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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M&A]대우조선 기업결합 몽니 일본, 항공업 구조조정도 복병되나조선 빅딜에 WTO 제소로 어깃장…노선감축 등 조건부승인 가능성

최익환 기자공개 2020-12-10 10:00:19

이 기사는 2020년 12월 09일 10:57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과정에서 해외 기업결합심사가 최대 난관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일본 규제 당국의 승인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 3월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심사를 개시하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등 어깃장을 놓은 일본은 현재 9개월째 심사만 진행 중이다. 나리타와 하네다 공항의 허브공항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조건부 승인이 이뤄질 경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의 효과는 크게 저해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자문하고 있는 김·장 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 화우 등 자문단은 각국 기업결합신고 준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 자문단은 법원 결정 직후부터 기업결합심사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조선 결합심사 차일피일 미룬 일본, 걸림돌로 지목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온전히 품기 위해서는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등 국내외 공정거래당국으로부터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야한다. 두 회사의 각국 내 합산매출이 기준을 초과하게 돼 사전 기업결합 심사 대상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인수자가 되는 회사가 일본 내에서 200억엔을 초과하는 매출을 올리고, 피인수회사의 일본 내 매출이 50억엔을 넘길 경우 사전독점금지법에 의해 기업결합심사대상에 오른다.

이번 인수는 일본 사전독점금지법이 정한 심사대상 기준에 포함된다. 대한항공의 경우 지난해 기준 일본노선에서 약 7000억원의 여객매출과 1500억원 대의 화물매출을 일으켜 기업결합심사에 해당한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여객과 화물을 합해 1000억원에 가까운 매출이 일본 노선으로 발생했다.

업계는 일본 정부의 움직임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지난 2월 일본 정부는 WTO에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과정에서 정부의 재정적 조치가 WTO 보조금 협정에 위배된다는 요지로 제소를 진행했다. 이후 3월부터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심사가 이뤄지고 있으나 10월 중에 종료된다는 산업은행의 예상과는 달리 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자민당 정권이 한국과의 무역분쟁을 의식해 기업결합심사 역시 속도가 나지 않을 수밖에 없다”며 “특히나 정부가 개입한 합병 거래라는 점에서 일본이 트집잡을만한 명분은 다소 충분하게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환승수요 빼앗길라”…노선감축 조치 요구 전망 우세

이 같은 상황 탓에 일본 기업결합심사가 미국과 EU보다도 항공업 구조조정의 더 큰 난관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특히 동아시아 3개국(한국·중국·일본)이 펼치고 있는 허브공항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상황에서 자국 항공산업 보호와 공항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업결합의 조건으로 무리한 요구를 내놓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특히 항공업계 등은 일본 정부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통합법인에 일부 일본 노선을 감축하라는 명령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있다. 도쿄 나리타 국제공항과 하네다 국제공항의 허브공항화를 노리는 상황에서 한국의 통합 항공사가 미국과 유럽으로 향하는 일본 승객들의 수요를 한꺼번에 흡수할 것이라는 우려감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일본 지방도시에서도 마케팅을 상당 부분 진행해왔다. 지방의 승객들이 미주와 유럽으로 향할 때 도쿄를 거치면 하네다에 내려 1시간을 이동해 나리타에 가야하지만, 인천을 거칠 경우 짐을 들고 공항을 오가는 수고로움이 덜어졌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부산경남권 주민들이 해외에 나갈 때 일본 항공사들을 이용하는 움직임과 비슷한 맥락이다.

지난 2007년 한국과 일본 정부가 체결한 항공자유화협정에 의해 양국 정부가 상대국 항공사의 취항을 줄이거나 제한할 명분은 없다. 그러나 시장 경쟁제한성을 이유로 공정거래당국의 조건부 승인을 진행할 경우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후 시너지가 상당 부분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노선감축 조치를 요구하며 일본 지방도시에서 대한항공이 차지하는 영향력을 줄일지 여부가 기업결합심사의 주된 내용이 될 것”이라며 “항공자유화협정 때문에 지방공항을 눈뜨고 빼앗긴 일본 정부에게 이번 거래는 국내 항공사들을 억누를 기회로 받아들여질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대응전략은 아직 '미비'…일본 내 항공합병 변수도

이에 대한 산업은행 측의 준비는 다소 늦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HDC현대산업개발과의 아시아나항공 거래 무산 2개월만에 이번 거래가 시장에 공개된 만큼, 그동안 대한항공과의 합병을 상정한 기업결합심사 대비작업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때문에 기업결합 자문을 맡은 법률자문사들에게도 다소 부담이 가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사실상 한진그룹과 산업은행간의 논의만 지속되었을 뿐 구체적으로 준비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던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실사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는데 해외 기업결합심사에 대한 대비가 제대로 이뤄졌을 리 만무하다”고 지적했다.

업계는 향후 일본 내 항공업 구조조정 국면을 이용해야한다는 분석도 조심스레 내놓는 모습이다. 지난 2009년 일본항공의 경영난과 법정관리 당시 전일본공수와의 통합 논의가 이어졌지만, 일본항공은 정부 주도의 법정관리를 졸업해 현재에 이르렀다.

그러나 최근 일본항공의 경영사정이 악화되고 있어 일본 내에서는 양대 항공사의 통합을 시도해야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사실상 정부 주도의 항공업 재편이 가능한 점은 아직 일본항공이 정부의 경영지도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일본의 항공업 구조조정이 실현될 경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에 일본이 어깃장을 놓을 명분은 크게 약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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