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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라텍스 호황'의 역설, 박철완에게 기회 열어줬나 "2018년 공장 증설 즈음부터 투자 권유"…코로나특수 '날개' 달고 우호 세력 확보

박상희 기자공개 2021-02-19 08:01:34

이 기사는 2021년 02월 15일 14:5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사회 진입과 배당 확대 요구 등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의 주주 제안을 재계와 시장에선 '조카의 난'으로 받아들이는 가운데 승부는 주주총회 표 대결이 가를 것으로 예상된다. 박 상무는 왜 2021년 정기 주주총회를 노렸을까.

재계는 박 상무가 NB라텍스 호황 등에 힘입어 금호석유화학의 실적과 주가 흐름이 가파르게 상승세를 타고 있는 시점을 노린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 주가 흐름이 상승 사이클을 타고 있는 상황을 십분 활용해 우호세력을 확보하고, 영업이익 등이 증가한 점을 노려 배당 확대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특수에 힙입어 실적과 주가가 상승 사이클에 올라탄 타이밍을 박 상무가 놓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호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7422억원으로 2019년(3654억원)보다 103.1%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영업이익이 2배 이상 증가했다. '코로나19 특수'에 힘입어 NB라텍스 등 화학제품 판매가 늘어난 덕분이다.

올해 실적 전망은 더 좋다. 사상 최대 실적을 예고하고 있다. 증권가 컨센서스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의 올 연간 영업이익은 1조3713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2011년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2011년 금호석유화학은 당시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호황 사이클에 힘입어 매출액 6조4573억원, 영업이익 8421억원을 기록했다. 2010년 4조9570억원의 매출과 5710억원의 영업이익 대비 30%, 47% 증가한 사상 최대 실적이었다.

증권가 전망대로라면 금호석유화학은 2011년에 기록한 사상 최대 실적을 10년 만에 경신하게 된다. 박 상무는 이같은 호황 사이클을 노려 경영권 분쟁 불씨를 당겼다. 박 상무가 2021년 주총을 '결전의 날'로 정한 것은 NB라텍스를 주축으로 한 실적 퀀텀 점프와 주가 상승을 염두에 뒀다는 해석이다.

금호석유화학 사업부문에서 합성고무와 합성수지가 차지하는 매출액 비중은 2020년 3분기 누적 기준 71.69%, 영업이익 기준으로는 71.79%에 달한다. 합성고무와 합성수지 영업이익 규모는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3353억원으로, 2019년 연간 영업이익(2999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박 상무는 임원으로 승진한 이후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줄곧 고무해외영업담당 부서만 맡아왔다. 회사 매출의 주요 근간인 고무와 합성수지 사업부문이 호황 사이클에 올라탔다는 걸 모를리가 없다.

더욱이 지난해는 코로나19 특수가 더해졌다. 코로나 사태 이후 의료·위생용 장갑 수요가 늘어나면서 금호석유화학의 주요 제품인 NB라텍스 수출도 급증했다. NB라텍스는 의료의생용 장갑 소재로, 금호석유화학은 글로벌 NB라텍스 시장에서 글로벌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NB라텍스는 수출과 내수 모두 국내 라텍스영업팀에서 담당하고 있으며, 박철완 상무는 고무해외영업 담당 임원으로 주요 클라이언트는 타이어 회사"라면서 "라텍스는 박 상무 관할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박 상무가 임원으로서 주요 회의에 참석하기 때문에 NB라텍스를 비롯한 제품 판매 호조로 인한 실적 개선 흐름은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초 증권가에서는 금호석유화학의 실적 개선 전망을 근거로 줄줄이 주가 전망치를 올렸다. 실제로 지난해 금호석유호학 주가는 가파르게 상승했고, 올해도 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올 들어 금호석유화학 주가 상승률은 무려 84.8%에 달한다.

이같은 실적 점프와 주가 상승은 박 상무가 향후 주총 대결을 염두에 두고 우호세력을 끌어들이기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했다는 평가다. 통상적으로 경영권 분쟁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 주가는 더욱 상승 곡선을 그린다. 실적이라는 펀더멘탈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는데다 업황도 호조세다. 여기에 경영권 분쟁이 더해져 주가가 상승하면 주주로선 딱히 손해볼 게 없다.

금호석유화학은 2018년 울산 공장 증설을 결정했다. 현재 35% 안팎의 점유율로, NB라텍스 글로벌 시장 1위 업체다. 호황에 따른 과실을 최대로 누리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박 상무는 2018년 무렵을 기점으로 NB라텍스 등 실적 개선에 힘입어 금호석유화학 주가가 크게 오를 것이라고 투자를 권유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지난해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사태가 금호석유화학 실적과 주가에 날개를 달아주면서 박 상무가 최대주주로서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구체적인 액션플랜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 상무가 금호석유화학 개인 최대주주(10%)임에도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했다는 점, 그간박 상무가 견뎌야 했던 불공정한 처우와 설움 등에 공감하더라도 투자자가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것은 투자 수익률이다. 경영권 분쟁이 주주 제안 형태보다 더 극렬한 상태로 심화될 경우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실적 뒷받침을 근거로 한 주가 상승은 투자자에게 리스크를 줄여주는 요소다.

더욱이 박 상무는 백기사 역할을 할 수 있는 세력을 점조직으로 구성해 외부에 드러내지 않도록 리스크를 줄이는 전략을 구사했다. 개별 주주 지분율이 5% 미만으로, 주요 주주(5% 이상)로 집계되지 않도록 점 조직을 활용해 우호세력을 확보했다.

주주 환심을 살 수 있는 배당 확대도 실적이 뒷받침 돼야 힘을 받는다. 경영 실적이 좋지 않아 회사가 휘청이는데 무턱대고 막대한 배당을 요구하는 주주 제안이 설득력을 갖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박 상무는 주주제안을 통해 배당금을 기존 1500원에서 1만1000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회사 실적 개선이 주요 근거였다. 금호석유화학은 회사 실적이 좋을 때나 그렇지 않을 때나 비슷한 수준의 안정적인 배당을 실시하는 정책을 고수해왔다. 박 상무의 제안은 배당을 실적에 연동하자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같은 요구는 그간 금호석유화학의 배당 정책에 불만을 품어왔던 주주들에게는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다.

업계 관계자는 "박 상무가 본인이 요구한 배당금이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 "다만 10을 요구해야 그 절반의 절반이라도 반영되지 않을까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실제로 배당 확대가 받아들여지면 대다수 주주들은 이를 박 상무의 공(功)으로 생각할 것이고, 이게 박 상무가 노리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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