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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기획실장' 주총 단상에 올린 삼성물산 실적·전략방안 발표 '최초', 시장 신뢰 회복에 방점

심희진 기자공개 2018-03-23 08:13:57

이 기사는 2018년 03월 22일 14: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삼성물산 주주총회는 창립 80주년 기념일에 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삼성물산은 공식 축하행사를 마련하는 대신 주주총회 구성에 변화를 줬다. 삼성물산을 둘러싼 우려섞인 시선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만큼 여러 주주들의 의견을 듣고 이를 반영하기 위해 설립 이래 처음으로 경영기획실장을 주총 단상에 세웠다. 사업 전략을 가감없이 밝히고 이에 대해 자유롭게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물산은 22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제54기 정기주주총회를 열었다. 오전 9시에 열린 주총은 10시 35분에 모든 절차를 끝마쳤다.

녹록지 않은 시장 상황을 대변하듯 주총장에는 적막감이 맴돌았다. 얼어붙은 분위기를 누그러뜨린 건 최치훈 이사회 의장의 발언이었다. 간략하게 인사말을 마친 최 의장은 "본 순서에 앞서 삼성물산의 경영상황 이해를 돕기 위해 2017년 실적과 2018년 전략방안에 대해 설명드리겠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창립 이래 처음 마련된 자리였다. 더 나아가 최 의장은 발표 이후에 별도의 질의응답 시간도 갖겠다고 덧붙였다.

마이크를 잡은 사람은 정주성 경영기획실장(부사장)이었다. 수십장의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준비해온 정 부사장은 사업부별 실적을 단순 나열하지 않고 수익 반등에 영향을 끼친 요인들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어떤 경쟁력을 높여 불확실한 시장 상황에 대응할 것인지 밝혔다. 정 부사장의 발표에는 장밋빛 얘기만 담겨있지 않았다. 삼성물산의 실적을 악화시킬 만한 잠재 리스크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가감없이 드러냈다.

정 부사장의 발표는 약 20분간 진행됐다. 정 부사장은 긴장감 속에서도 주주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차분하게 발언을 이어갔다. 2015년 9월 신설한 거버넌스위원회를 통해 주주가치 제고를 최우선에 두겠다는 약속도 잊지 않았다.

최 의장
△최치훈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제54기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정 부사장의 발표가 끝나자 주주들의 질문 공세가 이어졌다. 주주들은 한 목소리로 삼성물산 주가가 하락한 데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제일모직과의 합병 직전 18만원 안팎이었던 삼성물산 주가는 현재 13만원 초반대로 30%가량 하락했다. 지난해 경영실적이 개선된 건 기저효과로 인한 착시 현상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2015년 합병 이후 최근 2년간 실적이 부진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수치가 잘 나온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최 의장은 죄송하다는 말로 답변을 시작했다. 이어 "삼성물산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업황이 매년 다를 수밖에 없는데 올해 역시 불확실성에 잘 대처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합병 당시 삼성물산 경영진이 내세웠던 '2020년 매출 60조 달성' 목표에 대한 질책도 나왔다. '지난해 삼성물산 매출액이 29조원밖에 안 되는데 어떻게 3년만에 외형을 2배로 부풀릴 수 있느냐', '현실성 없는 목표를 제시한 경영진은 책임지고 다 그만둬야 한다'는 날선 비판이 제기됐다.

최 의장은 "글로벌 유가하락, 중국의 경제 제재, 보호무역 확산 등으로 경영 여견이 합병 전보다 악화됐다"며 "안정적인 수익 창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불필요한 자산들을 매각하고 인력을 정리하면서 잠재 부실을 털어냈다"고 답했다. 이어 "바이오 사업 등 신성장동력 육성에 주력해 실질적 성장을 이뤄내겠다"고 덧붙였다.

당초 2~3시간가량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던 주총은 1시간 반만에 끝났다. 추가 질문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모든 주주들에게 발언 기회가 주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교적 원만히 종료됐다는 평가다.

주주총회는 끝났지만 삼성물산을 둘러싼 의혹이 전부 해소된 건 아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비난은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삼성물산은 기업 본연의 임무인 이윤추구 활동을 통해 시장에 성장성과 투명성을 증명해보이겠다는 입장이다.

한 시간 동안 진행된 질의응답을 마무리하며 최 의장은 "삼성물산을 둘러싼 여러가지 얘기 중 와전된 것이 많다"며 "여러 사람들의 인식이 현실로 둔갑해버리는(Perception is reality)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물산에 대한 여러 오해를 믿지 말아달라고 부탁드리지 않겠다"며 "그런 의혹들이 자연스럽게 믿어지지 않도록 실적 개선, 주주가치 제고 활동, 사회공헌 활동 등을 직접 보여드리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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