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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모니터/LG전자]모범생의 아쉬운 지배구조 'B등급'⑥환경과 사회 분야는 상위 등급 유지…ESG 경영강화 과제

김혜란 기자공개 2021-02-26 08:10:04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 대기업은 개인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효율성만큼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더벨은 기업의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2월 24일 13:5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그룹은 '지배구조 모범생'으로 통한다. 2003년 정부 권고에 따라 국내에서 가장 먼저 지주회사 체제를 도입했고 지배구조 개선에 가장 선도적인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남겼다.

하지만 지주사 체제 전환 이후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은 외부 평정기관에서 LG를 두고 지배구조 측면에서 선도적인 기업이라고 평가하지는 않는다. ㈜LG는 지난해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지배구조(G) 평가에서 B+을 받았고, 핵심계열사인 LG전자는 이보다 등급이 더 낮다. LG전자는 2016년 이후 계속 B등급에 머물러 있다.

소유구조엔 문제가 없지만 이사회 운영 방식이 KCGS 권고 기준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삼성이나 현대자동차그룹 등이 ESG 평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이사회 관행을 바꿔온 것과는 달리 보수적인 기조를 유지해왔다.

LG전자는 지난해 KCGS의 ESG 등급에서 B+를 받았다. 2019년과 비교해 사회(S) 부문은 A에서 A+로 개선됐고 환경(E) 분야도 계속 A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지배구조 부문만 유독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룹 내에서 LG유플러스와 함께 가장 낮은 등급이다. B등급은 7가지 평가 등급 중 5번째로 주주가치를 훼손할 여지가 있으니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의미한다.

글로벌 ESG 평가기관인 모건스탠리인터내셔널(MSCI)은 LG전자의 종합 ESG 등급을 A로 부여했다. 기존 '리더(Leader)' 수준인 AA에서 지난해 A로 강등됐다. 물론 A도 업계 '평균(Average)'에 속해 KCGS 평가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적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세부평가요인을 보면 MSCI 역시 LG전자의 기업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를 '뒤쳐진(Laggard)' 수준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지배구조란 결국 기업의 경영 의사결정시스템에 관한 것이다. 기업지배구조를 평가할 때도 총수나 경영진 한 사람에 의해 잘못된 의사결정이 내려지지 않도록 감시·견제할 여러 장치가 마련돼 있는지를 들여다본다.

LG전자 이사회는 현재 사내이사 2명, 기타비상무이사 1명, 사외이사 4명으로 구성돼 있다. 사외이사 비중은 57%로 상법 기준(사외이사가 이사 총수의 과반)을 충족하고 있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도 분리됐다. 하지만 이사회가 형식적 지배기구인지, 실질적인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판단하는 것이 기업지배구조 평가에서의 핵심이다.

LG전자의 경우 이사회 의장을 기타비상무이사인 권영수 ㈜LG 부회장이 맡고 있다. 권 부회장은 여기에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 위원장까지 겸임하고 있다. 의사결정 과정이나 사외이사 후보추천 과정에서 총수의 의중이 크게 반영되는 구조라 이사회의 독립성과 투명성에 대해 높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이사회 내 위원회 운영 측면에서도 KCGS의 모범규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KCGS 모범규준에서는 경영진의 연봉이 합당한지 사전 협의 절차를 거치는 기구인 보상위원회 설치를 권고하고 있는데, LG전자는 감사위원회와 사추위, 경영위원회만 두고 있다. 보상위원회는 감사위원회나 사추위와 달리 법적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이사회 운영의 투명성과 정당성을 높일 장치라고 본다.

KCGS 입장에선 LG전자가 법적 기준치를 턱걸이 수준으로 지킬 뿐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위한 노력은 부족하다고 평가했을 수 있다.

지배구조에는 정답이 없기 때문에 모든 기업을 획일적 잣대로 평가할 순 없다. 하지만 ESG 경영이 글로벌 화두가 되면서 기업 입장에서 ESG 등급 관리도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중요한 과제가 됐다. 다른 대기업집단 중에서도 여러 외부환경 요인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이사회를 시대 흐름에 맞게 적극적으로 개편해온 곳들이 있다.

이사회 투명성 확보 차원에서 현대자동차의 경우 지난해 보수위원회를 설치했고, 현대모비스는 주주추천사외이사제를 도입했다. 삼성전자는 KCGS 지배구조 등급이 2019년 B에서 지난해 B+로 상향됐다. LG그룹과 같이 지주사 체제인 SK-SK텔레콤은 지난해 두 곳 모두 KCGS 지배구조 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다.

KCGS에선 LG전자가 사회와 환경 부문에서 높은 평가를 받지만, 이런 기조가 이어지기 위해선 지배구조가 튼튼하게 뒷받침돼야 한다고 본다.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는 "LG의 경우 대외적 이미지가 상당히 좋아 내부적으로 이사회 체제 변화에 대한 필요성이나 동력이 다른 기업집단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것 같다"며 "지금 오너 체제에선 큰 문제가 없더라도, 계속 지속가능한 경영 체제를 만들기 위해선 견제 시스템을 보완하려는 노력이 같이 따라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 측은 "전자투표제 도입, 주주환원정책 강화 등으로 주주가치 제고에 힘쓰고 있다"며 "ESG 등급 등 외부 평가에 대해서도 주시하고 있으며 앞으로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MSCI의 LG전자 ESG 등급. 전체 ESG등급은 2019년까지 AA를 유지하다 지난해 12월 A로 하향 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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