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정신 변천사]'반기업 정서 타파' 외친 SK, 승계도 다를까이사회 권한 확대하는 SK…최태원 "노력해서 기회 얻어야"
김위수 기자공개 2022-06-10 07:45:55
[편집자주]
시대가 달라지면 기업가정신도 달라져야 한다. 오늘날 우리는 디지털 전환, 기후변화, 인구절벽 등 전에 없던 새로운 문제들에 직면해 있다. 기업과 사회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기업들이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해결책을 함께 모색할 것. 이것이 바로 '신기업가정신'을 선포한 이유다. 더벨은 신기업가정신을 위해 서로 손을 맞잡은 대기업의 기업가정신을 살펴보고 미래에 한국 재계가 걸어갈 길을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6월 07일 15: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으로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이 가장 집중하고 있는 미션은 '반기업 정서' 타파다. 최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이 되기 전부터 반기업 정서에 대해 수차례 우려를 표해왔다. 기업가 정신을 새롭게 정립한 것도 반기업 정서를 타파하기 위한 작업의 일환이다.우리나라 경제사에 반기업 정서를 촉발한 다양한 장면이 있었겠지만 사익편취 수단으로서 기업을 경영해온 기업인들의 모습이 주된 요인 중 하나다. 승계는 부의 대물림 수단으로 여겨지기 시작했고 승계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편법·불법 행위와 다툼은 반기업 정서 불씨에 불을 붙였다.
가업 승계에 대한 잣대가 까다로워지고 있는 이유다. 이런 배경에서 삼성전자와 같은 일부 대기업들은 이미 경영세습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최태원 회장은 SK그룹에 신기업가 정신을 심는다는 생각을 밝혀왔다. SK그룹이 승계를 과연 어떤 방식으로 다룰지 주목되는 이유다.
◇세 자녀 모두 SK 계열사 재직 중…"기회는 모든 사람에게"
최 회장 슬하의 삼남매인 윤정·민정·인근씨는 모두 SK그룹 계열사에 재직 중이다. 1989년생인 장녀 최윤정씨는 2017년 SK바이오팜 전략기획실에 입사해 책임 매니저로 근무하다가 2019년 미국 유학을 위해 휴직했다. 스탠퍼드대학교에서 바이오인포매틱스(생명정보학) 석사과정을 밟기 위해서였다. 이후 최윤정씨는 2020년 SK바이오팜 상장식에 직원 대표로 참석해 모습을 드러냈다. 학위를 취득한 뒤 SK바이오팜으로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
차녀 최민정씨는 1991년생으로 2019년 SK하이닉스에 입사했다. 미래전략담당 산하 부서에서 팀장 직책으로 인수합병 프로젝트 관련 업무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2'에서 열린 'SK하이닉스-GFT벤처스 이노베이션 나이트' 행사에 참석해 투자자 및 스타트업 관계자들을 만난 사실이 공개되기도 했다. 셋째인 최인근씨는 1995년생으로 2020년 SK E&S로 입사했다.
1960년생인 최 회장은 전혀 무리 없이 경영활동을 이어가고 있고, 자녀들도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중반생으로 나이가 많지 않은 편이다. 아직 삼남매들은 지주사인 SK㈜의 주식을 한 주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경영승계는 아직 SK그룹의 화두가 아니다.
다만 자녀들이 모두 그룹 계열사에 다니고 있다는 점과 최 회장의 평소 철학, SK그룹의 규모를 고려했을 때 향후 어떤 방식으로 승계가 이뤄질지 관심이 모인다.
최 회장은 승계와 관련한 신념을 밝힌 바 있다. 지난해 BBC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승계와 관련된 질문에 최 회장은 "기회는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고, 제 자녀도 노력해서 기회를 얻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SK그룹 및 계열사의 경영권을 가지기 위해서는 이사회 및 주주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은 최근 이사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SK그룹 지배구조 재편에 나서고 있다. SK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이사회가 기업 경영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사외이사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며 독립경영을 강화했다.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 중에서 선출하는 계열사들이 늘어나는 추세고, 이사회가 경영진에 대한 평가는 물론 CEO 후보 추천을 하도록 돼있다.
만약 최 회장의 자녀들이 SK그룹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가 되고자 한다면 경쟁을 통해 능력을 입증하고, 이사회에서 검증 과정까지 거쳐야 하는 시스템인 것이다. SK그룹 계열사 이사회에 사외이사로 참여한 경력이 있는 인물들은 이사회의 평가가 생각보다 혹독하다고 입을 모은다.
기업 중 상장사의 경우 CEO의 능력과 주주의 이익 간 연관관계가 강한 만큼 유능한 인재를 CEO로 발탁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로 여겨진다. 다만 친족에 대한 경영권 승계의 경우 더 강력한 명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경제개혁연대 소장인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기업에서도 임원 간의 경쟁을 통해 살아남은 유능한 사람이 CEO가 돼야 한다"며 "자녀와 같은 인물이 그 대상일 경우 기업은 강력한 입증책임을 짊어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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