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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도시바 투자 시너지 '물음표' 경영참여·기술이전 가능성 낮아… 투자 효과 '제한적' 무게

정호창 기자공개 2017-02-13 08:13:06

이 기사는 2017년 02월 10일 15: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하이닉스가 일본 도시바의 반도체사업 지분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인수 성공시 얻게 될 투자 효과에 시장의 이목이 쏠린다.

당초 관련 업계에선 SK하이닉스가 도시바 지분을 손에 넣을 경우 상대적으로 열세인 낸드플래시 사업의 컨트롤러 기술 등을 이전 받아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란 낙관적 전망이 중론을 이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대규모 투자금 대비 큰 시너지 효과를 얻기 어려울 것이란 부정론 쪽으로 무게추가 이동 중이다.

시장의 전망이 부정 기류로 돌아서고 있는 것은 도시바가 지분 인수자에 대한 배타적 성향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매체 등 외신에 따르면 도시바는 자사 우선주 인수자로 SK하이닉스, 미국 웨스턴디지털 등 전략적 투자자(SI) 보다는 사모투자펀드(PEF)와 같은 재무적 투자자(FI)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FI와 손을 잡을 경우 자금 거래를 신속히 진행할 수 있고, 경영 간섭이나 기술 유출 부담 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시바가 FI를 선호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어려운 자금 사정과 재무구조 문제를 빠른 시간 안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시바가 이번 우선주 매각을 추진하게 된 것은 미국 원전사업에서 7조 원 이상의 손실을 입으면서 직면한 자본잠식 위기를 넘기 위해서다. 따라서 도시바 입장에선 가능한 빠른 시간 안에 우선주 발행 자금이 회사에 유입되는 게 중요하다.

문제는 전략적 투자자(SI)를 지분 인수자로 결정할 경우 거래 종결 기간이 길어지고 자금 입금 시기도 그만큼 늦춰진다는 점이다. 일본 뿐 아니라 도시바가 진출한 세계 각 국에서 독과점 평가 등이 포함된 기업결합심사와 승인 과정을 거쳐야 하는 탓이다. FI의 경우 이 같은 심사를 훨씬 수월하게 통과할 수 있다.

SI를 파트너로 선택할 경우 낸드플래시 기술 이전이나 경영참여 요구 등이 뒤따를 가능성이 높은 점도 도시바 입장에선 부담이다. 회사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해 경영권 지분을 매각하고 사업에서 손을 떼는 게 아니라, 이번 거래는 일시적인 재무적 문제 해결이 목적인 만큼 도시바는 가능한 상대에게 줄 반대급부를 최소화하면서 필요자금을 조달하길 원한다.

PEF와 같은 FI는 도시바의 이런 니즈에 가장 적합한 인수후보다. 적정한 수익만 안겨주면 도시바의 골치를 썩일 일이 없다. 반면 이번 지분 인수전에 참여한 SK하이닉스, 웨스턴디지털 등의 SI는 도시바와 손을 잡고 기술 이전, 시장 공동대응 등 유·무형의 시너지 효과를 최대한 거두길 원한다.

도시바를 고민하게 만드는 것은 SI와 FI의 이런 성향과 투자목적 차이 때문에 각 후보간 입찰가도 상당한 격차를 보인다는 점이다. FI는 손을 잡기에 부담이 적지만 지분 인수가격이 낮고, SI들은 부담이 큰 대신 공격적인 입찰가를 제시한다. 실제로 이번 입찰에서 SK하이닉스만 하더라도 3조 원 이상의 가격을 제시한 반면, FI는 이를 상당히 밑도는 입찰가를 써낸 것으로 전해진다.

부담은 줄이면서 조달 자금 규모는 최대한 높이려는 도시바는 결국 꼼수를 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시바는 이달 초 입찰을 진행한 후 매각 지분 19.9%를 한 곳이 아닌 복수의 후보에게 분리 매각하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가 이 같은 방침에 따라 인수후보를 결정하고 딜을 진행할 경우 새 주주는 10% 미만의 지분의 소수지분 보유자가 되기에 도시바 경영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기가 훨씬 어려워진다.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도시바 지분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투자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 이유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일본 기업들은 전통적으로 외부 주주나 기업과의 기술 이전이나 협력 등을 꺼리는 경향이 짙다"며 "도시바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라서 자금 문제 때문에 외부 주주를 받아들이기로 했지만 경영 참여나 기술 이전 등을 허용할 가능성은 매우 낮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당초 계획대로 19.9% 지분을 한 후보가 인수하더라도 반대급부를 얻어내기가 쉽지 않은데, 지분을 쪼개 판다면 더욱 투자매력이 떨어진다"며 "SK하이닉스가 도시바 지분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조 단위의 자금을 투자한 만큼의 실익은 얻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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