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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점에 선 부패 정치, 자본시장 미래도 어둡다" [크레딧 애널의 수다]③경제·정치·사회·문화와 동반 발전…관치, 낙하산 인사 등 관행부터 고쳐야

김진희 기자/ 김병윤 기자공개 2016-11-25 16:24:13

[편집자주]

'크레딧 애널리스트 3명이 모이면 지구가 망한다' 자본시장에 떠도는 우스갯소리다. 그만큼 보수적이고 비판적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그들의 수다는 어둡다. 그러나 통찰이 있다.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는 자본시장 내 불안요소가 드러난다. 머니투데이 더벨이 그들을 만났다. 참여 애널리스트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위해 소속과 실명은 밝히지 않기로 했다.

이 기사는 2016년 11월 23일 13: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이 정국을 집어삼켰다. 크레딧업계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초대형 이슈였다. 조기 북 클로징 등 채권시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 역시 큰 돌발 사태였다. 한국 자본시장의 근본적 문제에 대한 진단도 나왔다. 수다에 참여한 크레딧 애널리스트들은 희대의 국정농단이 가능했던 부패한 정치문화가 한국 자본시장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사회: 최순실 국정농단 이슈가 기업들에 대한 뇌물죄 등 검찰수사로 이어지면서 채권시장이 더욱 얼어붙을 조짐이다. 앞으로 수사 결과에 따라 기업 신용도 등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A: 가장 큰 문제는 불확실성이다. 불확실성이라는 것이 긍정적 결과를 가져오든 부정적 결과를 가져오든 일단 시장에는 부정적 시그널이다. 파장이 어디까지일 지 없는 이번과 같은 사안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B: 트럼프 당선 이슈까지 겹쳐 금리 상승이 급격해졌다. 채권 보유가 많은 증권사들 중 올해 기껏 벌어놓은 수익이 평가손으로 날아가고 있는 곳이 많다.

C: 개인적으로 오히려 이런 악재가 그간 곪은 문제를 해결하고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계기라는 측면도 있다고 본다.

사회: 위기를 기회로 삼자는 제안같다. 그렇다면 우선 한국 자본시장의 성숙도를 진단한다면 어느 정도인가. 다른 국가와 비교한다면?

A: 우문(愚問)이다. 자본시장 성숙도는 한 국가의 경제·정치·사회·문화적 요소를 망라해 나오는 결과다. 정치와 별개로 존재하는 게 아니다. 자본시장 자체의 수준이 높더라도 사회문화적 걸림돌이 가로막고 있는 경우다. 굳이 답하자면 반론이 있을 거라고 보지만 중국 다음일거라 본다. 최근 중국보다 삶의 질 순위가 떨어진다는 통계도 나왔다. 같은 맥락이다.
(※지난 18일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2016 세계 속의 대한민국' 통계집에 따르면 한국 올해 국민의 삶의 질 수준은 세계 47위로 45위를 차지한 중국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 경제나 사회문화적인 면에서 일본보다 여러모로 10년 정도 뒤에서 따라가고 있다는 분석도 있는데 그에 비하면 박한 평가가 아닌가.

A: 일본과는 상황이 다르다. 엔화의 안전자산 지위 등을 무시할 수 없다. 한국 자본시장의 역사가 극히 짧다는 한계도 있다. 자본시장 역사가 비슷한 나라와 비교해야 할 것이다.

B: 단적으로 말해 주요 금융권 인사를 정부에서 하는 나라에서 자본시장 발전이 가능한지 묻고 싶다. '금융 4대 천왕'이 득세한 게 불과 몇 년전이다. 이번 정권에서도 마찬가지다.
(※금융 4대 천왕은 이명박 정부 시절,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4명의 인사가 금융지주사 회장에 선임된 것을 일컫는 말이다. 당시 직함으로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이팔성 우리금융지주회장,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이다.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이 재임 중 금융지주 회장의 전문성을 강조하면서 "임기가 남았더라도 필요하면 금융기관 수장을 교체하겠다"고 강조한 뒤 차례로 사퇴 및 연임을 포기해 4대 천왕 시대가 저물었다. 금융권 낙하산 인사 문제는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끊이지 않고 있다.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이번 정부 들어 지난 9월까지 금융기관에 취업한 공직자·금융권·정치권 출신 인사는 204명에 달한다.)

사회: 인사 문제 등 정치권의 입김을 줄이는 조치 외에 또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C: 글로벌 영업 확대다. 자본시장 활용 가능성만 놓고 보면 한국도 세계 시장에서 빠지지 않을 수준이다. IMF 위기 직후 미국식 자본주의를 그대로 이식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실시간으로 글로벌 IB의 활동을 보고 그들의 생각을 이해할 능력이 있다. 어떤 모델이든 그대로 만들 수 있다. 경험과 시차의 문제는 극복 가능하다. 그런데 그런 수준을 감안했을때 외부 활동은 아직 초기 단계다.

B: 해외로 나가서 부딪혀야 하는데 그런 시도가 부족했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 말레이시아만 해도 메이뱅크의 경우 한국은행들보다 훨씬 광범위한 영역에서 영업한다. 거래하는 통화도 다양하다. 한국의 경우 근접한 나라들과의 역사 문제 탓인지 동북아 3국간 제휴 은행이 없다.

A; 동북아 3국간 수출입과 자본거래가 활발하기 때문에 일단 3국간 은행들의 제휴부터 시작하면 좋겠다.

B: 다른나라에 가서 투자받을 능력을 확보하고 여러 통화로 펀딩을 받아야 국내에서 받을 수 있는 최고 등급 이상의 신용등급을 받을 수 있다. 자국 은행업계 수준 이상의 신용등급을 보유한 은행을 보면 글로벌 영업에 특화한 곳들이다.

C: 다시 인사 얘기를 하게 된다. 기획재정부 출신이면 세 자리까지 낙하산 인사를 보장해준다는 소리가 나오는데 이런 전문성 떨어지는 리더가 버티고 있는 한 은행들이 해외 진출이란 대업을 진득하게 해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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