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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조현아, 조원태에 왜 갑자기 등 돌렸나‘총수 지정’ 갈등 미봉합, 임원인사 등 불만 폭발

고설봉 기자공개 2019-12-24 07:12:12

이 기사는 2019년 12월 23일 15:58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을 시작했다. 동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행사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KCGI 등 외부 세력과의 연대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며 배수의 진을 쳤다. 조 회장을 압박하고 ‘남매의 난’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카드를 모두 꺼내겠다는 점을 명확히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조 전 부사장은 왜 갑자기 경영권 분쟁을 시작했을까. 지난 10월말 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이 남긴 상속재산에 대한 분할을 완료한 뒤 평온기를 유지한 한진그룹 오너일가에게 약 2달여간 무슨 일이 있었을까.

표면적으로 조 전 부사장이 동생이자, 한진그룹 경영권과 지배권을 이어받은 조 회장에 반기를 든 이유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올해 5월 공정위 총수 지정에서의 잡음과 이 그후 조 회장의 경영권 행사 및 그룹 경영 과정에서의 독단적 의사결정 등이다.

조 전 부사장이 내놓은 입장문에도 이 점은 분명히 명시돼 있다. “상속인들간의 실질적인 합의나 충분한 논의 없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대규모 기업집단의 동일인(총수)이 지정됐다”며 “조현아 전 부사장의 복귀 등에 대해 어떠한 합의도 없었음에도 대외적으로는 합의가 있었던 것처럼 공표됐다”고 서술됐다.

이러한 가운데 조 전 부사장이 올해 5월부터 꾸준히 조 회장에게 독단적 경영권 행사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입장문에는 “조 전 부사장과 법률대리인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사전 협의도 하지 않고 경영상의 중요 사항들이 결정되고 발표됐다”고 명시돼 있다.

조 전 부사장이 언급한 총수 지정 문제는 갈등이 외부로 표출된지 약 2주만인 올해 5월10일 일단락 됐다. 당시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이 전면에 나서 갈등을 봉합하면서 공정위에 자료를 제출했다. 직접 법무법인 광장의 공정거래위원회 전문 변호사들과 만나 사황을 정리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이 고문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경영에 복귀한 점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이 고문은 정석기업을 통해 경영에 참여했고, 조현민 전무는 한진칼과 정석기업에 자리를 마련해 가족 경영의 한 축으로 등장했다. 반면 조 전 부사장은 경영에 복귀하지 못했다. 이 부분에서 조 전 부사장과 다른 오너일가간 갈등이 촉발된 것으로 보인다.

한진그룹 안팎에서는 조 전 부사장의 경영복귀 지연은 지난달 명품 밀수 혐의(관세법 위반 등)와 외국인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혐의(출입국관리법 위반)로 진행된 재판에서 각각 실형(집행유예)을 선고받은 것 때문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또 현재 진행 중인 이혼 소송도 경영 복귀에 부담이 됐다는 얘기도 있다.

그러나 한진그룹에는 실형 선고에 따른 경영 참여를 제한하는 규정이 없는 만큼 조 전 부사장과 조 회장간 갈등의 소지가 있다.


첫번째 이유인 ‘총수 지정’과 이후 오너일가간 경영복귀 등은 비교적 갈등 원인이 명확하게 드러났다. 그리고 이슈의 해소와 그 과정에서 경영 복귀에 실패한 조 전 부사장의 상황도 명확하게 외부로 밝혀졌다. 반면 두번째 이유인 ‘독단적 경영’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사유가 드러나지 않는다.

이 가운데 조 전 부사장 측 입장문에서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 “조 전 부사장은 가족 간에 화합해 한진그룹을 경영해 나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동생인 조원태 한진칼 대표이사는 물론 다른 가족들과도 공동 경영 방안에 대해 성실히 협의하여 왔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원태 대표이사는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지금도 가족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 결과 한진그룹은 선대 회장님의 유훈과 다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고 서술한 곳이다.

조 전 부사장이 ‘경영에 직접 복귀하지 않았지만, 2선에서 경영에 참여하고 있었다는 뜻’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조 전 부사장은 실제 가족간 공동 경영의 당사자지만 현실적으로 경영권을 공식 행사할 수 없는 입장이다. 하지만 그룹의 주요 의사 결정에 관여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낸 것으로 보인다. 조 전 부사장이 조 회장에게 경영에 대한 여러 요구를 했지만 실제 반영되지 않았고, 이에 대해 불만을 가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말 진행된 한진그룹 정기 임원인사가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의 관계가 틀어진 결정적인 사건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한진그룹은 지난달 29일 '2020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당초 10월말 임원인사 발표가 예정됐었지만 약 한달여가 지체됐다. 당시 임원인사 지체 사유를 두고 한진그룹 안팎에서는 오너일가간 ‘자기사람 심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오너일가가 모두 최대주주로서 지배권을 가지고, 공동으로 경영권을 행사하면서 타협이 잘 안되고 있다는 얘기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진그룹 고위 관계자는 임원인사가 지연되고 있던 11월 “막판 뒤집기가 가능할 정도로 임원인사에 대해서는 전망할 수 없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이어 “사모(이명희 고문)와 회장(조원태 회장) 등 오너일가에 복수로 줄은 댄 임원들도 많다”고 말했다.

조 전 부사장의 법률대리인 측에서도 이에 대해 부정하지 않았다. 법률대리인 측 관계자는 “조원태 회장이 협의 없이 예를 들어 공정위 총수 지정 등을 진행했고, 경영상의 중요 사항 인사문제 포함해서 가족들간 최소한의 협의가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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