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 임박 비상장펀드, 세컨더리 시장 ‘기웃’ IPO 침체에 엑시트 요원…제도 개편으로 연장 어려움도
이민호 기자공개 2022-12-05 08:34:05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비상장기업 투자를 주요 전략으로 삼고 있는 일부 일반사모운용사는 현재 운용 중인 펀드에 편입한 물량을 세컨더리 시장에서 매각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 운용사가 편입자산에 대한 매각에 나서고 있는 이유는 펀드 만기가 임박했기 때문이다. 다수의 비상장주식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는 특정 운용사 펀드는 2019년 설정돼 조만간 만기가 도래한다. 이 운용사는 밸류에이션이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평가받을 경우 세컨더리 시장을 엑시트 창구로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이들 운용사뿐 아니라 최근 만기가 임박한 펀드에서 편입물량을 세컨더리 시장을 통해 매각하려는 경우가 늘고 있다. 세컨더리 시장이 활성화된 근본적인 원인으로 공모주 시장의 경색이 꼽힌다. 애초 일반사모펀드는 시리즈C 라운드 이하의 비상장기업보다는 1~2년 이후 IPO가 가능하다고 평가되는 기업에 프리IPO 라운드로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주요 엑시트 통로는 상장 직후 장내매각이었다.
하지만 올해 공모주 시장 부진으로 적정 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우려에 IPO 일정을 내년으로 미루는 기업들이 많아지면서 프리IPO 펀드들의 엑시트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같은 이유로 비상장기업들의 후속 자금유치가 부진한 점도 한몫했다.
다음 투자 라운드가 진행되면 상장 전이라도 신주 발행과 함께 구주주가 높아진 밸류에이션에 동반 엑시트할 기회가 생기지만 이마저도 최근 비상장기업의 밸류에이션 고평가 논란으로 지지부진한 상태다.
그나마 세컨더리 시장이 과거보다 활성화되면서 비상장펀드 운용사들이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운용사 외에도 비상장주식에 투자하려는 주체와 비히클이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기존에 주류를 형성하던 벤처캐피탈의 벤처펀드뿐 아니라 신기술사업금융회사의 신기술사업투자조합이나 증권사 PB센터의 신탁이 여기에 포함된다.
특히 일반사모펀드 수탁은행 확보가 어려워진 풍선 효과로 전업 신기사나 증권사 신기술금융 부서가 조성하는 신기술조합의 활동 반경이 크게 확대돼 세컨더리 시장의 주요 참여자로 떠올랐다는 전언이다. 여기에 소수 초고액자산가 고객들을 겨냥해 PB센터가 직접 세컨더리 시장에서 비상장주식을 50억원 이하 소액으로나마 매입해 신탁으로 판매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펀드 만기가 임박하면서 합당한 밸류에이션으로 매각 가능할 경우 세컨더리 시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침”이라며 “네트워크를 활용해 VC, 신기사, PB센터 등 업권을 막론하고 매각을 논의한다”고 말했다.
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펀드 만기까지 포트폴리오 기업의 IPO가 진행되지 않는다면 굳이 세컨더리 시장에서까지 원매자를 찾기보다는 아예 펀드 만기를 연장해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비상장펀드는 만기를 대부분 3년, 짧으면 2년 정도로 잡지만 해당 기간 동안에도 포트폴리오 기업이 상장을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투자설명서에 펀드 만기 연장의 가능성을 명시해두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사모펀드 제도 개편에 따라 운용사로서는 펀드 만기 연장이 크게 번거로워졌다. 애초 개별 수익자 전원 동의를 받아 만기를 연장하는 데는 무리가 없었지만 사모펀드 제도 개편에 따라 일반사모펀드도 만기 연장을 위해서는 수익자 총회까지 개최하고 결의해야 하는 것으로 변경됐기 때문이다.
운용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동일한 안건에 대해 두 번 동의를 구해야 하는 셈이기 때문에 절차상 어려움이 있고 수익자가 중간에 변심할 가능성도 있다”며 ”만기 연장이 어려워진 운용사들이 편입자산을 미리 매각해 현금화하려는 수요도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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