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유통가 M&A 열기]신세계·이마트, 온오프 종횡무진 '플랫폼 파워' 기른다②작년 실탄 1.5조 비축, '포스트코로나' 베일 벗는 기업사냥 본능

전효점 기자공개 2021-04-22 08:09:37

[편집자주]

최근 이베이코리아 예비 입찰은 흥행 여부를 떠나 M&A(인수합병)에 대한 유통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엿볼 수 있는 단면이다. 올 들어 코로나19 확산이 주춤하고 시장이 살아나면서 기업간 인수합병과 제휴, 협업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특히 M&A는 변화한 시장이 요구하는 새로운 자질을 가장 빠르게 갖출 수 있는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M&A시장으로 몰려드는 유통가의 뜨거운 열기와 트렌드, 지향점에 대해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1년 04월 21일 10: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통업계에서 신세계그룹(이하 그룹)은 안팎으로 활발한 투자를 휴지기 없이 진행해온 기업이다. 과거에는 자회사나 합작사를 주로 활용해 신사업 영역으로 진출했다면, 최근에는 특정 분야에서 노하우와 인프라를 축적한 외부기업을 적극 껴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연초부터 ㈜이마트와 ㈜신세계에서 인수합병 이벤트가 줄을 이었다. 올해 2월 양사는 네이버와 손을 잡고 2500억원 가량의 지분 스와프를 단행했다. 같은 시기 ㈜이마트가 SK그룹으로부터 야구단 SK와이번스를 1000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3월 이베이코리아 예비입찰에도 출사표를 던졌다. 또 자회사 에스에스지닷컴을 통해 2700억원을 들여 온라인 패션 플랫폼 더블유컨셉을 인수했다.

그룹의 최근 인수합병은 플랫폼으로서 영향력 강화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룹의 지향점이 쿠팡과 네이버를 상대로 하는 이커머스 경쟁 구도로 좁혀지기 어렵다는 의미다. 온라인 뿐만 아니라 점포, 스포츠, 호텔, 테마파크 등 오프라인사업 분야에서도 활발한 투자와 인수합병을 병행하고 있다.


◇지난해 계열사 재편·현금 비축↑…신사업 기반 마련 병행

지난해 신세계그룹은 코로나19 이후 시기를 대비해 계열사들을 정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돈이 안되는 계열사를 정리해 효율성을 높이고 현금을 축적했다.

2020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그룹 주요 계역사들의 현금성자산이 전년대비 크게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마트의 경우 연결 기준 현금성자산은 1조1133억원으로 전년 6800억원의 두 배 가까이 불어났다. 신세계 연결 현금성 자산 역시 연말 기준 3888억원으로 전년도 1777억원의 두 배 이상 누적됐다.

실탄 쌓기는 비효율적인 자회사 정리를 통해 주로 이뤄졌다. ㈜신세계의 경우 화장품·패션 자회사 신세계인터내셔날 산하 제조 계열사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 지분을 매각하면서 제조업에서 손을 뗐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또 지난해 12월 수년 째 지지부진 하던 프랑스 자회사 'Shinsegae Poiret S.A.S' 지분 전량을 청산한다.

㈜이마트도 지난해 계열사 지분을 과감히 정리하면서 자원을 재배분했다. 7월에는 손자회사인 신세계페이먼츠를 청산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어 11월에는 ㈜이마트가 손자회사인 스타필드하남 유상감자를 단행하고 현금 약 1600억원을 확보했다.

현금을 기반으로 위기에서 반등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은 그룹의 오래된 유산이다. ㈜이마트는 외환위기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막강한 유통기업이 아니었다. 하지만 1993년 창동점을 개점하면서 할인점 사업에 뛰어든 후 불과 5년여간 일으킨 영업현금흐름을 기반으로 외환위기 당시 전국 요지에 헐값에 나온 부지를 사들였다. 이때 누적한 막대한 부동산 자산을 기반으로 오늘날 롯데를 능가하는 유통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룹은 이같은 경험을 통해 위기를 벗어나는 시점이 M&A 적기라는 것을 학습으로 체득했다. 경기가 바닥을 찍던 지난해 계열사들이 조용히 현금 실탄을 누적했던 것도 위기가 지나고 회복이 시작되면서 도래할 변혁의 시기를 대비해서였다.

㈜신세계와 ㈜이마트는 현금 확보와 함께 '포스트코로나' 시기를 겨냥한 신사업 기반을 마련하는 작업을 병행했다. 신사업을 주도할 신규 계열사와 투자회사를 설립하면서 올해 본격적으로 찾아올 회복기를 대비해 만반의 채비를 갖췄다.

대표적인 예가 ㈜신세계가 지난해 4월 260억원을 출자해 설립한 콘텐츠 자회사 ㈜마인드마크다. 비대면 채널로 중심축이 옮겨오면서 비대면 마케팅의 핵심 수단이 되는 콘텐츠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계열사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마인트마크는 뒤이은 6월 드라마 제작사 실크우드㈜, 9월 ㈜스튜디오329 등 소규모 인수를 잇따라 진행하면서 전력을 보강했다.

㈜신세계는 작년 8월엔 자회사 신세계인터내셔날 및 신세계센트럴시티와 공동 출자해 VC 계열사 시그나이트파트너스를 설립했다. 그룹 유통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신사업을 발굴해 선점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코로나19 이전부터 추진해오던 호텔 신사업을 마무리 짓는데 전념했다.


◇베일 벗는 M&A 본능…'플랫폼' 강화 향해 '집중'

일련의 준비 작업을 돌이켜보면 그룹이 올 들어 외부기업 투자에 두팔을 걷어붙인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이전까지 그룹은 신사업 확장이 필요할 때마다 외부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방식보다는 출자를 통해 신규 자회사·합작사 등을 설립하는 방식을 선호했다. 부동산개발업을 하는 신세계프라퍼티나 스타벅스커피코리아 등은 주로 합작 형태를 띠고 있는 계열사다. 호텔, 면세, 이커머스 등은 직접 설립한 계열사를 통해 진출한 사업 분야다.

물론 인수합병도 자주 이뤄졌다. 주로 그룹이 직접 인프라를 확충하기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 비효율적이거나 사업 경험이 없는 영역에 진출할 때 이 방식이 활용됐다. ㈜이마트의 경우 과거 소주와 생수 신사업에 진출할 때 미국 등 해외 신시장에 닻을 내리기 위해 인수합병이라는 수단을 택했다.

하지만 올해 인수합병은 과거와는 결이 다르다. 전혀 새로운 신사업 영역에 진출하는 것도 아니고, 강점이 있는 오프라인 유통 본업의 확장을 위한 차원도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그룹이 추진하는 인수합병은 플랫폼으로서 영향력 강화라는 하나의 목표를 구심점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달 더블유컨셉 인수 주체가 패션 계열사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아닌 ㈜이마트의 에스에스지닷컴이라는 점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애초에 더블유컨셉을 인수한 목적이 패션사업 강화가 아닌 이커머스시장에서 에스에스지닷컴 영향력 확대였다는 의미다.

에스에스지닷컴은 이미 ㈜신세계 및 산하 계열사를 통해 패션과 화장품 상품을 온라인에서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연간 4조원에 이르는 에스에스지닷컴 거래액 가운데 ㈜신세계 부문은 약 1조5000억원을 차지한는데 그친다.

이같은 상황에서 더블유컨셉 인수는 패션뷰티 카테고리에서 추가적인 거래액 성장을 모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피인수 플랫폼의 주요 고객층인 1020세대를 에스에스지닷컴 잠재적 고객층으로 끌어오는 효과를 가진다. 더블유컨셉의 거래액은 연간 25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단순 인수만으로 기존 ㈜신세계 부문의 20%에 가까운 거래액이 추가되는 셈이다.

일견 뜬금 없어 보이는 최근 이마트 야구단 인수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SK와이번스는 SK그룹 시절 한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는 상징적인 사업에 불과했다. 하지만 소비자와 밀접하게 만나는 유통업과 만났을 때는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가능성이 열려있다.


단적으로 수십만 규모 와이번스 팬층와 이커머스를 이끌어가는 소비자는 세대 면에서 겹친다. 뿐만 아니라 유통기업의 관점에서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커뮤니티 활동을 활발하게 이어가는 야구팬층이야말로 보면 스포츠 마케팅에 최적화된 고객층이다 '에스에스지랜더스' 야구팬을 '에스에스지닷컴' 팬으로 끌어올 수 있다는 의미다. 이같은 구심점을 기반으로 플랫폼으로서 에스에스지닷컴의 영향력은 한층 배가된다.

최근의 인수합병 면면을 살펴보면 그룹은 양대 채널을 넘나드는 하나의 플랫폼 브랜드를 지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온·오프라인 어느 특정 분야의 시장지배자의 지위가 목표가 아니라는 의미다.

아직까지 시장은 신세계그룹이 하루가 멀다하고 터뜨리는 M&A 소식을 확실한 호재로 받아들이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전까지 겪어보지 못한 패러다임 전환의 국면에서 그룹의 작은 움직임과 선택들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쉽게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시장은 전문가들의 예측이나 확신보다 한걸음 먼저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억눌렸던 소비가 터져나오는 과정에서 그룹은 명백한 성적표를 받아들 예정이다. 지난해부터 조금씩 이어온 계열사 재편과 타법인 인수합병, 파트너십 등의 움직임들이 실제로 플랫폼 경쟁력 강화로 이어졌는지에 대한 결과물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순까지는 적어도 시장의 관망세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하반기부터 신세계그룹의 강한 기초체력이 재조명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