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9월 30일 07시5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수억원의 광고모델 몸값을 받는 '로지', 얼마 전 기타 연주와 노래 실력을 뽐낸 '화즈빙'. 버추얼 인플루언서(Virtual influencer)에 세계가 뜨거운 관심을 보낸다. 미추(美醜)에 대한 판단은 다를 수 있지만 적어도 흠잡을 데 없는 외모를 앞세워 기존 가상인간에 대한 거부감을 극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버추얼 인플루언서를 비롯한 휴머노이드는 수많은 실패를 딛고 비로소 우리의 일상에 들어왔다. 지금은 가상인간의 실패 사례이자 흑역사로 기억되나 우리나라에서도 2001년 '사이버 가수' 아담을 비롯해 다양한 가상인간이 출몰했었다.
뼈아픈 실패를 경험한 당시와 지금의 차이는 무엇일까. 기술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발전하면서 아담엔 없던 '인공 뇌'를 탑재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인간의 그래픽 기술의 진보로 인간이 유사인간을 거부하는 본능적인 기준점인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를 지나갔기 때문일까.
달라진 것은 없다. 오직 시간이 흘렀을 뿐이다. 2000년대 밀레니엄, 닷컴버블, 세기말초 등 복잡한 시대상에서 명멸했던 다른 가상인간들도 마찬가지일 터.
가상인간에 대한 우리 인식의 장벽이 순식간에 허물어진 것처럼 글로벌 바이오 업계에서도 큰 변화가 관측된다. 과거엔 여러 이유로 금기시됐지만 돼지 등 동물에서 인체 세포를 토대로 키운 이종장기 기술은 큰 산업이 됐다. 한때 신의 영역에 침범하는 불경으로 치부되던 유전자 통제나 재조합 기술은 어느새 미증유의 코로나바이러스로부터 인간을 보호한다.
다만 다양한 바이오 기술을 가진 업체를 제도권에 올려놓고 시장에서 평가받게 하는 세계의 트렌드와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우수한 기술을 갖춘 바이오테크들이 기술평가 문턱을 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애쓰는 포인트도 무언가 꺼림직하다. 기술력을 높여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것이 아니라 상장 요건에 맞추기 위한 사업화 실적을 내기에 분주하다. 우수한 파이프라인을 바탕으로 초기 임상에 들어선 바이오벤처들이 고작 몇백만 달러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상장을 위한 기평 문턱을 넘으려면 사업화 실적이 필요하니 거위가 알을 낳기도 전에 배에서 인위적으로 황금알을 꺼내는 것에 가깝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업계에서 주목받는 바이오벤처 스탠다임이나 피노바이오가 기평 문턱에서 넘어졌다는 소식까지 들린다. 시장은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이들은 AI나 ADC 등 기술로 업계에서 두루 인정을 받아온 곳들이다. 시장의 반응이 '작년이나 올해초 A사는 통과했는데 이들이 왜 떨어졌는가'로 요약된다.
기평 제도는 1999년에 만들어졌다. 한국거래소와 수탁기관도 최선을 다하고 있겠지만 여전히 세기말 인식을 토대로 2020년대를 사는 국내 바이오벤처를 바라보는 느낌을 받는 건 기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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