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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재벌시스템]구글과 네이버, 엇갈린 창업자 의결권④구글, '차등의결권' 통해 지배력 확보…네이버, 지분희석 '정공법' 대응

원충희 기자공개 2020-06-18 07:50:06

[편집자주]

세계 최대 농업·식품회사인 카길은 비상장이고 가족지배 기업이지만 현재 가족이 경영하지 않는다. 세계적 플랫폼 기업 구글도 창업자들이 1선에서 모두 퇴진, 인도 출신 순다르 피차이가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소유·경영의 분리 사례다. 자본시장의 역사가 짧은 한국 기업은 태생적으로 소유·경영의 융합모델이 주류를 이룰 수밖에 없었다. 고도 성장과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너경영 3·4세 시대에 접어들며 변화를 요구받는다. 국내 대표 기업 삼성이 그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파장을 가늠하기 어렵다. 지배구조 뿐 아니라 이사회·내부통제·조직구성에 까지 영향을 줄 사안이다. '포스트 이재용 선언'은 곧 '포스트 재벌시스템'이다. 이재용 선언 이후의 재벌시스템, 나아가 4차산업혁명 이후의 재벌시스템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6월 15일 08: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구글) 제국주의에 끝까지 저항했던 회사로 남고 싶다."

네이버의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지난해 6월 한 심포지엄에 참석해 이 같은 발언을 했다. 시가총액이 9000억 달러(약 1000조원)에 육박하는 구글을 제국에 비유했다. 구글과 네이버는 검색·광고, 클라우드, 테크핀, SNS 등 다방면에서 부딪히는 경쟁자다.

네이버가 국내 검색시장의 73%를 점유하고 있다고 하나 구글은 미국, 유럽 등에서 70~90%를 장악한 글로벌 공룡이다. 전 세계를 호령하는 구글의 무기로 혁신적인 기술과 프로세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개선점을 찾는 기업문화 등이 거론된다.

네이버와 구글은 IT 혁명과 함께 등장한 신흥 재벌이다. 하지만 지배구조란 면에선 두 회사의 현 주소는 크게 엇갈린다.

구글의 창업자들은 '차등의결권(Dual Class Stock)' 제도를 도입, 탄탄한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다. 단기수익에 치중하는 월스트리트 자본의 간섭을 막고 당장 이익이 안 되더라도 꾸준히 혁신을 추구할 수 있는 비결로 꼽힌다.

네이버는 제도적 틀 안에서 지분 희석을 감내해야 했다. 성장 과정에서 창업자의 의결권이 꾸준히 희석돼 이제는 소수 지분으로 분산됐다. 네이버는 꾸준한 성과 덕에 현 지배구와 현 경영진에 대한 FI의 지지가 이어지고 있다. 퍼포먼스가 떨어지면 언제든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는 불안감은 남아 있다.

◇창업자 의결권 보호해 외부간섭 차단

초창기 수익모델이 불안정하고 창업멤버의 기술력에 의존하는 혁신기업들은 외부투자자를 끌어들이거나 주식교환 방식으로 M&A를 하며 사세를 키워간다. 이 과정에서 창업자의 지분희석은 불가피하다. 미국, 일본, 한국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박현성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원이 2017년 9월 발표한 '혁신기업과 기업 지배구조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실리콘밸리에선 이 같은 창업자의 지배력 약화를 틈타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공격이 늘어나자 각종 경영권 방어책이 도입됐다. 그 중 하나가 차등의결권이다. 1주 1의결권을 가진 보통주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한 종류주를 특정인을 대상으로 발행하는 제도다.

*혁신기업과 기업지배구조 트렌드(한국경제연구원 박현성)

차등의결권을 도입한 대표적인 실리콘밸리 기업이 구글이다. 2004년 IPO를 하면서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등 창업자 그룹에 주당 10배의 의결권을 부여했다. 창업자들은 서신을 통해 "단기이익을 좇는 월스트리트 방식에서 벗어나 장기전략 수립이 가능해진다"고 도입배경을 설명했다.

물론 주주들의 반대와 집단소송 제기 등의 논란이 있었지만 결국 관철됐다. 구글의 공동창업자들은 이를 통해 의결권 63.5%를 안정적으로 확보, 장기적인 미래가치에 역점을 둔 경영을 실행할 수 있었다.

차등의결권은 창업자의 지배력 희석 부담을 줄이면서 IPO나 주식교환을 통한 M&A를 적극 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구글은 확고한 지배력을 바탕으로 여러 사업에 손을 대면서 급격히 팽창했다. 사업규모가 우후죽순 커지자 이를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2015년 '알파벳'을 설립,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기존 주요사업인 검색, 광고, 지도, 앱, 유튜브, 안드로이드 등은 구글에 남고 네스트(스마트홈), 칼리코(생명공학), 파이버(초고속 인터넷), 구글 벤처(벤처투자), 구글 캐피탈(신기술투자), 구글 엑스(스마트안경, 무인차) 등이 지주사인 알파벳의 품으로 들어갔다.

◇경영권 세습 악용, 주주권익 침해 위험도

네이버는 구글과 반대로 외부공격에 취약한 국내기업 사례로 꼽혔다. 외국인주식보유율이 56%를 넘는 반면 이해진 GIO의 지분은 4.64%(보고서 작성 당시 기준, 현재 3.73%)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박 연구원은 "네이버의 경우 창업자의 지분율이 낮아 주주행동주의에 의한 공격이 발생하면 아무런 방어책 없이 당할 수 있다"며 "이는 네이버뿐만 아닌 비슷한 IT 기업들의 지속성장에 큰 방해요소가 된다"고 진단했다.

*한국은 왜 Google을 꿈꾸는가(SK증권 김영우)

국내에선 재계를 중심으로 차등의결권 도입을 요구하고 있으나 반대 목소리가 여전히 거세다. 재벌의 경영권 세습에 악용될 소지가 있고 다른 주주들의 권익을 침해할 위험이 크다는 게 문제다. 오너 가문의 독단과 경영실패를 주주들이 견제하지 못하는 부작용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포드다. 최고경영자(CEO)가 주가관리에 실패하자 불만을 품은 주주들은 창업자(헨리 포드)의 후손들이 2% 미만의 지분으로 40%의 의결권을 행사하는 차등의결권을 폐기하자고 나섰다. 자본시장의 최선진국인 미국에서도 차등의결권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네이버 역시 차등의결권을 고려한 적이 있다. 2015년 일본자회사 라인(LINE Corporation)의 상장을 추진하던 당시 지분희석에 따른 경영권 약화가 우려되자 주관사들은 차등의결권을 제안했다. 그러나 실현되지는 못했다. 2016년 7월 라인 IPO 기자간담회에서 이 GIO는 "일본에선 차등의결권 주식의 상장이 가능하지만 그 사례가 많지 않아 포기했다"고 말했다.

일본 증권거래소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다고 전해진다. 일본은 2008년에 차등의결권 도입을 법적으로 허용했으나 상당히 까다로운 조건을 걸어놨다. 실효성이 적다고 판단한 네이버 측은 라인을 미국, 일본에 동시 상장하는 방안을 택했다. 유통주식 수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지분희석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네이버는 차등의결권이란 무기 없이 구글에 대항하고 있다. 일본에서 '야후재팬'이 구글에 밀려 위세가 약해진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선방하고 있다. 창업자의 지분에 기댈 수 없으니 신사업을 주도하고 성과를 내는 정공법으로 주주의 지지를 끌어낸 게 주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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