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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증권 평가손익 해부]SK, '카카오+수소' 부진에 자회사 보유 주식가치 하락⑦직접투자 주식은 평가이익 냈지만…연결 보유 부진

고진영 기자공개 2023-04-17 07:25:31

[편집자주]

주식과 채권의 가치는 대개 반대로 움직인다. 금리 변동에 따라 돈이 움직이는 특성 때문이다. 하지만 2022년은 두 자산이 동시에 급락한 이례적인 해였다. 유가증권의 위기는 기업들이 가진 금융자산의 가치 하락으로 이어진다. 미국 SVB 사태가 유가증권자산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보여준 준 대표적 사례다. 국내 기업들이 보유한 유가증권의 공정가치는 얼마나 등락했으며 재무제표에는 어떻게 인식됐을까. 손익계산서에 나타나지 않는 미실현 손익까지 THE CFO가 분석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4월 11일 16:43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는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측정 금융자산'에서 이렇다 할 손해를 본 적이 없었다. 2020년과 2021년 각각 수천억원의 평가이익을 얻었고 평가손실이 생긴 해에도 대부분 1000억원 안쪽에 그쳤다.

그러나 지난해는 2조원을 넘는 주식가치 하락을 떠안았다. 예년과 비교해 십수 배에 이른다. 수소사업 강화 차원에서 취득했던 북미 수소기업 주식, SK텔레콤이 지분스왑으로 확보한 카카오 주식이 뜻밖의 미실현 손실을 가져왔다.

◇SK텔레콤-카카오 지분스왑, 공정가치 6000억 급락

작년 말 기준 SK㈜의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측정 자산은 5조9729억원이다. 채무상품은 7억원 상당의 수익증권뿐이고 사실상 모두 지분상품(주식)으로 구성됐다. 지분상품에 대한 투자는 원칙적으로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 자산으로 분류하는데 단기매매목적이 아닌 경우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측정 자산으로 넣을 수 있다. 다만 이 선택을 나중에 취소할 수는 없다.


SK㈜의 경우 전략적 투자 목적으로 보유하는 지분상품을 전부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측정 자산으로 지정하고 있다. 이중 SK㈜가 직접 투자 중인 주식에서는 오히려 지난해 1900억원 정도의 평가이익이 생겼다. 가치가 대폭 하락한 것은 SK㈜의 종속회사들이 가지고 있는 주식이다. 법인세 효과를 반영하고도 연결 기준으로 2조원 이상의 평가손실이 났다.

손실은 어디서 생겼을까. 우선 SK텔레콤이 보유한 카카오 지분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앞서 SK텔레콤은 2019년 11월 카카오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3000억원 규모의 지분을 맞교환했다. SK텔레콤이 자기주식을 카카오에 팔고 카카오는 신주를 발행해 SK텔레콤에 배정한 방식이다. 지분스왑에 따라 SK텔레콤은 현재 카카오 주식 1081만8510주(2.4%)를 소유 중이다.


당시 카카오 주가는 2만원대에 불과했으나 이후 파죽지세로 올랐다. 덕분에 SK텔레콤은 2020년 5400억원, 2021년 3700억원 이상의 평가이익을 챙기기도 했다. 2021년 기준 카카오 지분 장부가도 1조2000억원대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2년 내내 상승 곡선을 그리던 카카오 주가는 지난해 연초 10만원대에서 연말 5만원대로 하강했고 SK텔레콤이 가진 카카오 지분 역시 장부금액이 5700억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평가손실만 6426억원이다. 법인세효과를 인식한 후 자본에서는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측정 자산 항목으로 4920억원이 감산됐다.

◇1조 평가손실 안긴 수소사업 파트너십

카카오에서 발생한 미실현 손실을 제외하고도 SK㈜는 1조원을 넘는 손해를 더 입었다. 원인은 수소사업이다. 2년 전 SK㈜는 수소사업 추진단을 신설해 북미에 투자를 진행했다. SK㈜가 미국 자회사인 '플루터스캐피탈(Plutus Capital NY, Inc.)'에 투자하고, 플루터스캐피탈의 자회사 '그루브에너지(Grove Energy Capital LLC)'가 북미 수소사업회사 '플러그파워(Plug Power Inc.)'에 다시 투자하는 형태였다.

투자규모는 16억달러로 플루터스캐피탈과 SK E&S의 미국 자회사(SK E&S Americas, Inc.)가 절반씩 부담했다. 자금의 경우 SK㈜가 증자를 통해 약 5억달러, 3억달러는 대여를 통해 지원해줬다.

당시 SK㈜ 장동현 대표, SK E&S 추형욱 대표, 권형균 그루브에너지 대표와 플러그파워의 폴 미들턴 CFO가 각각 투자자동의서에 서명했으며 현재 그루브에너지는 플러그파워 최대주주로 지분 9.50%(5496만6188주)를 가지고 있다. 수소사업 밸류체인을 집중 육성하기 위해 진행됐던 투자다. 올 초엔 추형욱 대표와 앤디 마시 플러그파워 CEO가 직접 만나 협력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다만 지분가치 측면에서 보면 플러그파워는 SK그룹의 투자 이후 계속 하향세를 그리고 있다. SK그룹이 매입한 시기인 2021년 초만 해도 주당 60달러를 넘기며 고점을 찍었던 종목이다. 당시 '바이든 수혜주'로 불리며 주목도가 상당했다. 그러나 같은 해 연말 28달러까지 하락, 작년 말에는 1년 새 12달러 수준으로 또 반토막났고 지금은 10달러 밑까지 미끄러졌다.


글로벌 경기 침체도 문제였지만 매출 목표 달성에 연이어 실패한 이유도 있다. 실제 플러그파워는 작년 매출 상승률을 당초 80% 이상으로 제시했으나 결과적으론 40% 증가에 그쳤다.

현재 지배구조를 보면 플러그파워 주주인 그루브에너지는 SK㈜의 종속기업이고, SK E&S에 대해선 관계기업으로 분류돼 있다. 관계기업이 가진 기타포괄 금융자산에서 평가손익이 발생하면 '지분법 자본변동'이라는 항목으로 지분율에 따라 자본에 가감된다. 이에 따라 SK E&S는 플러그파워 가치 하락으로 그루브에너지가 입은 평가손실을 '지분법 자본변동' 항목을 통해 반영했다. 인식된 손실 금액은 5631억원이다.


SK E&S가 가진 그루브에너지 지분율(50.0%)을 고려하면 플러그파워 주식에서 총 1조원을 훨씬 넘는 평가손실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SK㈜는 그루브에너지의 연결 모회사이기 때문에 이 손실이 그대로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측정 자산 손익으로 반영됐다. 카카오 주식에서 본 손해와 합치면 2조원에 육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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