 부분의 전력을 반드시 재생가능 에너지원으로 생산해야만 한다. 이 제도 덕분에 저가의 효율이 높은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으며, 그 가운데 팜오일과 그 부산물들의 가치가 상승해왔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는 팜오일의 주요 생산국가이자 수출국가로 전세계 생산량의 85~90%가 이 두 나라에서 나온다. 수출액은 인도네시아가 154 억 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52.9%를, 말레이시아가 95억 달러로 32.7%를 차지한다. 주요 생산기업들은 인도네시아 국영기업 이외에도((PTPN) 이외에도 대표적인 대기업집단인 시나르마스, 윌마르 인터내셔널, 살림, 인도푸드 그룹 등이 모두 팜 플랜테이션 사업을 보유하고 있으며, 말레이시아에서는 사임다비와 정부 산하의 펠다 등이 있다. 최대 수입국은 인도, 중국, 파키스탄, 그리고 유럽으로 50% 이상을 차지한다.

팜오일의 가격 역시 유가 및 글로벌 경제상황, 그리고 기후변동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유가가 치솟을 당시에는, 재생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팜오일 가격도 높은 상태를 유지했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팜오일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7.5%, 바이오디젤 산업의 8.8%에 이를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제시되었다. 동남아 여러 기업들뿐만 아니라 한국기업들도 연이어 팜농장에 투자했다. 삼성물산은 수마트라, LG상사는 인도네시아 칼리만탄, 포스코대우 파푸아에서 팜오일 농장 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최근 2-3년 동안의 저유가 및 중국의 경기하락은 팜오일 뿐만 아니라 부산물로 만든 우드팰렛의 가격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바이오에너지 산업의 발전과 동남아 인구 증가로 인해 팜오일과 부산물 등의 수요 자체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계면활성제나 윤활유 등 바이오 유래 소재와 화학(BBMC: bio-based materials and chemicals) 신수요 역시 산업에 성장기회를 더해줄 것이다. 이미 말레이시아는 유지화학제품에, 태국은 바이오플라스틱 개발에 정부가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현지 생산기업과 함께 기술개발을 추진하는 외국기업의 진출을 정책적으로 적극 지원하고 있다. 한국 기업이 재생에너지 혹은 바이오 산업에서 살아남으려면, 팜농장 확대보다 관련기술개발과 생산성 증대, 전략적 파트너쉽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팜농장은 여전히 저임금 노동에 의존하고 있고, 산림파괴라는 환경문제, 팜오일 가격 변동성 등 감내해야 할 위험이 작지 않다.

고영경교수프로필_수정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