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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사, 인터넷은행 진출? 허가해 줘도 '고민' 무거운 은행 조직, 기민성 한계 직면…디지털 혁신 갈급 '방증'

김현정 기자공개 2021-04-08 07:28:49

이 기사는 2021년 04월 07일 14: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지주사들이 디지털 혁신이란 대과제에 직면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추진에 고심하는 모양새다. 정통 은행의 한계점 극복을 위한 대안책 찾기는 대다수가 갖고 있는 고민이다.

조직 문화가 '무거운' 정통 은행 특성상 자체적으로는 디지털 변화를 기민하게 쫓기가 어렵다. 별개 법인체를 설립해 신기술 중심의 새로운 전략을 모색하는 게 보다 그럴듯한 선택일 수 있다.

다만 자칫하면 이를 주도하는 법인이 그룹 내에서 애매한 사업체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 결국 '리스크 헤지' 차원에서 보면 시중은행은 인터넷 은행에 대한 절박함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그렇다고 마냥 넋놓고 바라보기만 어려운 게 인터넷은행 진출이다.

7일 은행권 관계자는 “3월 초 정도부터 은행연합회 주도로 논의가 있었고 몇몇 금융지주사에서는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안다”며 “디지털 혁신 과제가 절박한 가운데 새로운 선택지가 생기는 것이니 긍정적이지만 아직 당국이 가타부타 언급하지 않은 초기 단계라 다들 조심스러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몇몇 금융지주사들은 자회사로 인터넷은행을 설립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 NH농협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 정도가 회자되는 중이다.

특히 농협지주의 경우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인터넷전문은행 태동기 무렵 NH농협은행은 별도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할 것이라는 포부를 보인 바 있다.

NH투자증권을 통해 케이뱅크에 출자한 뒤에도 제3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에 도전하기 위해 2019년 지주 차원에서 협력 ICT 기업을 찾기도 했다. 현재 김광수 은행연합회 회장이 최근 농협지주 회장 출신이기도 하다.

금융지주사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디지털 전환을 둘러싼 조직 한계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1만5000명 넘는 조직에서 수많은 부서 및 겹겹이 의사결정 시스템 탓에 '디지털라이제이션' 진행에 기민함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앱만 봐도 카카오뱅크나 케이뱅크 앱과 대비해 너무 무겁다는 평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유일한 영업 공간인 앱을 살펴보면 구성도 상품도 간단하다. 반면 시중은행은 앱 안에서 개인 및 기업 영업을 모두 하고 있고 상품 종류도 많다. 펀드 및 신탁, 보험, 퇴직연금, 카드 등 취급하고 있는 업무가 많으니 앱에 실려있는 것들도 많다. 타 계열사와 연동도 돼있다.

이는 새로운 기술 확보가 더딜 수밖에 없는 상황을 부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이다. 특히 앞으로 핀테크·빅테크와의 잦은 협력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새로운 바탕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있다. 심플한 조직에서 간편한 앱으로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을 것이란 전략적 셈법이다.

다른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몸집이 작아야 빠르게 치고 나갈 수 있다”며 “은행은 사실 너무 보수적이고 무거운 조직인 만큼 아예 무(無)에서 새롭게 접근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어차피 한 금융그룹 내 사업체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보면 그룹이 디지털 혁신에 더 나아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미 영업 환경 측면에서 ‘없는 것이 없는’ 은행이 과연 기대하는 결실을 볼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전국 각지에 퍼져있는 800~900개 영업점과 잘 갖춰진 모바일 앱 모두를 갖고 있는 만큼 사실상 절박함이 있을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오프라인 점포를 두지 않은 채 앱과 인터넷 사이트 등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서만 영업하는 은행을 말한다.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고객 접점이 온라인 말고는 없기 때문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아예 검토하지 않는다는 금융지주사도 있다. 기존 은행의 디지털그룹을 독립된 수준으로 성장시키는 데 전력을 다하는 것이 낫다는 전략적 판단이다.

금융당국도 당장의 인가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반기 토스뱅크 출범을 앞두고 있는 만큼 남은 절차에 집중할 계획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쟁 과열에도 회의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당초 가장 기대했던 중금리대출 시장 확대 역할에 대해 당국의 의구심이 큰 만큼 조율 과정 역시 길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나 케이뱅크가 이만큼 성장할 수 있는 것은 절박한 상황이 설정돼 있기 때문”이라며 “애써 설립한 인터넷전문은행이 전통 인터넷전문은행에 경쟁력이 떨어지는, 이도 저도 되지 않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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