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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약세, 증권사 약진…뚜렷한 판도 변화 [thebell League Table/M&A 인수금융]미래에셋·한투·NH 5강 포진… 은행 '보수성' 약점

정호창 기자공개 2017-07-04 09:06:02

이 기사는 2017년 07월 03일 16: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M&A 인수금융(Loan) 주선 시장에 뚜렷한 판도 변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간 시장을 주도해 왔던 시중은행들이 경쟁에서 밀려나며 리그테이블 상위권 자리를 대형 증권사들에게 속속 내주고 있다.

M&A 시장의 딜 가뭄으로 인수금융을 활용하는 신규 거래가 부족한 가운데 원매자들의 경쟁 심화로 매물의 거래 밸류에이션이 높아지고 있는 점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보수적 성향이 강한 은행들이 내부의 높은 리스크 심사 문턱 탓에 고밸류를 반영한 대규모 인수금융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사이, 상대적으로 위험 거래에 강한 대형 증권사들이 시장을 파고들어 굵직한 일감들을 공격적으로 따내고 있기 때문이다.

신규 거래가 줄면서 인수금융 시장에 사모투자펀드(PEF)의 투자금 회수(Exit)를 위한 자본재조정(Recapitalization) 리파이낸싱 딜이 늘고 있는 점 역시 은행들을 주선 경쟁에서 고전하도록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리캡을 포함한 리파이낸싱이 시행되면 대출 기업의 부채가 전보다 크게 늘어 차입금 회수 리스크가 높아지기에 수익 못지 않게 대출 안전성을 중시 여기는 은행 입장에선 딜 주선과 참여가 모두 쉽지 않다.

머니투데이 더벨이 집계한 M&A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2017년 상반기 국내 시장에서 집행된 인수금융 규모는 총 8조 2700억 원 수준이다. 신규 M&A 거래의 인수금융 지원액이 3조 2000억 원 가량으로 집계됐고, 기존 차입금에 대한 리파이낸싱 규모가 5조 원을 소폭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거래액 중 신규 인수금융 비중은 38.6%에 그친 반면, 리파이낸싱이 61.4%를 차지하며 시장을 주도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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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2017년 상반기 인수금융 시장에서 거래 규모 1, 2위를 차지한 거래는 모두 기존 차입금에 대한 리파이낸싱 딜이다. 미국계 PEF 운용사 칼라일이 2014년 손에 넣은 ADT캡스의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이 선순위 대출 1조 4500억 원, 중순위 대출 2750억 원 등 총 1조 7250억 원을 차지해 1위를 기록했다. 2위는 토종 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가 시행한 1조 2500억 원 규모의 코웨이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이다.

신규 M&A의 인수금융 거래 1위는 넷마블게임즈의 미국 카밤 인수 지원 목적의 8000억 원짜리 딜이다. MBK파트너스의 대성산업가스 관련 인수금융 지원이 9250억 원을 기록하긴 했으나, 기존 차입금 리파이낸싱을 제외한 순수 지분거래 지원용 인수금융 규모는 3800억 원에 그쳤다.

이처럼 시장을 이끈 대형 인수금융 거래의 주도권은 대부분 자기자본 3조 원 이상의 대형 증권사들이 가져갔다. 미래에셋대우가 코웨이 리파이낸싱을 대표 주관해 5500억 원의 주선 실적을 챙겼고, ADT캡스 리파이낸싱 중순위 대출은 삼성·한국투자·하나금융투자 등 3개 증권사가 주관했다.

인수금융 주선에서도 증권사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카밤 인수금융은 미래에셋대우·삼성·NH투자·한국투자증권이 각각 2000억 원씩 공동 주관했고, 대성산업가스 인수금융은 NH투자증권이 대표 주선해 총 4600억 원의 실적을 챙겼다.

과거 시장을 주도했던 은행권에선 국민은행이 ADT캡스의 1조 4500억 원 규모 선순위 대출의 리파이낸싱을 단독 주선해 그나마 체면을 세웠다. 하지만 주선 수수료와 대출 금리가 통상 수준보다 낮은 탓에 대출 규모에 비해 국민은행이 얻은 실익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아쉬움을 남겼다.

이 때문에 투자은행(IB)업계에선 국민은행이 ADT캡스 리파이낸싱을 바탕으로 상반기 인수금융 주선 리그테이블 1위에 올랐지만, 실속 면에선 2위를 차지한 미래에셋대우가 나은 성적을 올렸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주선 금액에선 국민은행에 5000억 원 가량 뒤졌으나, 주선 거래건수에선 7건으로 업계 1위를 기록했고 각 거래별 주선액도 큰 편중없이 비교적 고르게 안분돼 인수금융과 리파이낸싱 부문 모두에서 좋은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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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대우 외에 다른 증권사들도 대체로 양호한 실적을 거둬 전체적으로 은행권보다 나은 성적을 기록했다.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3위와 5위를 차지해 상위 5개사 중 3곳이 증권사로 채워졌으며, 범위를 10위권으로 확장하면 삼성증권과 KB증권, 하나금융투자를 포함해 총 6곳의 증권사가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연간 인수금융 리그테이블 10위권에 5개 증권사가 포진했고, 최고 순위가 3위(삼성증권)에 그쳤음을 감안하면, 올 상반기를 기점으로 시장 주도권이 은행권에서 증권업계로 넘어가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불과 3~4년 전만 하더라도 M&A 인수금융 시장의 주도권을 시중은행들이 쥐고 있었으나, 자기자본 3조 원 이상의 증권사들이 잇따라 시장에 참여하면서 판도 변화 현상이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며 "보수적인 은행들이 내부 심의 문제 등으로 밸류에이션 상승 등 시장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반면 전통적으로 리스크 테이킹에 강한 증권사들이 고객들의 니즈를 파고들면서 시장 주도권을 빠르게 장악해가고 있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은행보다 증권사들의 내부 심의 및 의사결정 속도가 빠른데다, 저금리로 시중에 신디케이트론 참여 자금이 넘쳐나고 있어 인수금융 시장을 뒤흔들 디폴트 사고 등이 벌어져 경고 사이렌이 울리지만 않는다면 당분간 증권사들의 헤게모니 선점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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