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6월 28일 07:52 thebell 유료서비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 상반기 여천NCC 미매각 물량을 처리하느라 너무 고생을 했다. 하반기엔 영업에 대한 말도 나오지 않는다. (여천NCC) 발행이 어려워진 건 당연한 결과다”주요 증권사 회사채 담당 IB가 전한 중견화학사 여천NCC에 대한 최근 평판이다. 회사채 시장에 발을 붙이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된 모습이다. 여천NCC(A+)는 올 8월 2일 1000억원 규모 공모채 만기가 돌아온다. 하지만 차환발행에 대한 시장 분위기는 냉랭하다. 앞선 IB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봤다.
올 2월 중대재해 이슈에도 공모를 강행한 것이 화근이었다. 여천NCC는 2000억원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2월 14일)을 하기 직전(2월 11일)에 8명의 사상자를 낸 폭발사고를 겪었다. 당시도 현재도 중대재해는 투자자들이 기피하는 악재였다. ESG흐름에 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모는 예정대로 진행했고 결과는 전량 미매각이었다. 주관사들은 상반기 내내 떠안은 물량(1200억원)을 처리하느라 고초를 겪었다. 여천NCC 만기대응을 도와줄 엄두를 내지 못하는 이유다.
평판 훼손을 차치하더라도 발행이 쉽지 않은 환경이다. 국내외 기준금리 인상 기조로 채권평가손실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A급 회사채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반기 A급 회사채 발행량은 18조60억원이었는데 올 상반기는 4조451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당분간은 회사채 시장으로부터 독립해야할 처지다. 험난한 여정이 시작됐다. 회사채가 주력 조달 수단이었다. 올 3월 말 기준 발행잔액이 1조100억원이다. 같은기간 총차입금(1조6167억원)의 62.5%를 차지하고 있다. 올 8월 1000억원 만기 대응이 첫 숙제다.
곳간은 충분치 않다. 공교롭게도 올 들어 대규모 적자를 내기 시작한 탓이다. 작년 1분기엔 영업이익이 1879억원이었지만 올 1분기엔 622억원 손실을 냈다. 주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이 뛴 탓이다. 올 1분기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950억원에 그치고 있다. 같은 시기 공모채로 조달한 자금(1200억원)을 까먹었다. 2분기도 비슷한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어 곳간이 더 마를 수 있다.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회사채 의존도를 줄이고 조달 창구를 다변화해 유동성 위험에 대한 대응능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사업적으로도 강도 높은 효율화를 도모할 명분이 생겼다. 여천NCC가 어떤 재무적 해법을 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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