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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경의 Frontier Markets View] 이머징마켓 위기, 동남아로 옮겨오나

고영경 박사공개 2018-09-03 16:53:16

[편집자주]

바야흐로 저성장의 시대다. 기업들은 다시금 성장의 기회를 얻기 위해 새로운 시장으로 눈을 돌린다. 최근 십여 년간 글로벌 경제 성장과 물가 안정을 견인해 온 중국도 과거와 같은 고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이머징 시장이 더 이상 아니다. 이제 글로벌 기업들의 눈은 그 다음 시장인 프론티어마켓으로 향한다. 아시아 프론티어 마켓의 중심부 말레이지아 쿠알라룸푸르 현지에서 경영학 교수로 재직하며 이 시장의 성장과 가능성을 지켜봐 온 필자가 이 시장의 현재와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가려고 한다.

이 기사는 2018년 09월 03일 16: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세계 금융시장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미-중 무역 전쟁에 이어 터키 리라화 폭락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이머징 마켓 전역에 '위기전염' 경고가 울리고 있다. 대부분 나라가 이머징 마켓에 속하는 아세안도 예외는 아니다. 20여년 전의 금융위기까지 소환, 시장 불안이 가중되었다. 동남아 각국의 환율은 상승했고 주가지수는 하락했다.

가장 취약한 시장으로는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라오스가 꼽힌다. 우선, 동남아 최대 경제규모를 가진 인도네시아. 2017년 12월 기준으로 GDP대비 부채비율이 28.7%에 불과해 위험 수위와는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러나 8월 현재 기준, 외채 가운데 달러 부채 비율이 67.8%로 상당히 높고, 외환보유고도 지난 1월 1,319억 달러에서 지속적으로 감소, 8월 현재 1,183억 달러에 그치고 있다. 6개월 전과 비교하면, 인도네시아 루피아 가치는 달러 대비 7% 이상, 주가지수는 5% 가량 하락한 상태다. 여기에 아시안게임 이후 경제 향방에 대한 불안감, 내년 4월로 예정된 차기 대선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변수다.

필리핀은 지난 해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6.8%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나라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이면서 무역 적자, 낮은 외환보유고가 필리핀에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 GDP 대비 부채비율은 2017년 42%, 무역지수는 2018년 8월에도 30억 달러 이상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6개월 전과 비교해서 주식시장은 약 10% 하락했고, 환율은 3%가량 평가절하됐다.

라오스는 부채 위험이 가장 높은 그룹에 속한다.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여러 인프라 건설에 엄청난 자금을 수혈 받은 탓이다. 중국 남부 쿤밍과 수도 비엔티엔을 연결하는 철도 건설 프로젝트에만 58억 달러가 투입되는데, 이는 라오스 GDP의 40%에 육박한다. 대외 부채가 국민총소득의 93.1%까지 치솟았고 그 가운데 외채는 3분의 2에 달한다. 환율이 지속적으로 약세를 보이거나 부채 상환에 문제가 생길 경우 심각에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아세안 이머징 마켓의 현 상황이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상승은 자원 수출 의존도가 높은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의 무역수지 개선, 외환 관리에 유리하다. 미-중 무역전쟁 틈에서 캄보디아는 유명 브랜드 코치(Coach)를 비롯한 여러 봉제업체들이 중국에서 캄보디아로 이전을 가속화하고 있다.

동남아는 일부 상품을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할 수 있는 생산기지로 떠올랐다. 견조한 경제성장을 하고 있는 베트남과 태국은 외환 보유고가 단기 외채의 6배가 넘는다. 말레이시아는 이전 정부에서 추진했던 중국과의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를 3개 철회하는 등 재정 건전성 확보와 자본시장 안정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필리핀의 무역수지 적자는 인프라 투자와 건설자재 수입 증가에 기인하는 것으로, 수출이 회복하건 프로젝트가 진행된 뒤에는 개선될 여지가 높다.

01_환율추이
02_주가지수추이

여러 경제 여건들을 고려해서 보면, 아세안 국가 모두가 터키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와 비슷한 위험 수준에 노출되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최근 6개월간의 아세안 6개국 환율과 주식시장의 추이를 보더라도 중남미 국가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블룸버그도 최근 태국 아유타 은행의 보고서를 인용해 태국과 필리핀, 말레이시아, 베트남이 이머징 마켓 가운데서 재정적으로 건강한 상태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머징 마켓의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지레 겁먹고 움츠러들면, 기회도 함께 묻힐 수 있다.

고영경교수프로필_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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