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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김종갑號 전화위복?…'조환익色' 다 뺐다 [이사회 분석]4월 취임, 이사 교체 시기 맞물려…이사진 15명 중 13명 '새 얼굴'

박창현 기자공개 2018-08-21 08:24:13

[편집자주]

지배구조 개선이 재계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이사회 중심 경영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내부통제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과 사외이사의 역할과 책임이 커지고, 계열사별 책임경영을 천명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기업 경영에 관한 대부분의 의사결정이 이사회에서 이뤄지는 만큼 이사회는 지배구조의 핵심이다. 더벨은 변곡점을 맞고 있는 주요 기업의 이사회 구성과 운영 현황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8월 20일 16: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새롭게 향해를 시작한 한국전력공사 '김종갑'호(號)가 순풍을 만났다. 올 4월 취임 시기와 맞물려 이사진도 사실상 판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전임 사장 색깔을 지우고 새로운 경영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는 평가다. 실제 전 정권 색채가 강했던 비상임이사들이 빠진 자리에는 학계와 시민사회 인사들로 채워졌다. 일각에선 신임 사장의 경영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비상임이사 교체 시기에 맞춰 사장 취임 시점이 조율된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한전은 경영 공백기를 겪다 올해 4월 우여곡절 끝에 새로운 수장으로 관료출신 경영자인 김종갑 사장을 선임했다. 2012년부터 한전을 이끌었던 조환익 사장이 지난해 12월 임기 3개월을 앞두고 퇴임하면서 사장 선임 스케줄이 꼬였다. 여기에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인사가 늦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산하기관인 한전 사장 선출 시기도 늦어졌다.

한전은 경영 공백이라는 돌발 악재에 속을 끓였지만 김 신임 사장 입장에서는 전화위복이 된 모양새다. 취임 시기와 맞물려 비상임이사들 임기가 대거 만료돼 새롭게 이사회를 꾸릴 수 있는 기회를 잡았기 때문이다.

한전 이사회 정수는 15명이다. 이 중 사내이사격인 상임이사 수는 이사 정수의 과반을 넘어서는 안 된다. 대체로 한전 이사회는 상임이사 7명, 비상임이사 8명 체제로 운영된다. 한전 사장은 상임이사 5명 선임 권한이 있다. 사장과 상임 감사위원 등 상임이사 2명과 비상임이사 8명 등 나머지 열 자리는 비상임이사와 이사회 선임 외부인사로 구성된 '임원추천위원회'가 선출한다.

한전

김 신임사장은 임원추천위원회 추천 절차를 거쳐 올해 4월 10일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사장으로 신규 선임됐다. 앞서 한달 전 구자윤 비상임이사가 임기가 만료돼 김장준 광주광역시 상공회의소 상임의원이 그 자리를 물려받았다. 또 사장 선임 직전인 4월 3일에는 안충영, 이강희, 조전혁 등 3명의 비상임이사가 임기만료로 퇴임했다. 하루 뒤인 4월 4일 비상임이사 공석을 양봉렬, 김좌관, 정연길 씨가 채웠다.

이사진 교체 행보는 이후에도 계속됐다. 올 6월에는 다시 최기련, 성태현, 김주선 비상임이사 임기가 만료됐다. 한전은 곧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노금선, 최승국, 박철수 씨를 신규 비상임이사로 선임했다.

방점은 신임 사장에게 부여된 상임이사 인사권 행사였다. 김 사장은 지난 달 16일 자신에게 주어진 5장의 인사권 가운데 4장을 썼다. 기존 문봉수 전략계통본부장만 그대로 두고 새롭게 4명의 상임이사를 선임했다. 김회천 경영지원 부사장과 김동섭 사업총괄 부사장, 박형덕 기획본부장, 임형승 원전사업본부장이 그 주인공들이다.

보름 뒤에는 김 사장과 함께 상임이사들을 이끌어 나갈 상임 감사위원으로 이정희 씨가 합류했다. 이 상임 감사위원은 광주지방변호사회 회장 출신으로 대한변호사협회 사법평가위원 등을 거친 법률 전문가다. 상임 감사위원은 상임이사 가운데 유일하게 감사위원회에 참석, 회계 감사 및 비상임이사와의 업무 조율 등을 담당한다.

이렇게 김 사장이 취임한 이후 3개월 동안 15명의 이사진 가운데 상임이사 1명(문봉수)과 비상임이사 2명(김지홍, 최승국) 제외한 12명이 새로운 얼굴로 교체됐다. 사실상 새 술에 맞게 새 부대가 만들어진 형국이다.

대대적인 이사진 교체로 김 사장은 새 시작을 할 수 있는 동력을 마련하게 됐다는 평가다. 앞선 이사회 멤버들은 전임 사장 혹인 전 정권의 색깔이 강한 인사들이 대부분이었다. 이강희 이사와 조전혁 이사, 김주선 이사 등이 대표적이다.

조전혁 이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인수위원회 자문위원 출신으로 한나라당 후보로 18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13대와 15대 의원(민정당·신한국당·새정치국민회의)을 지낸 이강희 이사의 경우엔 2012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새누리당에 입당하기도 했다. 대전지검 천안지청장 출신인 김주선 이사는 2009년 미네르바 사건 담당 검사로 유명하다.

김 사장이 온전히 힘을 낼 수 있는 이사회 체제가 구축되면서 일각에선 신임 사장의 경영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이사진 교체 시기를 고려해 인사가 진행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들 인사들이 한꺼번에 한전 이사회를 떠나면서 신임 사장의 운신의 폭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아울러 새로 들어온 비상임이사들은 시민단체와 정치색이 옅은 학계 출신들이 많다. 이에 대해 한전 측은 관할 부서인 산업부 장관 인사가 늦어지면서 산하기관 인사 또한 영향을 받았을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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