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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 재무부담 외 넘어야 할 산은 [SK의 도시바 인수 도전] ⑥日·中 배타성·견제 극복 숙제… 국내 공정거래법 이슈는 무관

정호창 기자/ 윤지혜 기자공개 2017-03-14 18:36:14

[편집자주]

일본 도시바가 낸드플래시 업계 2위인 반도체사업부 매각을 결정해 메모리반도체 업계와 인수합병(M&A)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매각 결과에 따라 낸드플래시 시장에 큰 지각변동이 예상돼 반도체 업계의 대응이 주목된다. 국내 기업 중 유력 인수후보로 꼽히는 SK하이닉스의 인수 가능성과 전략, 변수 등을 분석해본다.

이 기사는 2017년 03월 14일 18: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하이닉스가 전략적 투자자(SI) 또는 재무적 투자자(FI)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천문학적 자금 부담을 덜어내고 도시바 반도체 인수 협상자 지위를 따내더라도, 거래 종결까지는 넘어야 할 관문이 적지 않다. 공동 인수 파트너를 누구로 선정하느냐에 따라 일본 및 중국 정부로부터 집중 견제를 받을 공산이 커 관련 대책 수립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술 보호 명분, 日 정부 개입 가능성

도시바 반도체 인수를 추진 중인 SI 후보들이 공통적으로 마주하게 될 외부변수는 일본 정부의 거래 개입 가능성이다. 도시바가 민영기업이긴 하나 현재 매각을 추진 중인 반도체사업부의 보유 기술이 국가 안보상 보호가 필요하단 판단을 내릴 경우 해외 업체로의 매각을 불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외환 및 대외 무역법(Foreign Exchange and Foreign Trade Act)'에는 국가 안보와 관련된 핵심 기술을 가진 기업을 인수하려는 외국 기업은 사전에 일본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이 존재한다. 국내외 인수합병(M&A) 관계자들은 일본 정부가 이 규정을 활용해 도시바 반도체 매각에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하고 있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2011년 의료장비와 카메라 제조 사업 등을 영위하는 올림푸스가 지분 매각을 추진할 때 올림푸스가 보유한 광학 기술이 군사 목적에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외환 및 대외 무역법'을 적용해 거래에 개입한 사례가 있다.

도시바가 재무 위기 극복을 위해 반도체사업부 매각 추진을 결정한 후 일본 전자업계를 중심으로 해외 매각 반대 기류가 심상치 않게 조성되고 있다. 사실상 일본 반도체산업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지는 도시바의 낸드플래시 사업마저 해외 기업에 넘어가는 것에 대한 반감과 우려가 적지 않은 탓이다.

현재 일본 재계의 분위기는 자국 기업이나 금융권에서 도시바 반도체를 인수하는 것에 우선 순위를 두고, 국내 소화가 여의치 않을 경우 미국 기업에 매각하는 것을 차선 방안으로 선택할 것으로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반도체 굴기'를 선언하고 정부 차원에서 반도체산업 육성에 주력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중화권 기업으로의 매각을 반대하는 기류가 강하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한국 기업으로의 매각 역시 부정적인 시선이 우세하다.

따라서 SK하이닉스가 대만 홍하이·TSMC 컨소시엄에 합류해 도시바 반도체 인수를 추진할 경우 우선협상권을 따내더라도 일본 정부의 승인 문제에 발목이 잡혀 거래가 무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관련 업계에서 인수 성공을 위해선 미국 반도체 기업인 웨스턴디지털(WD)이나 마이크론과 손을 잡는 편이 유리하단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미 컨소시엄, 中 정부 집중견제 노출 우려

SK하이닉스가 미국 기업들과 연대해 우선협상권을 따내고 일본 정부의 승인 관문을 통과하는 경우에도 난관은 존재한다. 중국 정부가 기업결합 및 반독점 심사를 통해 인수에 훼방을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미국과 긴장 관계에 놓여 있고, 우리나라와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특히 최근 국내에 사드 배치가 강행된 후에는 자국민 관광 제한, 롯데 등 중국 진출 국내 기업 탄압 등 노골적인 보복 조치를 취하고 있는 상태다.

이 때문에 M&A업계 등에선 SK하이닉스가 미국 WD, 마이크론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도시바 반도체 인수 우선협상자격을 따낼 경우 중국 내 기업결합 승인을 내주지 않거나, 최대한 지연시키는 방법 등을 통해 인수작업을 방해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현실화 될 경우 거래 종결과 잔금 납입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인수대금 유입을 통한 유동성 개선이 시급한 도시바 입장에선 큰 부담요인이 될 수 있어 우선협상자 선정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또 중국이 세계 최대의 반도체 소비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도시바 반도체는 물론이고 SK하이닉스의 중국 시장 낸드플래시 판매에 악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점도 적지않은 부담이다.

◇국내 공정거래법 이슈는 무관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반도체 인수에 성공할 경우 국내 공정거래법과 지주회사제도 규정 위반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해당 규정이 국내 법인 인수시에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당초 시장 일각에선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반도체 지분을 인수할 경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의 지주회사 행위제한 규정에 저촉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공정거래법은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원칙적으로 자회사, 즉 지주회사의 증손회사를 거느릴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해당 법인의 지분 100%를 보유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손자회사의 증손회사 주식 소유를 허용한다.

이 때문에 시장 일각에선 지주회사 체제인 SK그룹이 'SK㈜-SK텔레콤-SK하이닉스'의 지배구조를 갖고 있어, 지주회사의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반도체 신설법인의 주식을 100% 인수하지 않는다면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는 해당 규정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잘못된 분석이다. 공정거래법 제8조의 2에 명시된 지주회사의 행위제한 규정은 손자회사가 '국내' 계열회사의 주식을 소유할 경우에만 적용된다. 따라서 도시바 반도체와 같은 해외 기업을 인수할 경우에는 지분 제한 등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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