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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글로벌 네트워크 점검]SK온, '현지화'의 정석 보여준 중국 시장③합작법인 설립으로 리스크는 줄이고 네트워크는 늘려

조은아 기자공개 2021-11-05 07:31:10

[편집자주]

인내의 시간은 끝났다. 배터리 분쟁·리콜 사태 등을 거치며 '골든 타임'에 성장통을 앓았던 배터리 업체들은 '뒤가 없는' 공격적 행보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절대적 위치를 점하기 위해 해외 완성차 업체들과의 합작이 주요 수단이다. 더벨은 일사불란하게 뻗어나가고 있는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이노베이션)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분석한다.

이 기사는 2021년 11월 02일 16: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이노베이션(SK온)이 후발주자임에도 빠르게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를 추격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과감한 합작법인 설립이 꼽히기도 한다. 특히 '외국 기업의 무덤'으로 불리는 중국에서도 현지 완성차 회사는 물론 배터리 회사와 손잡고 빠르게 생산기지를 확대했다. 중국은 유럽과 함께 양대 전기차 시장으로 통한다. 글로벌 완성차 회사는 물론 배터리 회사의 경쟁도 치열한 곳이다.

SK온은 현재 중국에 모두 3곳의 배터리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3곳 모두 현지 기업과의 합작을 통해 세워졌다. 최근 건설 계획을 밝힌 공장까지 더하면 모두 4개로 늘어나는데 이곳만 합작이 아닌 단독 형태로 설립된다.

SK온이 중국에 첫 합작법인을 설립한 건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베이징자동차, 베이징전공과 함께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맺은 뒤 배터리 팩 제조라인을 구축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2018년에는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하고 착공에 들어갔다. LG에너지솔루션이 2019년 중국 지리자동차와 배터리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한 것과 비교하면 한참 앞서 현지 기업과 손을 잡은 셈이다.

해당 배터리 공장에 8200억원이 투입됐다. 생산규모는 7GWh로 연간 전기차 25만대에 탑재될 수 있는 물량이다. 지난해 2분기부터 양산에 돌입했으며 베이징자동차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당시 국내 배터리 회사가 중국 배터리 회사와 손잡고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는 건 처음이었다. 그간 국내 배터리 회사들은 중국으로 기술이 유출될 가능성을 우려해 현지 기업과 손잡는 것을 꺼려왔다. 실제 합작법인을 만드는 건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은 일이다. 합작법인 설립을 두고 주요 보직에 누가 앉느냐부터 시작해, 기술 유출을 원천적으로 막으면서도 주도권을 갖기 위한 신경전이 매우 치열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SK온이 적극적으로 합작법인 설립에 나섰던 이유는 후발주자로서 중국 시장을 공략하려면 현지 기업과 손잡을 필요성이 높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중국 시장의 특수성이 고려됐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보조금 정책을 통해 외국 기업의 시장 진입을 막은 채 중국 배터리 회사를 키워왔다. 중국 정부가 쳐 놓은 보이지 않는 장벽을 넘으려면 합작법인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중국 현지 법인이 생산한 배터리로 출시되면 중국 정부의 차별을 피할 수 있었다. 이미 중국 시장을 선점한 중국 배터리 회사들이 많아 후발주자로 고객사를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점도 합작법인 설립을 선택한 이유로 꼽힌다.

합작법인 설립에 따른 일반적인 장점 역시 명확하다. 우선 물량을 안정적으로 공급 및 조달할 수 있다. 또 배터리 사업이 워낙 기술 집약적이어서 긴밀한 협력 없이는 제대로 된 제품을 생산하기 어렵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배터리 회사 입장에서는 공장에 천문학적 자금을 투입하는 데 따른 부담도 덜 수 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합작법인을 세워 배터리 공장을 지을 경우 비용은 물론 책임도 분담할 수 있다"며 "딜레이 없이 수주가 바로 매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실제 2012년 LG화학 미국 배터리 공장의 경우 GM의 전기차 볼트가 판매 부진을 겪으면서 공장 가동이 지연되기도 했다.

SK온은 첫 합작법인 설립 이후에도 중국에서 꾸준히 증설에 나섰다. 현재 중국 옌청과 후이저우에도 배터리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옌청과 후이저우 공장은 모두 중국의 배터리 회사 'EVE에너지'와 합작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이 공장들은 8월부터 양산에 돌입했다. 두 공장을 더해 연간 20GWh 규모의 배터리를 생산한다.


SK온이 네 번째 공장을 독자적으로 세우기로 한 점은 그만큼 중국 사업에 자신감이 붙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SK온은 9월 1조2000억원을 투자해 중국에 배터리 공장을 신설한다고 밝혔는데 이 공장은 SK온이 단독으로 운영한다.

SK온은 중국 3대 전기차 회사로 꼽히는 '샤오펑'과 최근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샤오펑은 니오, 리샹(리오토)과 함께 현지 3대 전기차 회사로 꼽히는 신생회사다. 이들 3개 회사는 그동안 CATL에서만 배터리를 공급받았는데 처음으로 SK온이 높은 벽을 넘었다.

업계에 다르면 상반기 3사 가운데 유일하게 샤오펑의 CATL 물량 비중이 77%로 줄었는데 SK온에게 일부 물량이 넘어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SK온은 고객사 정보를 공개하지는 않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전기차 판매가 늘면서 현지 완성차 회사들도 배터리 공급사를 다변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며 "SK온과 2개 공장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EVE에너지의 경우 중국 시장에서 네트워킹이 탄탄해 SK온의 고객사 확대에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설 공장의 생산능력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투자 규모로 볼 때 기존 중국 SK온 배터리 공장 가운데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신설 공장과 기존 창저우 공장(7GWh), 옌청 공장(10GWh), 후이저우 공장(10GWh)을 더하면 중국에서만 40GWh 안팎의 생산능력을 갖출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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