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사외이사 제도 점검]KB금융, 차원이 다른 '외부 자문기관' 활용법①서치펌이 후보군 100% 조성, 인선자문위원 중심 선임 절차
최필우 기자공개 2023-04-11 07:10:59
[편집자주]
사외이사는 금융권 지배구조 논란의 중심이다. 견제 기능을 상실하고 경영진 장기 집권에 일조한다는 비판을 받는 반면 일반 기업에 비해 선진화된 체계로 이사회를 운영한다는 반론도 있다. 금융 당국이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메스를 든 이상 진단이 필요한 대상임은 분명하다. 더벨은 국내 주요 금융지주 사외이사가 누구이고 어떤 제도를 통해 선임되고 있는지 점검했다.
이 기사는 2023년 04월 07일 07시3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금융은 4대 금융지주 중 단연 선진화된 사외이사 제도를 갖추고 있다. 회장과 행장 갈등으로 사외이사 전원이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를 겪은 끝에 새판 짜기에 성공했다. 미리 매를 맞은 덕분에 최근 금융 당국의 금융권 지배구조 비판 사정권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비결은 외부 자문기관 활용법에 있다. KB금융은 대부분 서치펌(Search firm) 추천으로 사외이사 후보군을 구성하고 있다. 또 외부 인선 자문단을 운영해 후보를 평가한다. 수행 주체 분리로 현직 사외이사 입김을 차단해 객관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KB 사태' 큰 수업료 치르고 '회전문 연임' 차단 구조 안착
2022년 KB금융지주 지배구조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사외이사 후보군은 총 130명으로 구성돼 있다. 130명 모두 외부 자문기관인 서치펌 추천을 받았다. 지원부서 또는 사외이사가 후보군을 추천하지 않은 곳은 4대 금융 중 KB금융이 유일하다.

서치펌에 후보군 조성을 일임하는 방식은 타 금융지주와 차별화돼 있다.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은 외부 자문기관 추천도 받지만 이사회 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 권한도 상당하다. 금융그룹 내부 인사가 근무하는 이사회사무국도 후보군을 추천한다. 경영진과 사외이사의 인맥이 후보군에 포함될 수 있는 셈이다.
2014년 불거진 KB 사태가 후보 추천권을 외부에 위탁하게 된 단초다. 당시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전 KB국민은행장은 주전산기 교체를 놓고 첨예한 갈등을 겪었고 결국 둘 다 퇴진하며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당시 이사회가 경영진 견제에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았고 사외이사들도 전원 사퇴했다. 이후 사외이사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사추위를 후보군 조성 과정에서 배제한 것이다.
지원부서를 배제한 건 '회전문 연임' 비판을 의식해서다. 금융지주 회장이 지원부서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사외이사 추천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사회에 입성한 사외이사가 회장의 연임에 동의하는 관행은 금융권에 암묵적으로 이어져 왔다. 서치펌 또는 주주를 통해서만 후보를 받으면 경영진의 영향력을 차단할 수 있다.
KB금융 사외이사 후보군 조성 방식은 금융 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구상과 맞닿아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비롯한 당국 고위 관계자 사이에는 CEO와 사외이사가 서로 연임을 용인해 장기 집권 체제를 만드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팽배하다. 외부 자문기관을 적극 활용하는 방식이 사외이사 독립성 강화 초석이 될 수 있다.
◇4대 금융 유일 '인선자문단' 운영
서치펌 추천으로 후보군이 꾸려지만 외부 인선자문위원에게 주도권이 넘어간다. KB금융은 사추위의 추천과 투표로 인선자문단을 꾸리고 있다. 금융, 지배구조, 법률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인선자문단은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사외이사 후보군을 압축한다.
사추위는 인선자문단 평가가 끝나고 나서야 최종 후보를 선정할 수 있다. 사추위가 후보를 정할 때도 인선자문단의 평가 점수를 감안해야 한다. 전문 분야별로 득점 상위 후보자들을 후보군으로 압축하는 식이다. 여기에 외부 전문기관의 평판조회 결과도 반영해야 해 현직 사외이사들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크지 않다.
KB금융 사추위는 지난해 10월 신규 사외이사 선임 절차를 개시했다. 인선자문위원 7명을 선임했고 인선자문단 평가를 받은 후보군을 압축했다. 금융, 법률/규제, ESG/소비자보호 분야별 득점 상위 8명(동점자 포함)에 대한 평판조회 결과를 수집한 뒤 사추위 토론 끝에 조화준, 여정성, 김성용 사외이사를 새로 선임했다.
KB금융은 4대 금융 중 유일하게 인선자문단을 가동하고 있다. 나머지 금융지주도 사추위에서 필요성을 인정하는 경우 인선자문단을 설치해 운영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다만 명문화 돼 있을 뿐 인선자문단을 운영해 사외이사를 선임한 전례는 없다. KB금융 만이 현직 사외이사 입맛에 맞는 후보를 배제할 수 있는 절차를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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