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7월 12일 07시2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보균 켐트로닉스 회장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삼성전기 와이파이 모듈사업 인수 거래 클로징 직전 발을 뺐다. 1055억원 규모 인수·합병(M&A) 계약이었다. 고객사인 삼성전자 전략 변화를 감지하고 유턴을 택했다.M&A 실탄은 원상 복귀시킨다. 인수자로 나선 켐트로닉스 종속회사 위츠가 삼성전기에 지급한 계약금(83억원)도 돌려받는다. 켐트로닉스가 위츠에 지원한 인수자금은 회수 절차를 진행 중이다. 위츠가 켐트로닉스에 대여금(127억원)을 전액 상환하고 오는 27일 유상감자(290억원)도 진행한다.
번거로움이 뒤따르지만 값싼 수업료를 치르고 투자금을 보전했다. 켐트로닉스는 장밋빛 전망을 그리고 와이파이 모듈사업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삼성전자 협력사 '1번 시드'는 따 놓은 당상이나 다름없는 매물이었다.
켐트로닉스는 삼성전기 비주력 사업부를 인수해 한 차례 재미를 봤다. 2019년 위츠가 160억원을 써서 무선충전사업을 가져왔다. 삼성전자를 매출처로 확보한 알짜 매물이었다. 지난해 위츠 연결 기준 매출은 727억원, 영업이익은 55억원이다. 매출 88%를 삼성전자 베트남에서 거뒀다.
와이파이 모듈사업까지 품고 외형성장을 도모하려 했다. 위츠가 지분 100%를 인수하기로 했던 삼성전기 와이파이 모듈 생산법인(Samsung Electro-Mechanics(Thailand))은 지난해 매출 2764억원, 영업손실 321억원을 기록했다.
잔금일을 며칠 앞두고 예기치 못했던 변수가 등장했다. 향후 삼성전자 개발 방향이 바뀌면서 와이파이 모듈사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닐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엄습했다. 고심 끝에 M&A를 무르기로 했다.
앞선 M&A 2건은 대기업을 고객사로 둔 사업의 일장일단을 보여준다. 대개 고정적인 수주를 기반으로 매출을 올리는 밝은 면에 주목한다. 하지만 그림자도 존재한다. 특정 대기업만 바라보는 천수답 수익 구조가 굳어지면 고객사 전략 변화에 명운이 좌우되는 어두운 면도 생기기 마련이다.
켐트로닉스뿐만 아니라 수많은 중소·중견기업이 대기업에서 1번 시드를 받으려 고군분투한다. 산업 생태계 최정점에 서 있는 공룡 기업을 등에 업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터득한 생존 전략이다.
물론 대기업 공급사라는 달콤함에 취해선 훗날을 기약하기 어렵다.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무장하든 가격 경쟁력을 갖추든 대기업이 먼저 손을 내미는 파트너가 되도록 스스로 몸값을 올려야 한다. 1번 시드의 주인공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켐트로닉스의 M&A 철회가 주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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