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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명이나 되는 한화운용 대체투자본부장 '이상한 동거' [thebell note]

이충희 기자공개 2017-11-23 09:58:04

이 기사는 2017년 11월 22일 08: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자산운용이 현대차, SK텔레콤과 합작해 AI(인공지능)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벤처펀드를 만들기로 발표한 지난 17일. 한화운용 내부는 적지 않게 들썩였다고 한다. 운용사가 대기업과 공동으로 펀드를 조성해 AI 투자에 나서는 것은 국내 처음인데, 이것 자체만으로 큰 업적이 됐기 때문이다. 현대차 SK텔레콤이 대대적으로 홍보에 나서면서 각종 언론에 기사가 도배됐고 한화운용 경영진은 함박웃음을 지었다는 후문이다.

업계 관심은 왜 '한화자산운용'이었는지에 쏠렸다. 이 과정에는 한화인베스트먼트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화인베스트먼트는 올 6월 캐나다 스타트업 '엘리먼트AI'의 1억 달러 규모 시리즈A 투자에 참여했다. 엘리먼트AI는 이번 펀드에 공식적으로 투자 자문 역할을 하는 곳이다. 당시 맺은 인연으로 한화그룹이 펀드 조성에 주도적으로 나섰고, 현대차 SK텔레콤과의 합작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한다.

한화운용의 대체자산 투자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도 대기업들의 펀드 출자에 고려 요소가 됐다. 한화운용은 계열사 한화생명 자금 등을 흡수해 총 5조 원 가량의 대체투자 펀드를 굴리고 있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결코 적지 않은 규모다. AI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것 역시 대체투자의 연장선인데 그간의 경험이 펀드 운용에 힘을 실어줄 것이란 기대감이 나왔다. 한화운용은 조만간 미국에서 AI분야에 밝은 펀드매니저를 채용, 펀드 운용을 맡긴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최근 운용업계에서는 한화운용이 과연 이 펀드를 얼마나 잘 운용해 나갈지 의심을 품는 목소리가 많다. 한화운용 대체투자본부가 최근 너무 갑작스레 확대되면서 내부 업무 교통정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말들이 심심치 않게 나오기 때문이다.

한화운용은 최근 대체투자 관련 인력을 50여명으로 두배 가량 늘리며 조직을 크게 키웠다. 이 과정에서 한화생명 대체투자 관련부서가 통째로 넘어와 대체투자본부의 수장이 두명이나 되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났다. 미국법인장까지 대체투자본부장을 겸직하고 있어 외부에서 보기에는 총 3명이 본부장 직함을 달고 있다. 업무별로 누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제대로 개념 정립이 안된 상황이다.

최근 만난 한 기관 투자가는 "투자를 위해 한화운용 대체본부와 컨택해야 하는데 누구한테 문의해야 하는지 알수가 없었다"고 푸념을 늘어 놓았다. 그는 "인력이 늘고 조직도 확대됐지만 교통정리가 전혀 안된 느낌"이라고도 했다. 고객인 외부 기관투자자에게는 '구상도, 대책도 없이 사이즈만 키웠나'라는 느낌을 가지게 했던 것이다.

현대차와 SK텔레콤은 이번 AI 벤처펀드에 적지 않은 기대를 갖고 있을 것이다. 특히 자율주행차, 전기차 시대를 맞아 자칫 경쟁사에 뒤처지지 않을까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현대차는 이번 사업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고 한다. 펀드 공동 출자자 중 유일한 금융 전문가인 한화운용은 투자 수요에 걸맞는 역할을 수행해줘야 한다. 한화운용의 역할이 단순히 펀드 '비히클(vehicle)'만 빌려주는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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