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2월 17일 07시5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소형 가구가 되고보니 김치가 참 귀한 음식이다. 놀란 것은 갓 만든 새 김치보다 묵은지가 훨씬 비싸다는 점이다. 멀쩡한 김치를 콤콤하게 삭도록 두는 이유는 묵은지 특유의 맛과 효능 때문이다. 김치를 오래 묵혀봤자 처음의 맛과 향에 다를 바가 없다면 혹은 더 나쁜 냄새를 낸다면 굳이 긴 시간을 들여 다시 꺼내 보고, 꺼내 볼 필요가 없다.이달 발표된 공모펀드 활성화 방안을 보고 나온 첫 마디가 '묵은지'다. 더 솔직히 말하면 '묵은지도 아니고….' 였다. 재탕 정책이 빼곡히 적혀서다. 대표적인 것이 공모펀드 성과연동제다. 말 그대로 펀드가 높은 수익률을 내면 운용보수를 더 주고 낮은 성과의 펀드는 운용보수를 깎겠다는 정책이다. 말만 들어서는 합리적이다. 하지만 성과연동제가 오래전부터 등장해 반복적으로 폐기됐다는 게 문제다.
이번 성과연동제는 초과 수익률을 분기별로 반영하는 등 몇 가지 문제점을 보완했다. 그런데도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사실을 여러 해에 걸쳐 확인해서다. 공모펀드 성과연동제는 2013년부터 수차례 등장한 펀드 활성화 방안이다. 개념이 처음 등장한 시기는 2009년이다. 20년째 같은 부양책이 계속 등장하는 데도 결과는 실패다. 14개 펀드, 225억원이 설정되는 데 그쳤다.
성과연동제가 꾸준히 엎어진 배경은 선택을 받지 못해서다. 자산운용사로서는 일반 펀드 대비 낮은 보수가 예상되는 성과연동제 펀드를 굳이 설정할 필요가 없다. 투자자는 애초에 공모펀드를 선택하는 비율부터 낮다. 그중에서도 범위가 훨씬 좁은 성과연동제 펀드를 고를 이유가 만무하다.
시장 실패를 보고도 다시 꺼내든 원인은 금융당국의 접근법 때문이다. 정책보다 더 해묵은 것은 공모펀드 부진의 원인을 바라보는 금융당국의 태도다. 공모펀드를 잘 운용하면 '보너스'를 주고 보너스를 주면 공모펀드 부진도 해소되리라는 논법은 결국 자산운용사에게 화살을 돌린다.
운용업계는 운용사의 공모펀드 책임감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규제 장벽이 높아 수익률이 낮다고 주장한다. 외부 규제로 투자자 선택을 받지 못했는데 공모펀드 규제는 유지한 채 성과연동제를 도입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이야기다.
해결책을 만들 때 첫 번째 순서는 문제를 맞닥뜨린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는 것이다. 지난해 가장 눈에 띄게 성장한 한 공모펀드의 보수율은 1.6%다. 0.3% 수수료도 등장한 와중 낮지 않은 수수료다. 그럼에도 돈이 몰렸다. 수익률이 코스피 상승세의 두 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투자자의 마음으로 시장을 본다면 핵심은 수익률이지 수수료가 아니다. 해묵어도 환영받는 것은 식탁 위의 묵은지이지 금융 정책은 아닐 것이다. 금융당국의 시선 전환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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