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CB 프리즘]'1개월 리픽싱 여파' 엔에스엔, 전환 최대한도 찬다200억 물량, 최저 전환가 도달 임박…오버행 현실화 우려
박창현 기자공개 2021-11-05 07:55:13
[편집자주]
전환사채(CB)는 야누스와 같다. 주식과 채권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의 지배구조와 재무구조에 동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CB 발행 기업들이 시장에서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고 이유다. 주가가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더 큰 경영 변수가 된다. 롤러코스터 장세 속에서 변화에 직면한 기업들을 살펴보고, 그 파급 효과와 후폭풍을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1년 11월 03일 15: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스닥 상장사 '엔에스엔'이 대주주 변경 후 연이어 발행한 전환사채(CB)의 오버행(대량 매물 출회) 리스크가 급부상하고 있다. 투자자 친화적으로 발행 조건이 세팅된 탓에 주가 하락 장세에서 전환 가능 주식수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무엇보다 발행 후 1개월마다 전환가액을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주면서 이미 턱밑까지 한도가 찼다. 당장 내년부터 시장에 전환 물량이 쏟아지면 주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엔에스엔은 올해 4월부터 5월까지 총 3차례에 걸쳐 23~25회차 CB를 발행했다. M&A와 연계된 자금 조달이다. 그즈음 엔에스엔은 대주주가 황원희 씨에서 '제이케이파트너스 1호 투자조합'으로 변경됐다. 새로운 대주주 측은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CB를 찍어 재원을 확보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투자자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발행을 결정했다. 만성 적자 기업에 돈을 빌려줄 투자자는 많지 않다. 엔에스엔의 경우, 자전거 제조와 컴퓨터 유통 사업 부진 여파로 최근 5년간 300억원이 넘는 누적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결국 당근책 차원에서 투자자 우위 조건을 내걸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23회차와 24회차 CB는 발행 후 1개월마다 전환가액을 하향 조정할 수 있는 조건을 넣었다. 주가가 떨어진 만큼 전환가액에 곧바로 반영해 CB 투자자의 이익 창출 기회를 극대화시켜주는 당근책이다.
CB 투자자들이 그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다. 23회차는 올해 5월 140억원 규모로 발행됐다. 투자자는 메리츠증권이다. 발행 후 엔에스엔 주가가 하향 곡선을 그리자 거의 매달 전환가액이 하향 조정됐다.
그 결과, 발행 당시 1480원이었던 전환가액이 불과 여섯 달만에 1173원으로 낮아졌다. 전환 가능 주식 수 역시 946만여주에서 1193만여주로 20%가량 늘었다.
24회차 CB의 변동 폭은 더 극적이다. 해당 CB는 45억원 규모로 올해 4월에 발행됐으며 투자자는 바로저축은행이다. 1682원이었던 최초 전환가액은 이후 다섯 차례나 하향 조정됐고, 지난달 드디어 최저 조정한도인 1178원을 찍었다. 이제 더 주가가 떨어져도 전환가액을 낮출 수 없는 마지노선까지 도달한 셈이다. 전환 가능 주식 수 역시 382만여주로 최대치까지 늘었다.
25회차 CB는 그나마 3개월마다 전환가액이 조정된다. 올해 5월에 발행돼 이달 8월에 한 차례 조정 절차를 거쳤다. 이때 전환가액이 1406원에서 1324원으로 떨어졌다.
결과적으로 대주주 변경 후 발행된 모든 CB의 전환가액이 하향 조정된 형국이다. 전환 가능 주식 수만 놓고 보면 1391만여주에서 1764만여주로 27%로 늘었다. 그만큼 오버행 리스크가 커졌다. 이는 현재 발행 주식 수(5769만여주)의 31%에 달하는 규모다.
발행된 CB는 내년 4월부터 보통주 전환이 가능하다. 이미 최저한도 수준으로 전환가액이 조정된 만큼 향후 주가만 오르면 그만큼 차익을 남길 수 있다. 설사 주가가 오르지 않더라도 다양한 안전장치까지 있다.
CB 투자자들은 모두 발행 후 1년 뒤 사채 전액을 조기상환 받을 수 있는 풋옵션을 확보하고 있다. 주가 상승 여력이 없다고 판단하면 권리를 행사해 최대 5%의 이자를 받고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더욱이 23회차와 24회차 CB는 담보까지 잡혀있어 사실상 100% 회수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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