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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파장]서울우유, 급식우유發 직격탄 근본 배경은 '지배구조'협동조합 특성, 원유 최대 판매 제1 목표…유가공 시장 경쟁력↓

전효점 기자공개 2020-04-21 08:37:53

이 기사는 2020년 04월 20일 11: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로나19발 급식 우유 판매 감소에 유독 서울우유협동조합(이하 서울우유)의 타격이 컸던 이유는 무엇일까. 표면적으로는 서울우유가 급식 우유 시장의 과점 사업자였기 때문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보수적인 지배구조로 인한 리스크 발현으로 평가된다.

고령의 낙농 조합원으로 구성된 협동조합 형식의 지배구조는 서울우유의 백색시유(흰우유) 의존도를 높게 유지하는 한편 신사업 다각화를 지연시키는 배경이 됐다. 결국 이번 급식우유 중단 사태처럼 흰우유 시장 수요가 출렁일 때마다 충격을 고스란히 전달 받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업계 안팎의 중론이다.

20일 서울우유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등교 개학이 5월 이후로 연기됨에 따라 급식용 흰우유 판매가 급감했다. 서울우유는 급식우유 시장에서 점유율 절반을 차지하는 1위 사업자다. 서울우유가 연간 취급하는 생산량의 70%는 흰우유다. 급식용 흰우유는 이 가운데 8%로 무시하지 못할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급식우유 시장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월 200억, 연간 1600억원 규모다. 방학 기간인 1~2월과 7~8월을 제외하고 연중 8개월 동안 일평균 200ml 팩우유 기준 50~60만팩이 전국 초등학교에 공급된다.

국내에서 흰우유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서울우유는 급식우유 시장의 큰 손으로 자리잡았다. 유업계 1위 서울우유는 여타 경쟁사와는 달리 사업 구조가 단조롭다. 전체 생산량의 70%는 흰우유로 판매되며 나머지 30% 정도는 발효유, 치즈, 가공유 등 유가공 제품으로 판매된다.


유업계 2위 매일유업에서 흰우유 비중이 매출의 20%를 차지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매일유업은 분유, 발효유, 커피, 치즈, 가공유 등으로 활발한 사업다각화를 통해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매출 7%, 영업이익은 무려 14% 성장하면서 유업계에서도 독보적인 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던 배경 역시 사업 다각화로 꼽힌다.

반면 서울우유의 경우 1937년 창립 이래 80년이 넘은 현재까지도 흰우유 중심 포트폴리오를 고수하고 있다. 가장 큰 배경은 협동조합 형태의 지배구조 때문이다. 주식회사와 달리 협동조합의 목적은 조합원에게 돌아가는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서울우유는 1600여명의 조합원을 보유하고 있다. 조합원은 착우유 5두 이상의 낙농가를 운영하고 있는 농민으로, 상당부가 고령이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자사의 목표는 최대 생산과 최대 판매"라고 언급했다. 조합 농가가 생산 쿼터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연간 생산하는 원유 전량을 시장에서 최대한 판매하는 것이 서울우유의 목표다.

백색시유에 대한 높은 의존도 역시 이같은 지배 구조에서 나온다. 발효유나 가공유를 만들기 위해서는 흰 우유의 분무(탈지분유 형태로 바꾸는 과정)를 거쳐 탈지분유로 먼저 가공한 후 여기에 다시 정제수를 타서 희석하고 색소나 향을 첨가한다. 탈지유로 만든 흰우유는 원가가 오히려 떨어진다. 서울우유 조합원 입장에서는 굳이 비용을 들여 흰우유를 원가가 낮은 탈지유로 재가공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매일유업이나 남양유업, 빙그레 등 동종업계는 가공유나 발효유를 만드는 과정에서 국내산보다 원가가 절반 이상 저렴한 수입산 탈지분유를 원료로 사용한다. 이렇게 얻은 원가경쟁력을 기반으로 다시 마케팅에 비용을 투입할 수 있는 여력이 발생한다. 서울우유가 비싼 국내산 원유를 가공해 유가공품을 만든다고 해도 이같은 시장 구도 속에서 경쟁력을 갖기 어려운 배경이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국내 낙농가들로 구성된 협동조합 특성상 수입산 분유를 쓰지 않고 국내산 원유를 소비하는 데 집중하는 사업구조"라며 "이 때문에 수입산 탈지유를 사용하는 업계와 흰우유 외 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서울우유 내부에서 시장 다각화에 대한 공감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서울우유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젊은 직원들은 발효유나 가공유, 커피 등 신사업을 통해 백색시유 의존도를 낮춰야 하는데 동조해왔다. 하지만 고령의 조합원들이 사업 결정 과정에서 실질적인 의결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다른 회사에 비해 조직 내 실무자들의 목소리가 힘을 얻기 어려운 구조다. 서울우유가 호상·액상 발효유, 가공유, 커피 등 부문에서 다양한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음에도 경쟁사에 필적할 만한 1위 제품이 나오지 못하고 있는 이유도 이같은 맥락과 맞닿아 있다.

실제로 2017년에는 유제품 전문 디저트 카페 '밀크홀1937'을 오픈하면서 유가공부문 외 사업으로 다각화를 모색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업 만 4년차에 접어든 현재 밀크홀1937 매장은 전국 6곳에 불과하다. 아직까지 남양유업 '백미당1969', 매일유업 '폴바셋'과는 비교할 수 없는 미미한 규모다. 밀크홀1937은 앞선 3월 수원에 6호점을 열면서 출점을 확대했지만 그마저도 코로나19 사태로 난관에 부딪친 상황이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발효유 시장에서는 풀무원과 빙그레, 한국야쿠르트가, 커피 시장에서는 동서식품, 매일유업 등이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력 있는 상품으로 승부를 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백색시유 비중이 70%라는 데 서울우유의 철학과 정체성이 담겨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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