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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 FI 갈등]1차 공판 끝낸 PEF "피해자-가해자 뒤바뀌었다"기소 부당함 주장…법리 검토부터 선행돼야

서하나 기자공개 2021-08-23 15:28:52

이 기사는 2021년 08월 23일 11: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3년을 더 기다렸으나 끝까지 하지 않은 것에 비춰볼 때 (신창재 회장이) 처음부터 기업공개(IPO)를 할 생각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중략) 계약에 따라 IPO를 완료했거나 풋옵션 행사 후 자신의 가치평가 결과를 제출하기만 했어도 이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교보생명의 재무적투자자(FI)인 어피너티컨소시엄과 딜로이트안진(안진회계법인) 측은 20일 열린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풋옵션 분쟁과 관련한 공판에서 이번 사건이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뀐 이례적인 사안임을 주목해달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피고인 측 논리를 요약하면 이번 사건은 기존 선례와도 다르고 죄형법정주의에도 위반되는 이례적 기소 사건이라는 주장이다. 이는 검찰 측에서 투자자들과 안진회계법인이 기업가치를 부풀리기 위해 공모했다는 내용을 완전히 반박하는 내용이다.

2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양철한) 심리로 교보생명 풋옵션(특정가격에 팔 권리) 분쟁과 관련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3명과 어피너티컨소시엄 관계자 2명에 대한 1차 공판이 진행됐다.

이날 검찰 측에는 홍민유 검사가, 피고인 측에는 김앤장, 법무법인 화우, 법무법인 태평양 등 소속 변호인단 약 13명이 참석했다.

검찰 측은 우선 투자자들과 안진이 주고받은 이메일을 토대로 평가방법, 평가인자, 가격을 투자자들이 최종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증거로 이메일 등을 제시하며 최소 7차례에 걸쳐 어피너티컨소시엄이 안진회계법인에 평가 방법 등의 수정을 지시하며 고의로 가치평가 결과값을 높여갔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피고인 측은 애초에 신 회장 측에서 IPO를 완료했거나 풋옵션 행사 후 자신의 가치평가 결과를 제출하기만 했어도 이번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변론을 시작했다.

피고인 측은 "신창재 회장은 평소에 보고를 받을 때 형광펜으로 밑줄을 치면서 궁금한 내용이 하나라도 생기면 그냥 넘어가지 않을 정도로 보통 사람의 10배, 20배 꼼꼼한 인물"이라며 "그런 그가 계약 내용을 몰랐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자 무고죄 처벌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피고인의 이같은 주장은 투자자들이 2018년 10월 23일 풋옵션을 행사하기 위해 안진회계법인을 선임해서 가치평가보고서 풋옵션 산출해서 신 회장에 전달했으나, 신 회장 측에서 계약 내용을 몰랐다고 주장했다는 검찰 측 주장에 대한 반박이다.

피고인 측은 또 이번 사건의 기소 자체가 부당하다는 논리를 펼쳤다. 검사가 제출한 수사보고서를 살펴보면 신 회장측의 요구사항이 가감없이 공소장에 담겨 있어 기소의 공정성이 의심된다는 내용이 요지였다. 의견서에서 수사보고서, 공소장으로 이어지는 과정 속에서 증거로 제출하지 않은 증거가 담기거나 신 회장이 제출한 의견서 3건과 동일한 내용을 찾을 수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피고인 측은 이번 사건은 기업가치 평가가 부풀려졌다는 고발에서 시작됐으나, 사실은 기업가치를 부풀린 혐의라는 표현 자체가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잘못된 표현임을 강조했다.

피고인 측은 "기업가치 평가 당시 안진 측에서 내재가치법과 향후 사업전망 관련 정보 제공 등을 요청했으나 신 회장 측은 이를 거부하다 마감 8일 전이 되어서야 필수자료를 제외한 자료를 제공했다"며 "당시 신 회장 측은 내부적으로 주당 43만원의 가치를 산출한 사실이 있으나 이를 은폐하기 위해 정보 제공을 거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고인 측은 검찰이 증거자료로 제시한 이메일에 대해서도 다른 주장을 폈다. 피고인 IMM프라이빗에쿼티 전무와 안진회계법인 회계사 등이 주고 받은 이메일을 보면 이들이 기타기업 포함시와 제외시 달라지는 기업가치를 산출해 FI 내부적으로 논의해 결정하겠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나눈 것에 주목했다.

FI 측에서 안진회계법인에 기업가치 등에 대해 지시한게 아니라 궁금한 걸 물어봤다는 점에서 당시 투자자들 사이에서 정확한 기업가치 산출에 대한 방향성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논리다.

내용을 요약하면 애초 IPO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신 회장이 FI에게 유리하게 체결된 주주간 계약을 무력화하기 위해 노조와 교보생명까지 동원했고, 가치평가 방법과 결과를 투자자가 결정하고 안진회계법인에서 따르기만 했다는 검찰 측 주장은 근거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어 피고인 측은 이번 공소 사실이 유죄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정하기 전에 법리적으로 7개의 관문을 넘어야만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변론을 맡은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측은 법리적 쟁점 측면에서 특이한 점들이 다수 발견됐다며 운을 뗐다.

이번 사건의 유무죄를 다투려면 우선 법리적으로 △독립성과 전문성과 같은 태도까지 직무에 포함되는지 여부 △회계사들의 직무에 제3항이 포함되는지 여부 △회계사의 검토 및 판단행위에 전문가적 판단이 있었다고 봐야하는지 여부 투자자들과 회계사들간 공모관계 인정여부 △공동정범의 객관적 성립요건 △편면적 대향범(범죄를 저지른 양쪽 중 한쪽만 처벌하는 경우)에 관한 법리 등을 먼저 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현재 공인회계사법은 독립성, 공정성, 전문가적 판단 위반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고, 이는 모두 불확정 개념에 해당해 이를 판단할 기준도 없기에 이번 사건 기소는 처벌 규정을 창설하는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위반된다는 것이 마지막 변론의 핵심이었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IMM프라이빗에쿼티·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싱가포르투자청으로 이뤄진 컨소시엄은 2012년 교보생명의 지분 24%를 1조2054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신 회장과 컨소시엄 주주간 계약을 맺으면서 2015년까지 IPO를 이행하지 않으면 신 회장을 대상으로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조항을 넣었다.

하지만 계약기간인 2015년에서 3년이 지난 2018년 10월까지도 IPO가 실현되지 않자 투자자들은 2018년 10월 풋옵션을 행사했고, 안진회계법인에 풋옵션 행사가격을 산정해달라고 의뢰했다. 안진은 상대가치법을 적용해 교보생명의 주식이 약 주당 40만원의 가치가 있다는 가치평가보고서를 전달했다. 주식 총액으론 약 2조원 상당이다.

이에 교보생명은 풋옵션 행사 가격을 받아들일 수 없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부정청탁과 공모가 있었다며 어피너티컨소시엄과 안진회계법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올해 1월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3명과 어피너티컨소시엄 임원 2명(어피너티, IMM PE)을 불구속 기소했다. 다음 공판은 9월 10일로 박진호 교보생명 부사장 등이 증인으로 법정에 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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