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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사채펀드 긴급 점검]대세는 매출채권 유동화, 직접대출로 '수익률 제고'②중개인 없애고 수수료 '2%' 절감…의사결정 빠른 헤지펀드와 '찰떡궁합'

최필우 기자공개 2019-12-09 13:00:00

[편집자주]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의 배경에는 빠른 속도로 몸집을 키운 사모사채펀드가 있다. 사모사채는 공모채권과 달리 발행사에 대한 평가와 공시가 투명하게 이뤄지지 않아 잠재돼 있는 위험을 평가하기 어렵다. 거래가 쉽지 않은 자산이어서 헤지펀드의 유동성 위기를 초래하는 트리거로 작용할 수도 있다. 더벨은 사모사채펀드 시장이 빠르게 팽창한 이유와 내재된 리스크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11월 28일 09: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헤지펀드 운용사가 설정하는 사모사채펀드는 대부분 매출채권 유동화 구조를 취하고 있다. 사모사채로 자금을 조달하는 발행사가 장래 매출 외 담보로 잡을 만한 자산이 없는 경우가 많아서다. 리스크가 적지 않지만 헤지펀드는 중개보수를 고객과 운용사 몫으로 돌리면서 상품성 확보에 성공했다. 신속한 의사 결정이 가능한 것도 발행사가 헤지펀드를 통한 자금 조달을 선호하는 요인이다.

◇마땅치 않은 유형자산, '장래 매출' 적극 활용

헤지펀드 운용사는 사모사채펀드를 주로 폐쇄형 구조로 설정하고 있다. 만기는 1~3년이다. 발행사는 중소기업부터 신용등급이 우량한 대기업까지 다양하다. 보통 신용등급이 낮거나 등급을 받지 못한 기업이 발행하는 사모사채 금리가 높다. 사모사채 금리는 대부분 연 3~5% 수준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어떤 자산을 담보로 확보하느냐가 상품 경쟁력을 가늠하는 잣대가 된다.

매출채권유동화

헤지펀드 운용사는 사모사채펀드를 담보로 장래 매출을 가장 많이 활용하는 추세다. 부동산을 비롯한 유형자산을 담보로 활용할 수 있는 대기업과 달리 벤처 단계에 있는 기업은 마땅한 유형자산이 없기 때문이다. 유형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해도 기존 은행 대출에 더해 사모채권 발행으로 자금 조달을 도모하는 곳들은 장래 매출 외 담보 제공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장래 매출을 담보로 활용하는 트렌드는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판매사 니즈(needs)를 충족시킬 수 있는 수익률을 확보하기 위해선 등급이 낮거나 무등급인 중소기업 사모사채를 편입해야 한다. 이같은 신생 벤처기업 중 플랫폼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곳이 많아 장래 매출 외 담보로 삼을 만한 자산이 전무한 기업의 비중이 점차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소기업은 그간 자금 조달이 만만치 않았으나 최근 헤지펀드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숨통이 트이게 됐다. 헤지펀드 운용사의 투자를 유치하는 게 은행권 대출을 받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용이하기 때문이다. 과거엔 무등급이라는 사실이 족쇄가 됐으나 이젠 장래 매출 증대 가능성을 보여주면 헤지펀드의 투자를 받는 게 가능해졌다. 매출 부진 우려가 있는 기업은 필요에 따라 대주주 지분을 담보로 내세우기도 한다.

사모사채펀드는 주식을 주력 자산군으로 삼는 헤지펀드에 비해 비교적 쉽게 판매사 문턱을 넘고 있다. 하방을 가늠할 수 없는 주식보다 우량하지 않아도 담보가 존재하는 사모사채가 안전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일부에서는 등급을 받지 못할 정도로 부실한 기업의 사모채가 채권이라는 이유 만으로 안전자산으로 둔갑해 판매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사모사채펀드가 연 3~5% 안팎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구조를 내세우면서 판매사도 유혹을 뿌리치는 게 쉽지 만은 않은 실정이다.

◇중개보수 절감이 핵심…발행사·운용사 호흡 '착착'

판매사 PB와 자산가들이 사모사채 투자에 관심을 두는 것은 수익률 메리트가 있기 때문이다. 만기가 정해진 상품이 시중 금리를 웃도는 연 3~5%대를 제공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또 기업의 전망이나 대출 규모에 따라 연 7% 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이 속속 등장하면서 투자자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6개월 내 조기상환 기회를 제공하는 파생상품 판매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사모사채펀드의 입지는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사모사채22

이같은 상품성은 발행사와 헤지펀드가 직접 발행 방식을 채택하면서 확보됐다. 간접 발행의 경우 증권사가 기업에 발행을 타진하고 이를 투자자에게 중개하는 방식을 쓴다. 이때 중개보수와 법률자문 수수료가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직접 발행시에는 헤지펀드가 사모사채를 직접 인수할 수 있다. 이 방식으로 150~200bp 정도의 수수료가 절감되는데 이를 고객수익률과 운용보수를 높이는 데 활용하면서 상품성이 갖춰진 것이다.

헤지펀드 운용사가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는 점도 사모사채펀드 설정이 잇따르는 요인이다. 최근 은행권 대출이 가능한 기업도 헤지펀드 자금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사모사채를 발행하는 기업은 대부분 자급 조달이 급한 곳들인데 절차가 까다로운 은행보다 의사결정 속도가 빠른 헤지펀드를 선호한다는 설명이다. 헤지펀드 역시 펀드를 설정한 직후 편입 자산을 확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모사채 투자가 용이하다.

헤지펀드 운용사들이 증권사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딜 소싱에 나서는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이어질 전망이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사모사채펀드가 상품성을 갖추려면 중개보수와 법률 자문 수수료 절감이 필수라는 설명이다. 또 운용사가 차별화된 딜 소싱을 하지 못하면 경쟁이 치열해진 헤지펀드 시장에서 생존이 어렵기 때문에 발행사 네트워크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조건이 괜찮은 사모사채펀드를 판매사에 가져가면 영업점에서 발행사에 직접 대출을 제공하면 안되겠냐고 물어보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주로 메자닌펀드를 운용하던 곳들이 사모사채펀드를 내곤 했는데 최근 시장에 신규 진입하는 곳들이 많아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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