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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그룹, 대우조선 인수 ‘불씨’ 왜 남겨뒀나 조선사들 과당 경쟁 현재진행형… 조선업 구조조정 시나리오 중 실리 챙기는 유일한 방안

강용규 기자공개 2022-03-30 07:36:00

이 기사는 2022년 03월 29일 08:0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유럽연합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불허 논리에 이의를 제기했다. 국내 조선업의 구조조정 필요성이 여전히 유효한 만큼 유럽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한편 인수의 우선권을 유지하기 위한 ‘안전장치’를 만드려는 것으로 파악된다.

◇ 현대중공업그룹, 대우조선해양 인수 포기하지 않았나

28일 현대중공업그룹에 따르면 그룹 지주사 현대중공업지주(HD현대)는 최근 유럽연합 법원에 유럽연합 경쟁당국인 집행위원회를 상대로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불허 결정과 관련한 이의제기 소송을 냈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기업결합 불승인은 시장 상황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은 비합리적 결정이었다”며 “유럽연합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고자 소를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1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에 불허 결정을 내리면서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무산됐다.

당시 집행위원회는 LNG운반선 등 가스선시장의 독과점 우려를 불허 이유로 들었다. 유럽연합 반독점법은 점유율 40% 이상을 시장 과점의 기준으로 삼는데 2020년 기준으로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LNG운반선 수주잔고 점유율은 61%에 이르렀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이를 비합리적 판단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글로벌 선박시장에 ‘선주사가 갑, 조선사가 을’이라는 구조가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와 올해 선박 발주시장의 호조에 선박 가격지표인 신조선가지수(NPI)도 2020년 12월 125.60포인트에서 15개월 연속 올라 올해 2월 154.73포인트를 기록했다. 신조선가지수는 1988년 1월의 선박 건조가격을 100으로 놓고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비교하는 지표다.

1년여 사이 선박 가격이 많이 오르기는 했지만 34년 전보다 55%밖에 오르지 않았다는 것은 조선사의 가격 협상력이 선주사에 비해 크게 취약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자료=클락슨리서치)

조선사의 취약한 협상력 문제는 조선업계의 플레이어 숫자가 줄어들지 않는 한 극복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조선업계에서는 이번 소 제기를 놓고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았다는 시선이 나온다. 인수를 재시도할 뜻이 없다면 집행위원회가 내세운 불승인 논리의 옳고 그름을 따질 필요조차 없다는 것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계의 과당 경쟁 문제가 해소되려면 대우조선해양은 국내 동종사에 인수돼야만 한다”며 “현대중공업그룹으로서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쉽게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조선업계 과당 경쟁,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 인수가 해결 최선책

글로벌 조선업계에서 수주잔량 기준으로 상위 3개 조선사인 현대중공업(한국조선해양 자회사),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이 모두 국내에 있다. 이들의 수주잔고는 대부분 LNG운반선이나 LNG추진선 등 고부가 가스선으로 채워져 있다. 중국 조선사들이 낮은 인건비를 앞세워 부가가치가 비교적 낮은 벌크선(일반화물선)이나 탱커(원유운반선 등 액체화물운반선) 수주시장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 조선3사(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가 한정된 고부가 선박시장에서 치열한 수주경쟁을 펼쳐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최근 몇 년 국내 3사는 영업전에서의 가격 경쟁력을 위해 마진을 한계에 가깝게 깎아냈다. 2020년에는 한국조선해양의 영업이익률이 고작 0.5%에 그쳤을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서 원재료비 상승과 같은 충격을 마주하면 버틸 방법이 없다. 지난해 조선용 후판 가격이 뛰자 국내 3사의 합산 적자가 4조4514억원에 이르렀다. 대우조선해양이 동종회사가 아닌 다른 투자자에 인수된다면 이와 같은 과당 경쟁에 따른 문제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한국조선해양이나 삼성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 3자 경쟁구도가 2자 경쟁구도로 줄어든다. 여기에 생산능력 확대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구축할 수 있고 인수 조선사와 대우조선해양의 중복 연구개발투자가 사라진다는 비용 측면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삼성중공업은 2019년 이미 대우조선해양 인수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2015~2021년 7년 연속 영업손실로 쌓은 적자가 5조5653억원에 이르는 만큼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여력이 크지도 않다. 해외 매각의 경우는 국내 3사의 경쟁 완화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대우조선해양이 군함을 건조하는 방산업체인 만큼 성사 가능성도 낮다.

결국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국내 조선업 구조조정의 여러 시나리오들 중 현대중공업그룹이 실리를 챙길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방안인 셈이다.

대우조선해양은 머지않아 재매각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앞서 2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경남 거제시 유세현장에서 대우조선해양 매각과 관련해 “거제 지역경제와 대한민국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대우조선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그룹으로서는 대우조선해양의 재매각을 대비해 인수 의지가 남아있음을 피력하는 것으로 협상의 ‘우선권’을 주장할 필요가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결정이 옳았는지를 법원으로부터 판단받고 싶을 뿐”이라며 “현재로서는 대우조선해양 인수 재추진 등과 관련한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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