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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히트엔터, 성장 마중물 된 'RCPS' [데카콘 넘보는 유니콘]③단계별 VC 투자 유치, 보통주 전환·BTS 해체시 상환 등 안전판

박창현 기자공개 2019-04-12 08:27:00

[편집자주]

유니콘 기업은 새로운 산업 시대를 여는 첨병들이다. 벤처기업에서 혁신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신영역을 개척하고 기존에 없었던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벤처캐피탈 또한 유니콘 기업에 선제적으로 자금을 투입하며 자본이익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벤처 생태계의 성장동력이 된 유니콘들은 다시 새로운 도전 앞에 놓여있다. 데스밸리에서 살아남아 데카콘으로 진화해야만 한다. 유니콘의 성장 원천과 강점들을 면밀히 살펴보고, 더 나아가 데카콘 도약 가능성도 함께 짚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19년 04월 10일 14: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는 2005년 설립된 연예 기획사다. 기업을 세운지 10여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기반을 잡고 입지를 굳혔다. 빅히트가 벤처기업을 넘어 유니콘으로 성장한데는 벤처캐피탈(VC)의 힘이 컸다. 적재적소에 자금을 지원하며 성장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평가다.

SV인베스트먼트와 LB인베스트먼트, 네오플럭스 등이 선견지명을 갖고 빅히트 투자를 단행했다. 2011년 SV인베스트먼트가 스타트를 끊었다. 당시 단독으로 100억원 밸류에이션에 30억원을 투자했다. 이후 10억원을 후속 집행해 총 40억원의 투자를 성사시켰다. 투자는 한국IT펀드(KIF)가 출자한 '2011 KIF-SV IT전문투자조합', 한국모태펀드가 주요 유한책임사원(LP)로 참여한 'SV M&A 1호 투자조합', '충청북도-SVVC생명과태양펀드2호' 등 총 3개 펀드 자금으로 집행됐다.

LB인베스트먼트는 SV인베스트먼트의 마수걸이 투자 1년 뒤 주주로 참여했다. 초기 투자로 10억원을 투입했고, 4년 뒤인 2016년 후속 투자로 55억원을 넣었다. 관계사인 LB프라이빗에쿼티도 2017년 SV인베스트먼트 구주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189억원을 투자했다.

투자 초기 VC들은 보통주가 아닌 상환전환우선주(RCPS) 형태로 빅히트 투자에 나섰다. 벤처기업 투자 리스크를 최대한 상쇄하기 위해 여러 옵션 추가가 가능한 우선주 투자를 선호한 것으로 분석된다.

빅히트

실제 투자 대상이 된 RCPS에는 여러 안전판이 녹아있었다. RCPS는 용어 그대로 전환과 상환이 모두 가능한 우선주다. 다만 권리 행사 조건은 발행 계약 내용에 따라 제각각이다. 빅히트의 경우, 원할한 VC 투자 유치를 위해 투자자 측에 우호적인 조건을 많이 넣었다.

당장 RCPS는 우선주 임에도 불구하고 보통주와 동일한 의결권을 부여했다. 그러면서 우선주가 갖는 이점 또한 그대로 인정해줬다. 빅히트 우선주 투자자들은 배당과 잔여 재산 분배에 있어 우선적 권리를 가져갔다. 배당금 또한 액면가액 기준 연 1% 이상으로 보통주에 우선해 받기로 했다.

전환, 상환 조건도 투자자들에게 운신의 폭을 넉넉하게 줬다. 핵심 조건 중 하나인 보통주 전환 기간은 무려 10년이다. 이 기간이 만료되면 우선주는 곧바로 보통주로 전환된다. RCPS 1주는 보통주(액면가 500원) 1주로 교환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전환가격이 조정될 경우, 전환 주식수는 달라질 수 있다.

실제 해당 조건이 발동되면서 2017년과 지난해, 전환 RCPS보다 더 많은 보통주가 발행됐다. 2017년에는 우선주 4만3957주가 보통주 5만7052주로, 지난해 역시 우선주 39만8159주가 보통주 49만5782주로 전환됐다. 평균적으로 우선주 1주당 보통주 1.2주로 전환이 이뤄졌다.

투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상환 조건 또한 구체적으로 명기돼있다. 빅히트는 방탄소년단(BTS)이 기업가치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BTS 리스크를 대비하기 위한 상환 조건이 눈에 띈다. 빅히트는 김남준과 김석진, 민윤기, 정호석, 박지민, 김태형, 전정국 등 BTS 멤버들과의 전속 계약이 계약 만료일 이전에 종료되면 투자금을 상환해야 한다. 또 BTS 멤버 중 누군가 그룹을 탈퇴하거나 해체, 연예활동 중단 이슈가 발생해도 똑같이 상환 트리거가 발동된다. 상환 가격은 최초 발행가격에 연 8% 이자를 복리로 계산해 책정한다.

빅히트의 폭발적 성장에 투자 매력도까지 더해지면서 RCPS는 자본 시장에서 많은 관심을 끌었다. 특히 초기 VC들의 펀드 만기가 도래하면서 구주 거래가 활발히 이뤄졌다. 작년에도 LB프라이빗에쿼티와 SV인베스트먼트가 보유 우선주를 전량 매각했고, LB인베스트먼트도 일부 자금 회수에 나섰다. RCPS 투자 유치로 빅히트는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고, VC들은 수 십배의 투자 차익을 거뒀다는 점에서 상호 윈윈 거래였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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