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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 없었는데' 대토신 40억 과징금에 '신탁업계 긴장' 증선위 "특수관계사에 제공하면 신용공여", 추가 사례 지속 가능성 우려

정지원 기자공개 2022-12-30 13:18:54

이 기사는 2022년 12월 28일 16: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토지신탁이 금융당국으로부터 40억원 상당의 과징금 부과 명령을 받았다. 근거는 대주주 특수관계인인 시행사 사업에 책임준공형 관리형 토지신탁을 제공한 점이 신용공여에 해당해 '자본시장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신탁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돈다. 계열사 또는 특수관계인 사업에 책준신탁을 제공한 사례가 더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시장에 책준신탁 상품이 나온 지 5년도 채 되지 않아 판례가 부족했던 상황이라 향후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28일 신탁업계에 따르면 얼마 전 대한토지신탁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과징금 40억6900만원을 부과 받았다.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 제한 위반이 드러난 탓이다.

대한토지신탁은 2017년 대주주 특수관계사가 시행사로 참여한 사업에서 책임준공형 관리형 토지신탁을 맡았다. 책임준공형 관리형 토지신탁에서는 신탁사가 신용도가 낮은 중소시공사에 이어 책임준공을 확약해 주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물꼬를 터준다.

증선위는 이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으로 봤다. 자본시장법 제34조 제2항에 따르면 금융투자업자는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대주주에게 금전 대여 등의 방식으로 신용공여를 할 수 없다. 대한토지신탁이 특수관계인 시행사에 책임준공 신용보강을 제공하고 사업을 도왔다고 본 셈이다.

이외 과태료 8000만원도 부과됐다. 2018년 대주주와 특수관계인 회사를 경쟁 입찰을 거치지 않고 관리형 토지신탁사업의 공사 계약 시공사로 선정했다는 이유다. 자본시장법 제108조 4항 등에 따르면 특정 신탁재산의 이익을 해하면서 자기 또는 제삼자의 이익을 도모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업계는 과징금 부과 근거가 된 대주주 신용공여 제한 위반 결정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신탁사의 책임준공확약을 자본시장법상 신용공여 행위로 인정한 첫 사례기 때문이다.

책임준공형 관리형 토지신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난 건 2017년부터다. 업계에선 사실상 이때부터 책준신탁이 시작됐다고 본다. 부동산 호황기를 맞아 수탁고가 빠르게 늘어났지만 책준확약이 신용공여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판례나 법령 해석이 존재하지 않았다. 신탁사 입장에서도 계열 시행사에 책준확약을 제공할시 자본시장법 위반인지 명확히 판단할 근거가 없었던 셈이다.

금융당국도 이 같은 상황에 대해선 인지하고 있다. 제19회 증권선물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당초 금융감독원은 대한토지신탁에 대해 대주주 신용공여 제한 위반과 관련 총 78억8600만원을 과징금으로 부과할 것을 건의했다. 하지만 책준확약은 지급보증과 같은 직접적인 신용공여가 아닌 점, 업계의 위반여부 인식에 고려할 사항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해 과징금을 50% 수준으로 감액했다.

다만 대한토지신탁의 40억 과징금 부과안이 최종 확정된 상태는 아니다. 현재 제재안은 증선위 의결을 거친 후 금융위원회 내 계류 중이다. 대한토지신탁 측의 소명 자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종 의결을 낼 전망이다.

비슷한 논란은 2019년에도 있었다. 당시 금융당국은 증권사의 특수관계인인 신탁사가 유동화 특수목적법인(SPC)에 책준확약을 제공하고 증권사가 유동화SPC가 발행하는 사모사채 인수를 확약하는 것을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 제한 위반으로 본 법령해석을 내놨다.

증권사가 계열 신탁사에 신용보강을 제공하는 거래로 본 셈이다. 이후 대주주 증권사와 계열 신탁사 사이 책준확약은 사라졌다. 예컨대 한국투자증권이 SPC에 사모사채 인수확약을 걸면 한국투자부동산신탁은 SPC에 책준신탁을 할 수 없게 됐다.

결정은 되돌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19년 당시에도 금융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시장에 진입했던 신탁사들이 대응 방안을 검토했지만 뾰족한 수는 나오지 않았다. 결국 기존과 달리 경쟁 금융그룹과 손을 잡는 쪽으로 영업 방식을 바꿨다.

다만 이번 과징금 부과와 관련한 파장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신탁업계 관계자는 "대한토지신탁 외에도 계열 시행사 및 시공사에 책준확약을 제공한 다른 신탁사가 있을 수 있다"며 "이번 과징금 부과 판결의 여파가 지속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책임준공형 관리형 토지신탁과 관련한 판례나 규정이 부족한 점도 문제로 꼽히고 있다. 2017년 책준신탁이 생긴 뒤 신탁사가 실제 책임준공 의무나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된 사례는 없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가 악화한 지금 실제 문제가 터질 경우 신탁사의 책임 범위에 대한 논란이 본격적으로 불거질 수 있다는 의미다.

또 다른 신탁업계 관계자는 "책준신탁 상품이 시장에서 호응을 얻었지만 시공사와 신탁사가 책임을 어디까지 나눌 것인지 등에 대해서 정해진 바는 없다"며 "내년 책준신탁에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신탁업계가 긴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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