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 대책 후폭풍]은행 ELT 건졌지만…제한된 '지수·판매잔고'은행 "주력 상품 지켜내 안도"…증권사 "일관성 없는 대책, 시장 위축 불가피"
최필우 기자공개 2019-12-13 08:22:29
이 기사는 2019년 12월 12일 13시5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 당국이 조건부로 은행의 주가연계신탁(ELT) 판매를 허용했다. 비이자수익 창출 핵심 상품을 지켜낸 은행은 전반적으로 안도하는 분위기다. 증권사 역시 시간을 두고 발행과 헤지 운용 전략을 정비할 수 있게 됐다. 다만 기초자산과 판매잔고를 제한하는 규제가 확정되면서 시장 위축은 피할 수 없게 됐다.◇당국, 대표지수 '5개' 허용…판매잔고 확대 '제한'
금융위원회는 이날 고위험 투자상품 투자자 보호 대책 최종안을 공개했다. 지난달 14일 초안을 발표한 이후 업계 의견 수렴을 거쳐 보완한 내용을 발표한 것이다. 은행이 특정금전신탁에 ELS를 편입할 수 있게 된 것이 초안과 가장 큰 차이다. 다만 기초자산이 종목이 아닌 지수이고, 공모로 발행돼야 하며, 손실배수가 1이하여야 한다.
대표지수도 제한된다. 금융 당국이 허용한 기초지수는 KOSPI200, S&P500, Eurostoxx50, HSCEI, NIKKEI225 등 5개다. 이중 3개 혹은 4개 지수를 기초로 한 상품이 은행에서 판매될 수 있다. 또 판매잔고 확대에도 제동이 걸리게 됐다. 금융위원회는 제시된 조건대로 ELT 판매를 이어가되 지난 11월말 기준 판매잔액을 넘어서는 안된다는 조건을 달았다.
금융 당국은 초안 발표후 있었던 강력한 반발을 감안해 절충안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은행업계는 은행연합회를 필두로 영업 환경이 악화되고 고객 효용도 저하될 것이란 우려를 전달했다. 은행 뿐만 아니라 발행 주체인 증권사와 모집 자금이 대부분 투입되는 채권 시장에 미칠 영향도 어느정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은행은 사실상 주력 상품을 지켜냈다며 안도하는 분위기다. 특정금전신탁에 편입해 판매하는 ELS가 거의 공모형인 데다 금융 당국이 제시한 대표지수를 활용하는 지수형 상품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판매량을 늘리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현 수준의 특정금전신탁 비이자수익을 유지할 수 있어 최악은 면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보완책에 아쉬움이 없진 않지만 원안이 강행되는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있었던 터라 최악은 면했다고 본다"며 "고객 자산관리와 비이자수익 창출에 있어 가장 핵심이 되는 상품을 지켜내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기초지수 늘리라더니…덧대기 정책에 지친 증권사
증권사 역시 큰 충격을 피할 수 있게 됐다. 이날 원안이 강행되면 증권사 입장에서는 당장 파생상품 자체 헤지 포지션을 대폭 줄이는 게 불가피했다. 헤지 목적으로 편입하고 있는 채권 매도가 이어지면서 여전채, 회사채 시장 등에도 파장이 일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은행권 ELS 판매가 명맥을 이어가게 되면서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증권사 파생상품 발행과 운용 관계자들은 정책 일관성이 결여된 점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당초 다양한 기초자산을 사용하라고 독려한 건 금융 당국이었다. 2016년 홍콩H지수 급락으로 ELS 투자자 다수가 손실 위기에 노출되자 특정 기초자산 쏠림 현상을 방지하게 했다. 이후 다변화를 위한 노력이 이어져왔는데 특정 기초자산에서 손실이 났다고 해서 다시 규제를 강화하는 건 일관되지 못하다는 것이다.
은행의 ELT 판매잔고를 제한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많다. 금융 당국이 민간의 영역에 있는 금융사의 특정 금융상품 판매 한도를 정하는 게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판매잔고를 제한한다고 해도 단순히 지난달말 잔고를 기준으로 삼지 말고 시장 상황을 다방면으로 고려했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파생상품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상태에서 당장의 책임을 면하기 위해 급조한 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증권사 관계자는 "당장 시장에 미칠 충격이 완화된 건 그나마 다행이지만 파생상품 시장 위축과 후퇴는 불가피할 것"이라며 "손실이나 손실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일관된 철학과 원칙 없이 덧대기식으로 면피성 규제가 추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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