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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암코, 내년 회계기준 서둘러 도입 까닭은 금융기관서 '1400억 투자' 받은 후 도입, 수익성 지표 '왜곡'

김장환 기자공개 2017-05-11 09:59:14

이 기사는 2017년 05월 08일 15: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연합자산관리(유암코)가 2018년부터 적용되는 회계기준을 지난해 서둘러 도입한 이유는 뭘까. 유암코 측은 "재무제표의 가독성이 떨어져 이에 대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입장이지만, 정작 이는 각종 지표를 '오독'할 여지만 더욱 키웠다는 평가다. 비교점이 되는 2015년 재무지표를 같은 잣대로 재작성해 보여줬다면 모르겠지만 이 같은 절차가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 시기 유암코에 있었던 특별한 움직임이 회계기준 도입을 서두르게 만든 원인이 됐을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주요 금융기관들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주주로 들어서면서 이에 걸맞은 성과를 보여줄 필요성이 높았던 시점으로 거론되기 때문이다.

◇산은 등 대상 1400억 유치後 서둘러 회계기준 변경

산업은행과 우리은행, 농협은행 등은 지난해 6월 유암코에 거액의 자금을 투자했다. 이들은 1400억 원대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단번에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유암코 주주는 이에 따라 신한·국민·KEB하나·기업·우리·농협·산업은행으로 변동됐다. 이들은 각각 지분 14%를 보유 중이다. 수출입은행도 유증에 함께 참여해 지분 2%를 확보했다.

유암코에서 이 시기 눈에 띄는 또 다른 움직임은 금융위원회 허가와 국회 법안 통과 등 덕분에 부실채권(NPL) 처리 전문 한시법인에서 영구법인으로 전환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유암코의 기존 존속기한은 2019년까지였지만 덕분에 업을 지속해서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유암코는 이를 통해 회계기준상 '투자기업' 지위를 얻게 됐다. 부실채권 인수를 위한 특수목적법인(SPC)과 기업 인수 사모투자펀드(PEF) 등 투자사 가치를 공정가치로 평가해 재무제표에 반영할 수 있게 해주는 조건이다. 유암코는 동시에 2018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기업회계 제1109호 '금융상품' 기준을 지난해 조기 도입했다. 이는 NPL 등을 공정가치로 재무제표에 반영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조항이다.

투자기업 지위 확보와 금융상품 기준 조기 도입은 유암코가 연결기준 재무제표를 작성하지 않아도 되는 근거가 됐다. 유암코는 실제 이를 기반으로 2016년 감사보고서에 연결기준 재무제표를 작성하지 않았다. 대신 개별기준 손익계산서에 다양한 '이익' 계정이 새롭게 생겼다. 종속기업평가익(610억 원), 평가손(77억 원), 투자사채평가익(169억 원), 대여금평가익(69억 원) 등이다.

유암코는 정작 비교점이 되는 2015년 손익계산서는 기존 지표를 그대로 활용했다. 이에 따라 2016년 영업수익(3412억 원)과 영업이익(3412억 원)이 전년 대비 각각 20.3%, 26.2% 늘어난 것처럼 보이는 '착시효과'를 낳았다. 만약 2018년부터 적용되는 제1109호 회계기준을 조기도입하지 않았다면 같은 기간 영업수익은 9.6%, 영업이익은 무려 56.7% 감소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유암코가 2018년 회계기준을 조기도입한 것은 이처럼 수익성이 증가하는 것처럼 보이는 효과를 미리 염두에 뒀을 것으로 풀이된다. 유암코 측은 다만 "연결기준 회계장부에 일일이 SPC, PEF 등 투자사들 가치를 반영하면서 우리 재무지표를 보기가 어렵다는 지적과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이 많았다"며 "이에 따라 (금융상품 기준을) 조기도입해 작성하기로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수익성 증대 착시 논란 "주주들에 이미 설명"

정작 업계에서는 지난해 금융권의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 후에야 유암코가 이 같은 행보를 보였다는 점을 보다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만 해도 유암코는 검토보고서에 연결기준 재무제표를 함께 적시했지만 연말 감사보고서부터 이를 실시하지 않았다.

유암코의 회계기준 조기도입과 투자기업 지위 확보는 상반기 전 모두 마무리됐지만 이에 대한 재무지표 작성 기준에 변화를 준 것은 지난해 말이다. 또 비교점이 되는 시점 재무지표를 재작성해 정확한 손익 비교 정보를 줄 수도 있었지만 이를 실시하지 않았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덕분에 유암코 지분 확보를 "잘 한 결정"이었다고 안심할 수 있게 됐다.

유암코는 올 1분기 검토보고서 공시를 앞두고 최근 사외이사들에게 이에 대한 설명회를 가진 것으로 확인된다. 이 과정에서는 비교점이 되는 시점(2016년 1분기) 개별기준 손익계산서를 동등한 기준으로 재작성해 사외이사들에게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작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1분기 검토보고서에 이 같은 정보를 줄 지는 알 수 없는 상태다.

유암코 관계자는 "실적 부풀리기라는 말이 나올까봐 올 1분기 실적 공시를 앞두고 번거롭지만 (동일한 기준을 적용한 손익계산서를 작성해) 사외이사들에게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며 "그런 오해를 받을까 봐 주주들에게도 이미 다 보고를 드린 내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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