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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PE 애뉴얼 리포트]유암코, 구조조정 투자 '맏형' 역할 톡톡세하로 첫 엑시트…2000억 블라인드 펀드도 마련

조세훈 기자공개 2020-12-24 08:21:49

[편집자주]

2020년은 코로나19로 전세계가 몸살을 앓았던 한해였다. 그리고 그 여파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PE업계도 마찬가지였다. 상반기까지 극심한 딜 가뭄에 시달리면서 기존 계획의 불가피한 조정도 발생했다. 코로나19라는 전지구적 재앙속에 PE 운용사들의 한해는 어땠을까. 투자와 회수, 펀딩을 중심으로 자세히 알아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2월 23일 16: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암코(연합자산관리)의 구조조정 투자 강점은 올해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여파 속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M&A 환경이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도 구조조정 투자를 주도하면서 맏형다운 면모를 보였다.

구조조정 투자를 시작한 지 6년 만에 첫 회수(엑시트)도 성공적으로 일궈내며, 일각의 우려를 씻어냈다. 시장의 외면을 받았던 백판지 기업 세하를 성공적으로 턴어라운드 시켜 실력을 입증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구조조정 기업들이 대거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조직 개편도 서둘렀다. 기존 투자본부, 운용본부로 이원화된 조직 체제를 해체하고 두 본부 모두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개편했다. 신규 블라인드펀드 조성도 끝내 내년에는 더 활발한 투자 활동에 나설 전망이다.

◇구조조정 투자 선도…잇따른 M&A 눈길

유암코는 코로나19로 투심이 꽁꽁 얼어붙은 상황에서도 구조조정 투자에 과감히 나섰다. 유동성 위기에 처한 기업이 제때 외부투자를 받게끔 한 조치다. 대표적인 투자건이 포스코플랜텍 인수다. 2015년 워크아웃에 돌입한 포스코플랜텍은 지난해 하반기 매각에 착수했다.

유암코는 포스코의 캡티브(전속)물량과 플랜트엔지니어링 기술을 높이 평가해 포스코플랜텍 인수를 추진했다. 다만 올초 채권단·주주·임직원 등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딜이 지연됐다. 회사 경영 정상화를 앞당기자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지난 5월 말 600억원에 거래가 종료됐다. 유암코의 자본 투입으로 포스코플랜텍은 5년 만에 워크아웃을 졸업하고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됐다.

코지피(Co-GP)로 조성한 블라인드펀드를 통해 투자속도도 한껏 올렸다. 특히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와 공동 조성한 1000억원 규모 펀드는 조성 일 년 만에 모든 투자를 끝마쳤다. 유암코·키스톤PE는 지난해 11월 한국성장금융이 출자한 기업구조혁신펀드를 결성한 이후 우리공업(73억원), 스타코(130억원), 중전기 제작·수리업체 티씨티(277억원), 삼포산업(120억원) 등에 잇달아 투자했다. 마지막으로 대기환경설비 전문업체 에어릭스를 400억 후반대에 인수하며 투자금을 거의 대부분 소진했다.

3년 전 파인우드PE와 조성한 블라인드펀드도 올 상반기 소진했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중인 산업용 고무제조업체 제이엠신소재에 40억원을 투자했다. 제이엠신소재는 자동차의 엔진이나 유리창 주변에 들어가는 고무를 생산한다. 이 업체는 자동차 산업 등이 부진에 빠지면서 실적이 악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올 하반기에는 빅딜에 나섰다. 김광호 KHI인베스트먼트 회장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STX조선해양을 인수하기로 했다. 지난 11월 말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며 최대 25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STX조선해양 매각 작업은 2017년 무산된 후 4년 만에 종착지에 다다르게 됐다. 유암코는 산업계의 난제로 남은 구조조정 기업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며 민간 영역에서 해법을 찾아가는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평가다.

◇첫 엑시트 성공...추후 성과도 예의주시

2020년은 유암코에 상징적인 한 해로 기억된다. 구조조정 기업 투자에 나선지 6년 만에 첫 성공적 엑시트를 달성했기 때문이다. 4년 만에 1조6000억원의 자금을 집행하며 일각에서는 방만한 투자가 아니냐는 부정적 시선을 보냈지만 이번 엑시트로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켰다.

유암코는 2014년 첫 바이아웃 딜로 백판지 기업 3위인 세하를 인수했다. 이듬해에는 조직을 확대 개편해 본격적으로 기업 구조조정 투자를 단행했다. 넥스콘테크놀러지, STX엔진 등 구조조정 기업들을 연달아 인수하며 구조조정 시장의 큰 손으로 부상했다.

다만 엑시트 성과가 없어 유암코의 전문성에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존재했다. 시장의 펀드레이징보단 자체 자금으로 자금조달을 해온 만큼 검증이 덜 됐다는 시각도 있었다. 그러나 올해 세하를 성공적으로 매각하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유암코는 재무구조 개선과 사업 효율화를 통해 세하를 우량기업으로 탈바꿈했다. 2016년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세하는 지난해 14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빠른 성장성을 눈여겨 본 원매자들은 세하 매각 소식이 들리자 입찰에 적극 뛰어들었다. 한국제지와 한창제지, 신대양제지, 범창페이퍼월드 등 4곳 이상의 전략적투자자(SI)들이 본입찰에 참여했다. 최종적으로 한국제지가 새 주인으로 낙점됐다. 한국제지는 세하 지분 71.64%와 503억원 규모의 채권을 1053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유암코는 내부수익률(IRR) 10% 정도의 양호한 성과를 냈다.

2017년 조선 기자재 업체 삼강엠앤티와 공동 인수한 삼강에스앤씨(옛 고성조선해양)의 일부 엑시트도 예정돼 있다. 삼강엠앤티는 최근 삼강에스앤씨의 실적 회복이 뚜렷하자 인수 당시 보유한 콜옵션을 행사하기로 했다.

한편 2차전지 배터리 보호회로 생산업체 넥스콘테크놀러지 매각이 중단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넥스콘테크놀러지는 당초 성공적 매각이 기대됐으나 코로나19 영향으로 베트남 공장이 셧다운(일시 가동 중단)됐고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여파가 겹치며 매각 작업에 난항을 겪게됐다.

다만 최근 전기차의 성장성이 부각되면서 2차전지 업체의 몸값이 치솟고 있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로 꼽힌다. 넥스콘테크놀러지 역시 수혜를 받을 것으로 보여 추후 매각에 나서면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내년에는 4~5년 차 투자기업들의 엑시트도 가시화될 전망이다.

◇투자 강화 방점 조직개편…새 펀드 조성 '실탄' 마련

유암코는 올 상반기 구조조정(CR·Corportate Resturcturing) 본부의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CR투자본부와 CR운용본부를 CR1본부, CR2본부로 전환했다. 앞서 CR투자본부는 주로 신규 투자를 책임지고, CR운용본부는 기존 포트폴리오 투자기업을 운영·관리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번 조직개편으로 본부별 역할 칸막이는 해체됐다. 투자·관리·엑시트(투자금 회수)를 각각의 본부에서 총괄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본부별 전문화보다 상호 경쟁 체제를 도입하는 게 책임 투자를 강화하는 데 있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셈이다. 이번 개편으로 유암코의 구조조정 부문 투자는 김두일 본부장과 김원기 본부장의 '투톱' 체제로 바뀌었다.

올해 투자를 진두지휘한 김두일 본부장은 포스코플랜텍, STX조선해양을 비롯해 코지피 펀드를 통한 빠른 투자 행보에 두각을 나타냈다. 김원기 본부장은 포트폴리오 기업 관리와 매각에 집중하면서 투자를 위한 실탄 마련에 힘썼다.

IBK투자증권과는 최근 2000억 규모의 기업재무안정펀드 조성을 마무리했다. 현재 2~3곳의 기업들을 투자 대상으로 선정하고 협상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코로나19로 재무적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내년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유암코의 투자 행보는 더욱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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