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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 노리는 SK, 日 DBJ와 손 잡을까 전략적 제휴 희망… 컨소시엄 성사 여부는 '불투명'

한형주 기자공개 2017-03-27 09:42:52

이 기사는 2017년 03월 24일 18: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도시바 반도체 인수전 참여를 모색 중인 SK하이닉스가 공적자금 투입을 통한 지분 확보를 검토 중인 일본 정부에 공동 투자를 제안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일본이 중국과 대만계 해외 업체로의 매각을 저지하기 위해 딜에 적극 개입하려는 움직임을 염두에 둔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24일 인수합병(M&A)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해외 전략적투자자(SI)들에 맞서 도시바 인수 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관측되는 일본정책투자은행(DBJ)과 제휴를 맺는 전략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 반도체 기술의 해외 유출 저지를 원하면서도 공적자금 지원은 최소화하길 원하는 일본 정부의 입장을 고려한 전략이다. DBJ 컨소시엄의 인수 여력을 보강해 주는 대신 향후 경영권 처분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포석이 깔린 방안으로 분석된다.

거래 관계자는 "DBJ가 보유지분을 되팔 때 우선적으로 거래를 고려할 수 있는 대상자 지위를 확보하거나, 최소한 중국계 기업 등 경쟁사에 도시바를 넘기는 데 비토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하고자 하는 SK그룹의 의지가 엿보이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다만 SK하이닉스가 검토 중인 이 같은 한·일 동맹의 실현 가능성은 낙관하기 어렵다. 도시바 반도체 M&A에 일본 정부가 관여하는 것은 중국·대만을 우선 견제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한국 기업에 우호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는 분석이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일본 정부와 재계 입장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앞세워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한국에 대한 반감 역시 만만치 않게 높기 때문이다.

현 시점에서 SK하이닉스의 도시바 지분 인수 가능성을 가장 제한하는 요인은 아베 신조 총리를 위시한 일본 정치권이 트럼프 정부 출범 후 '조공 외교'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미국에 저자세로 일관하고 있는 점이다. 도시바가 반도체사업 진성 매각을 선언한 뒤 일본 경제산업성 간부가 "(도시바를) 애플 등 미국 기업에 팔고 싶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밝혔을 정도로 미국에 적극적인 구애를 보내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현지 언론들은 DBJ가 정부 주도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INCJ), 도시바 협력업체 등과 더불어 미국 기업을 출자자로 끌어 들이는 '미·일 연합'을 추진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자국이 안되면 미국에 넘기겠다'는 일본 측 스탠스에 SK가 얼마나 유의미한 변화를 줄 수 있느냐가 거래 성사의 최대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DBJ는 도시바 경영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34%가량(전체 주식의 3분의 1 이상)의 지분 인수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위해 필요한 금액은 약 6000억 엔, 우리 돈 6조 원 내외로 추산된다. 응찰이 현실화될 경우 DBJ 컨소시엄은 도시바 반도체의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현재 도시바 반도체 원매자로 거론되는 곳은 SK하이닉스 외에 미국의 웨스턴디지털(WD)과 마이크론, 대만의 홍하이정밀공업(폭스콘)과 TSMC, 중국의 칭화유니그룹 등이다. 재무적 투자자(FI)로는 베인캐피탈과 실버레이크파트너스,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같은 글로벌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들이 입찰에 참여할 후보로 꼽히고 있다.

도시바는 반도체법인 지분의 50% 이상을 매각할 수 있다는 방침을 세운 상태지만, 거래 대상이 지분 100%가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과 치열한 경쟁구도 등을 감안할 때 매매가격이 25조 원 수준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이번 거래의 주관 업무를 맡고 있는 골드만삭스는 오는 29일까지 도시바 반도체에 대한 인수의향서(LOI)를 접수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의 인수자문 업무는 모간스탠리가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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