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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 90년대 찾아온 전성기와 위기 [전환기 엔지니어링업③]최초로 매출 1000억 달성…98년 영업정지로 큰 타격

이상균 기자공개 2018-01-08 08:35:00

[편집자주]

엔지니어링은 기술 기반의 설계 산업이다. 본격적인 건설 공사에 앞서 인프라를 구축하는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기술 인력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산업이지만 정작 건설업에 비해 인지도가 낮다. 주요 수익원이었던 사회간접자본(SOC) 발주가 줄어드는 등 전환기를 맞고 있다. 더벨이 베일에 가려졌던 엔지니어링 업체들의 현주소와 향후 행보 등을 점검한다.

이 기사는 2018년 01월 03일 14: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경영권을 안정시킨 동명기술공단(이하 동명)은 1980년대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인다. 1990년대에는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확대가 이어지면서 매출과 수주액이 1000억 원을 돌파했다. 업계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갑작스런 영업정지 처분을 받으면서 상승세가 꺾이고 만다.

신동수-신재호 체제를 완성시킨 동명은 시련의 1970년대를 보낸 뒤 1980년대부터 사세를 확장하기 시작했다. 지하철 1호선 사업에 참여한 경험을 발판삼아 서울 지하철 3, 4호선과 부산 지하철 1호선을 동시에 수주했다. 동대문운동장역 정거장 실시설계와 장충동~옥수동 구조문 설계용역도 수행했다.

도로 사업도 빠질 수 없다. IBRD차관 5차 도로설계 용역(1980년)과 88올림픽 고속도로 8공구 실시설계(1981년), 중부고속도로 5공구 서울~대전간 실시설계(1985년), 서울외곽순환도로 4공수 판교~구리간 실시계획(1986년) 등을 맡았다. 매출액은 1981년 10억 원대에 그쳤지만 1985년 60억 원대에 이어 1989년 80억 원대까지 늘어났다.

1990년대 들어 규모가 커지면서 신동수 회장, 신재호 사장 체제로 전환했다. 1980년대 후반부터 사업수행 진행 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1989년부터 1994년까지 공채로 인력을 확충했다. 임직원 수는 1990년 350명, 1990년대 중반 500명 이상, 1997년 1150명으로 증가했다.

이 시기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교통 혼잡과 물류비 상승 등의 문제가 대두되면서 정부가 SOC 투자를 크게 늘린 덕분이다. 1990년 GDP 대비 SOC 투자 비중은 2.9%에 그쳤지만 1991년 4%에 이어 1996년 5.5%로 증가했다.

특히 도시계획부의 활약이 대단했다. 부산 첨단과학산업연구단지 기본계획(1990년), 청주 과학기술산업단지 기본설계(1992년), 충주 제5공단 조성사업 기본계획(1992년), 충북 청원군 오창 과학산업단지 조사설계(1994) 등을 맡아 추진했다. 동명의 도시계획부는 엔지니어링 업계에서 전문가 양성소라는 평을 받았다.

1980년대 후반까지 한국종합기술, 유신과 자웅을 겨루던 동명은 1990년대 선두업체로 비상했다. 1990년대 초반 150억 원에 머물던 매출액은 업계 최초로 1000억 원을 돌파했다. 수주고도 1990년 240억 원, 1991년 430억 원, 1992년 600억 원, 1994년 700억 원, 1997년 업계 최초로 1000억 원을 달성했다.

이 같은 성장은 기술과 품질경영 인프라 구축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명은 설계 업무를 전산화하고 기업부설 연구소를 만들었다. 1997년에는 워크스테이션을 비롯한 전산 인프라 구축에만 10억 원을 투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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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하게도 전성기와 함께 위기도 함께 찾아왔다. 정부는 1998년 공공 발주사업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 동명을 비롯해 도화, 삼안, 유신 등 엔지니어링 업체들이 전부 영업정지를 받았다. 이중에서도 업계 1위였던 동명만 유일하게 영업정지 3개월 처분을 받았다. 경쟁사들이 1개월을 받은 것과 대조적이었다. 정부가 본보기로 처벌 수위를 높였다는 해석이 나왔다.

타격이 컸다. 다른 업체보다 두 달이나 더 길게 입찰참가 제한을 받으면서 이후 입찰경쟁에서 4점 감점을 받았다. 1점대 미만 소수점으로 판가름 나는 입찰경쟁에서 사실상 사업 수주를 포기해야 했다. 벌점 적용기간도 2년간이나 지속됐다. 사실상 1999년까지 휴업 상태에 들어갔다. 마침 IMF 경제위기로 SOC 발주도 크게 줄어들었다.

혹독한 인력 구조조정이 이어졌다. 1997년 1050명에서 800명으로 인력을 줄였다. 상하수도 1, 2부를 통합했으며 도시계획부 3부도 1, 2부에 합쳤다. 총무부도 기획부에 흡수됐다. 선두를 달리던 업계 순위는 한때 8위까지 하락했다. 1998년 수주액은 1990년대 초반 기록에도 못 미치는 굴욕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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