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모니터/LG전자]기타비상무이사에 집중된 권한③사추위원장에 의장까지 겸임…지주사 장악력 강화·밀착경영에 초점
김혜란 기자공개 2021-02-24 07:08:25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 대기업은 개인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효율성만큼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더벨은 기업의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2월 18일 14시2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전자 역대 이사회의 특징은 ㈜LG 임원 출신 기타비상무이사가 한 명씩 꼭 포함됐다는 점이다. 지주사체제의 LG는 기타비상무이사를 계열사 통제 수단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업 중 하나다. 구본무 전 회장 시절에도, 현재 구광모 체제에서도 이런 관행은 변하지 않았다. 특히 기타비상무이사가 이사회 의장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장까지 겸임하는 등 권한이 강하다.LG전자는 이사회 정원을 9인으로 늘렸던 2016년을 제외하고는 사내이사 2명, 기타비상무이사 1명, 사외이사 4명 체제를 유지해왔다. 현재 이사회 구성을 보면 LG전자 권봉석 대표이사 사장(CEO)과 배두용 대표이사 부사장(CFO)이 사내이사를 맡고, 권영수 ㈜LG 부회장이 기타비상무이사로 등재돼 있다.
기타비상무이사는 이사회 내에서 사내·사외이사와 동일한 지위를 갖지만 자격요건이나 임기, 겸직에 제한이 없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이 대주주의 임원을 자회사 이사회에 참여시키고자 할 때 기타비상무이사로 등재한다. 총수의 의중을 관철할 적임자를 기타비상무이사로 파견해 지주회사가 계열사를 컨트롤하는 지배구조를 완성하는 셈이다.
권 부회장은 2019년 3월 LG전자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되면서 의장까지 겸임하게 됐다. 이사회 내 경영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사업보고서에는 기재돼 있지 않지만, LG전자가 제출한 2019년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따르면 권 부회장은 사추위 위원장까지 겸임하고 있다.
이사회 의사결정의 무게추가 권 부회장에게 쏠린 구조인 셈이다. 권 부회장이 무게감이 높은 인물이란 점을 감안하면 이사회 내 영향력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오너와 경영진을 견제할 사외이사를 뽑는 사추위에 권 부회장이 포함돼 있다는 점은 사추위의 독립성을 훼손한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지주사 체제에선 지주사와 계열사 간 의사소통 채널이 필요하다. 지주사가 보다 큰 관점에서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도 중요하다. 기타비상무이사가 소통 창구가 될 수 있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의 LG그룹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보고서에도 "지주회사인 ㈜LG의 대표이사가 그룹 내 주요 계열사의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되는 것은 지주회사의 업종 특성상 자회사 지배력이 필요한 측면에서는 겸임이 일부 인정될 수도 있다"고 돼 있다.

다만 LG전자 이사회는 삼성전자나, 같은 지주사 체제인 SK그룹과 비교할 때 보수적으로 움직여왔다. SK그룹 내에서 ㈜LG-LG전자와 같이 ㈜SK가 직접 지분을 보유한 SK텔레콤의 경우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기타비상무이사로 있다. 사내이사도 2명이다. 하지만 사외이사가 5명으로 비중이 62.5%다. 사외이사 비중 57%로 법적 의무사항을 턱걸이 수준으로 유지하는 LG전자에 비해 외형적으로는 견제 기능을 더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가 맡고 있다. 그동안 여러 사법리스크에 노출되는 과정에서 이사회를 독립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바꿔왔다. 재계 관계자는 "지배구조에는 정답이 없고 회사 상황과 특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면서 "LG그룹은 그동안 삼성이나 SK처럼 총수 부재로 대행체제를 만드는 상황에 빠지거나 주주가치 훼손, 지배구조 문제가 크게 부각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전형적인 지주회사 지배구조가 유지돼왔다"고 말했다.
LG전자의 역대 기타비상무이사인 강유식 전 LG부회장과 구본준 고문 모두 총수일가이거나 대주주를 대표하는 임원이었고, 의장을 겸임하면서 사추위원으로도 활동했다. 한 지배구조연구소 관계자는 "현실적으로는 지주회사 체제다 보니 계열사를 관리해야 하는 게 맞고 임원을 기타비상무이사로 파견할 수 있다"며 "다만 상근하는 사내이사도 아니고 사외이사도 아닌, 의결권만 갖는 어정쩡한 위치에 있는 기타비상무이사를 이사회 멤버로 채우는 게 이사회 효율성 측면에서 적절한가에 대해선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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