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11월 17일 07시4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얼마 전 강남 골든타워에서 이중무 애큐온캐피탈(옛 KT캐피탈) 대표를 만났을 때 일이다. 사담을 나누던 중 이 대표는 옛 KT캐피탈 시절 얘기를 하나 꺼냈다. 중동 두바이와 아제르바이잔에 진출한 스토리였다.오일머니가 한창 넘쳐날 2007년. KT캐피탈은 두바이에서 석유를 캐내는 드릴쉽(원유시추선)을 국적취득조건부나용선(BBCHP) 계약으로 매입, 현지업체에 리스해주는 사업을 시작했다. 해외금융단에 노르웨이와 프랑스 펀드들이 참여할 정도로 국제적인 사업이었다. 아제르바이잔에는 국내 건설사와 손잡고 도로공사에 참여했다. 국내 캐피탈사가 중동 사회간접자본(SOC)에 투자한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
KT캐피탈은 중동시장 진출로 짭짤한 수익을 벌었으나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사태를 맞아 1년 만에 사업을 접어야 했다. 드릴쉽은 프랑스업체 루이드레퓌스(Louis Dreyfus)에 매각하고 성공적으로 철수했다.
눈이 휘둥그레질 얘기였다. 사실 현대캐피탈을 제외하고 이 정도 글로벌 사업전략을 구사한 캐피탈사가 있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현재 캐피탈사의 해외진출 수준은 소액신용대출만 취급 가능한 MFI(Micro-Finance Institution)를 설립하는 정도다. 그 당시 KT캐피탈처럼 중동시장을 누비는 활동은 꿈같은 얘기다.
이중무 대표와의 인터뷰가 끝나고 골든타워를 나오던 중 문득 애큐온캐피탈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애큐온(Acuon)은 '정확한'을 의미하는 영문 accurate와 '항상 켜져 있는, 준비돼 있는'을 의미하는 전치사 on을 결합한 용어다. 국내뿐 아니라 향후 해외진출까지 염두에 둔 사명이다.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JC플라워즈(J.C.Flowers & Co, 이하 JCF)는 지난해 8월 KT캐피탈을 인수한 뒤 애큐온캐피탈로 바꿨다.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업체인 랜도(Landor Associate)에 의뢰해 10개월 걸쳐 선정한 이름이다.
애큐온캐피탈의 대주주인 JCF는 15개국 45개 금융회사에 투자하면서 탄탄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한 곳이다. 옛 주인 KT그룹 이상으로 글로벌 사업에 든든한 배경이 될 여건을 갖췄다. 또 애큐온캐피탈과 합병을 앞둔 두산캐피탈은 해외건설 등에 필요한 중장비금융 노하우가 많은 회사다.
비록 지금은 사업안정을 위해 국내시장에 더 집중해야할 시기지만 어느 정도 단계에 이르면 해외로 눈을 돌릴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다면 애큐온캐피탈은 중동시장을 누볐던 옛 KT캐피탈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낙관론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당시 중동시장 업무를 담당했던 핵심인력들이 여전히 애큐온캐피탈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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