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국민연금의 씁쓸한 '역대급' 운용역 충원 [thebell desk]

한희연 기자공개 2021-07-01 08:14:19

이 기사는 2021년 06월 30일 07: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로나19 영향이 시작된지도 1년반이 넘어가고 있다. 유례없는 팬데믹 상황을 감안하면 주요 연기금의 투자 행보는 대체로 신중했을 것이고 이는 투자수익률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해외 연기금들의 수익률은 이런 예상을 뒤엎었다. 글로벌 연기금 투자성과를 거론할때 흔히 사례를 드는 캐나다 연기금들의 경우 지난해 성과는 더욱 두드러진다.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는 지난 3월31일 마감된 2021년 회계년도 기준 연간 수익률이 20.4%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캐나다공무원연금(PSP Investment) 또한 지난해 기금운용수익률이 18.4%로 1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공개했다. PSP는 캐나다 공무원과 군인 예비군 경찰 등의 퇴직금을 관리하는 연기금으로 올해 3월말 관리중인 순자산은 2050억달러 수준이다.

10년래 최고수익률을 발표하는 자료에서 닐 커닝햄 PSP CEO는 "이번 회계년도는 전직원이 재택근무를 하는 등 전세계적인 팬데믹 상황에서 시작되고 끝났다"며 "유난한 격변의 시간 속에서도 최고의 수익률을 끌어낸 탄력적이고 재능있는 팀이 특별히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PSP의 성과발표에서 엿볼 수 있듯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수익을 달성할 수 있는 배경에는 결국 능력있는 운용인력들이 자리하고 있다. 운용환경의 부침에도 흔들림없는 성과를 낼 수 있는 인력들을 다수 확보하고 있었고 운용성과의 공을 운용 인력들에게 돌리고 있는 셈이다.

운용자산 규모로 세계 수위의 수준을 보이고 있는 국민연금은 최근 48명의 운용역을 뽑았다. 이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역대 최대 규모 채용이다. 지난 3월말 국민연금의 운용인력은 273명이다. 전체 운용인력의 20%에 육박하는 신규 채용을 단행한 셈이다.

역대 최대 인력충원은 표면적으로 사람에 대한 투자를 늘린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대규모 인력 충원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들여다보면 씁쓸하다. 국민연금은 지난 몇년간 고질적인 운용역 이탈문제를 겪어 왔다. 매년 인력충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탈인력도 상당해 총 운용인력 수는 드라마틱하게 늘지 않고 있다.

반면 운용자산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적은 인원으로 운용하기에 더욱 빠듯한 상황이다. 지난 4월말 기준 국민연금의 운용자산은 883조원이다. 이를 273명의 운용인력을 감안해 단순히 나눠보면 인당 운용자산은 3조원이 넘는다. 해외 연기금이나 국내 다른 연기금 등과 비교해도 상당히 많은 수준이다.

타개책으로 국민연금은 최근 경력이 없는 운용역도 채용할 수 있게 제도를 개편했다. 주임운용역 채용 자격요건에서 투자실무 경력요건을 삭제하면서 경력이 없어도 운용역으로 들어올 수 있게 문턱을 낮췄다. 일단 뽑아놓고 우수인력으로 키워보겠다는 것이다. 해외연수와 전문교육, 해외 기관과의 인력교류 등의 인센티브도 제공한다고 한다.

인력충원을 위한 고육책일테지만 무경력자를 뽑아 우수인력으로 키워 쓰자는 발상을 글로벌 톱 수준의 자산규모를 자랑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한다는 점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사실 운용역 성과보상, 독립성 보장 등 본질을 외면한 채 부수적인 대책만을 내놓는 모양이기 때문이다. 일에 대한 보람이 따르고 적합한 성과가 있는 곳이라면 인재는 모이기 나름이다. 본질을 외면한 대책만으로는 역대 최고의 수익률을 자랑하며 이를 운용인력의 공으로 돌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긴 한동안 힘들어 보인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