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11월 04일 08시0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SDS는 언제쯤 본업가치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얼마 전 취재과정에서 들었던 삼성 관계자의 말은 삼성SDS의 고민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건희 회장 별세 후 10조원 넘는 상속세 문제가 불거지자 총수일가가 보유한 계열사의 지분 매각설이 부각됐다. 시선은 지배구조에 큰 영향이 없는 삼성SDS로 향했다.
삼성SDS는 전산 인프라 구축 및 IT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시스템통합(SI) 1위 업체다. 그러나 이 회사의 가치는 본업보다 지배구조 이슈에 움직이는 경향이 크다. 평소 10만~20만주 수준이던 거래량이 이 회장이 타계한 지난달 26일 112만주로 껑충 뛴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지분(9.2%)을 가진 일부 계열사에 적용되는 'JY 프리미엄'이다.
실제로 이 부회장이 2016년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에 참여할 당시 자금마련을 위해 삼성SDS 지분 2.05%를 처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주가가 15% 이상 하락한 전례가 있다.
이런 프리미엄은 단점도 있기 마련이다. 삼성SDS는 사익편취(일감 몰아주기)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정치권과 공정거래위원회의 타깃이었다. 총수일가 지분은 17%로 규제대상(30%)이 아니지만 국내 대표그룹 계열사란 타이틀 탓인지 집요한 견제를 받고 있다.
그룹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지원하는 이 회사는 사실 삼성그룹 기술의 본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SDS가 내놓은 인공지능(AI), 블록체인, 클라우드 기술은 대부분 B2B용이라 일반인이 쉽게 접할 수 없어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삼성전자 매출이 많다는 점을 들어 저평가하는 이들도 있으나 반대로 보면 삼성SDS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지원이 삼성전자를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일조했다는 뜻이다. 기술력이 부족한데 계열사란 이유로 삼성SDS를 썼다면 삼성전자가 지금 같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을까. 삼성SDS 내부에서 삼성전자를 가장 까다로운 고객사라 부르는 이유다.
이 회장 작고로 삼성SDS는 당분간 지배구조 이슈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이 주식을 처분할 경우 또 주가폭락을 겪을 수 있다. 하지만 오히려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일감 몰아주기, 오너일가 자금줄 등의 멍에를 벗는다면 운신의 폭이 지금보다 훨씬 넓어진다. 그때야말로 삼성SDS의 진가를 인정받을 기회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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