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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결합 심사를 묻다]오락가락 공정위? '배민-요기요' 심사를 5년 뒤 다시 한다면⑤3년 만에 심사 뒤집힌 사례도..."산업 변화에 따른 유연한 대응"

조은아 기자공개 2021-11-03 07:45:51

[편집자주]

M&A(인수합병)는 ‘돈의 논리’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풍부한 자금력을 보유해도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무위로 돌아간다. 독과점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기업결합 심사는 공정위의 존재 이유와 맞닿아 있다. 동시에 국내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심사가 필요하지만 동시에 경제와 산업 경쟁력을 고려하지 않을 수도 없다. 더벨은 아시아나항공과 대우조선해양 M&A를 중심으로 '기업결합 심사'라는 고차 방정식을 다면적으로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1년 10월 28일 14:41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를 향한 꾸준한 시선 가운데 하나는 바로 심사 기준이 오락가락한다는 시선이다. 공정위가 이런 불명예를 뒤집어쓴 배경에는 물론 과거 행보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같은 사안을 놓고 몇 년 만에 손바닥 뒤집듯 심사 결과를 바꾼 적도 있고 정부 혹은 대기업과 관련된 대형 M&A(인수합병)에서는 이들에게 유리한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시선은 일부는 맞지만 일부는 틀리다. 공정위가 기업결합 심사를 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작업은 바로 시장의 획정이다. 시장을 어떻게 획정하느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전통 굴뚝산업이 아닌 IT, 미디어 등의 산업은 시장 환경이 급변하는 만큼 시장의 획정 역시 그때그때 달라진다는 점이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그때는 틀렸고 지금은 맞다?' 3년 만에 뒤집힌 방송·통신 기업결합 심사

공정위의 심사 기준을 문제 삼을 때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사례가 CJ헬로비전(옛 CJ헬로) 사례다. SK텔레콤은 2015년 말 CJ헬로비전 주식 30%를 취득하고 CJ헬로비전과 SK브로드밴드를 합병하겠다며 이를 공정위에 신고했다.

2016년 공정위는 이를 불허했다. 기업결합이 이뤄질 경우 시장에서의 독과점 구조가 회복되기 어려운 수준으로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23개 지역 유료방송 시장 및 이동통신 시장에서 경쟁 압력이 크게 감소하고 결합 회사들의 시장 지배력이 더욱 강화된다는 이유에서다.

공정위가 기업결합을 막은 사례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 만큼 당시의 결정은 적지않은 파장을 불러왔다. 특히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3년 뒤 2019년 공정위는 LG유플러스와 CJ헬로비전,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사이의 기업결합을 한 번에 승인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과거에는 (유료방송 시장을) 하나의 시장으로 볼 수밖에 없었지만 시장이 디지털 중심으로 개편됐다"며 "과거 유료방송 시장이 아날로그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원하는 프로그램을 유료로 구매하는 디지털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대가 변해 심사 결과도 변했다는 의미다. 당시 공정위의 심사는 급변하는 글로벌 미디어 시장 환경에 맞춰 국내 기업들이 때를 놓치지 않도록 길을 터준 것으로도 해석됐다. 공정위 안팎에서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대형 사업자가 필요하다는 공감대와 위기의식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시기 국내외 미디어 시장은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었다. 케이블TV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고 통신사의 IPTV 역시 눈에 띄게 성장이 정체됐다.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는 국내 시장을 빠른 속도로 파고들었다.


◇'배민과 요기요' 몇 년 뒤 또 심사가 이뤄진다면?

시장이 유기체처럼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요기요의 배달의민족(배민) 기업결합을 사실상 불허한 사례 역시 눈여겨 볼만하다.

공정위는 지난해 요기요의 배민 M&A를 조건부 승인했다. 업계 2위 요기요를 운영하는 독일회사 '딜리버리히어로(DH)'가 1위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하려면 요기요를 팔라는 단서를 붙였다. 사실상 불허 결정이다.

공정위는 두 곳이 합병하면 독과점으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봤다. 두 업체의 점유율을 더하면 거래금액 기준으로 무려 99%에 이른다. 공정위는 경쟁자들이 등장할 가능성도 낮게 봤다. 당시 서울 일부지역을 중심으로 세력을 확장해가던 ‘쿠팡이츠’의 점유율이 낮다며 경쟁자로 보지 않았다.

그 뒤 10달이 흘렀다. 공정위가 과소평가한 쿠팡이츠는 어떻게 됐을까. 배민은 여전히 압도적이다. 배민의 월간 활성 이용자수는 약 2075만명으로 쿠팡이츠(약 520만명)의 4배에 이른다. 그러나 성장률로 비교하면 느낌이 달라진다. 쿠팡이츠의 이용자수는 1년 동안 4배 증가한 반면 배민 이용자수는 32% 증가하는 데 그쳤다.

99%라는 점유율은 어떨까. 이 수치만 보면 두말할 필요 없는 명백한 독점이다. 그러나 이 수치는 시장을 '배달앱'으로만 한정했기 때문에 나온 수치다. 문제는 배달앱 시장 자체가 가지는 역동성이다. 쿠팡, 네이버, 카카오 등이 수백억원을 투자하면서 시장에 뛰어들고 있어 시장의 흐름이 달라질 가능성이 다분하다.

더 근본적으로 시장 획정 자체를 문제 삼는 시각도 있다. 공정거래법 전문 변호사는 "배달앱 시장이라고 하면 이미 문장으로 볼 때 시장이 획정이 된 것처럼 보이지만 과연 시장 획정이 가능하냐는 문제가 있다"며 "(요기요와 배민이 속해있는 시장이) 단순 배달앱 시장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게 아니라 O2O(온라인과 오프라인 연계) 시장이라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온라인 분야는 굴뚝산업과 달리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장 획정을 놓고 다툼이 컸던 분야"라고 덧붙였다.

결국 같은 사안이어도 배달앱 시장으로 볼지 O2O 시장으로 볼지에 따라 판단이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배민과 요기요의 시장을 O2O 시장으로 보면 배달앱 거래금액 기준 99%라는 점유율은 의미가 없어진다.

다만 이는 역동적이고 시장 획정이 어려운 일부 산업에 해당하는 것으로 대우조선해양이나 아시아나항공처럼 시장이 명확한 사례와는 다르다.

재계 관계자는 "시대에 따라 일부 산업군의 전반적 흐름 등이 달라지면서 공정위 심사도 바뀔 수밖에 없다"며 "오락가락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그보다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공정위도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편이 더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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