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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어 뉴패러다임]신발보다 싼 타이어보다 '명품 타이어'에 힘 싣는 이유①전기차 전환 시대, 고부가가치 타이어 전성기…브리지스톤·미쉐린 쫓는 타이어 3사

허인혜 기자공개 2023-06-19 07:30:09

[편집자주]

자동차의 궁극적인 기능이 운송이라는 점을 돌아보면 '타이어'는 차의 가장 핵심적인 부품이다. 그만큼 자동차 시장의 변화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곳이 타이어 업계다. 차량의 전동화·다변화 시대에 발맞춰 국내 타이어 3사의 포트폴리오도 고부가가치 타이어로 재편되고 있다. 더벨이 고부가가치 타이어로 전환된 타이어 업계의 뉴 패러다임을 분석하고 각 사별 현황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13일 16: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래형 자동차의 각축전이었던 'CES 2023'에 출품된 완성차들은 그만큼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 애썼다. '뉴 카'로 전환하기 위해 먼저 버린 것은 내연기관차 시절 애용했던 부품들이다. 차 전면부 창은 모니터가 됐고 자율주행 덕에 핸들도 사라졌다. 내연기관차의 심장인 엔진도 없어졌다.

이렇듯 전기차 시대로의 대전환은 곧 내연기관차로 초점을 맞춰온 부품사들의 위기다. 내연기관차에는 부품 2만5000~3만개가 필요하지만 전기차는 그 절반 수준인 1만5000개가 탑재된다. 국내 부품업체 중 절반 이상이 전기차 시대 전환에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 와중에도 살아남은 부품은 바퀴다. 자동차의 궁극적인 기능은 운송이고, 과거부터 현재까지 운송수단의 최우선 부품이라서다. 현대차그룹은 오히려 바퀴의 자유로운 움직임에 집중해 'e-코너 시스템' 등을 신기술로 내놨다. CES 2023에 글로벌 톱티어 타이어 기업인 브리지스톤이 참여한 것도 의미가 깊다.

덕분에 부품업계의 격변기에도 평안한 부문은 타이어다. 하지만 변화의 조짐은 있다. 완성차의 발전과 다변화에 따라 타이어 부품도 발맞춰야 해서다. 국내 타이어 3사도 포트폴리오 대전환을 진행 중이다. 그 중심에 있는 제품이 전기차·고인치로 대표되는 고부가가치 타이어다.
현대모비스가 CES 2023에서 미래형 모빌리티로 공개한 엠비전 TO. 사진=현대모비스

◇'신발보다 싼 타이어' 마케팅은 옛말

'앗, 타이어 신발보다 싸다'. 도로를 주행하며 한 번도 이 문장을 보지 못한 운전자가 있을까. '신발보다 싼 타이어'는 타이어 업계의 전설적인 캐치프레이즈다. 이 광고 문구는 타이어 3사가 아닌 유통사 타이어뱅크의 역작이지만 과거 소비자들이 타이어를 어떤 기준에서 택했는 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완성차 기업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현대차그룹 등이 글로벌 톱티어를 노리지만 국내 완성차 업계가 세계 시장을 상대로 고급화·전동화 이미지를 내건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이랬던 타이어 업계 타이어 업계는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 전기차 타이어는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분류된다. 크기가 크고 더 높은 기술력을 요해서다.

시작가 39만원대에 형성돼 있는 'Bridgestone EP500'. 사진=한국타이어 티 스테이션(T-Station)
한국타이어의 타이어 유통 채널인 티스테이션을 기준으로 전기차 전용 타이어는 아이온 스포츠가 20만원대 중후반, 브리지스톤의 타이어가 39만원부터 팔리지만 승용차용은 스탠다드 라인업을 기준으로 6만원대에도 구매가 가능하다.

'지금'이 중요한 이유는 전기차 시대로의 대 전환기라서다. 전기차 시장은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중이다. 전기차 시대와 동행할 수밖에 없는 고인치 타이어 판매도 글로벌 전역에서 확대되고 있다. 속도도 빠르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지난해 974만대 수준이었던 전기차 시장 규모가 2025년까지 2172만대로 성장한다고 봤다.

글로벌 환경 규제도 전기차 시장 확대에 기름을 끼얹고 있다. 완성차 최대 시장으로 불리는 미국에서는 환경보호청(EPA)이 2032년 판매되는 신차의 67%를 전기차로 판매하는 것을 골자로 한 자동차 오염 규제 방안을 내놨다.

◇전기차 대격변 시대, OE·RE 투트랙 공략 기회

타이어 기업은 크게 두 가지 통로로 고객을 만난다. 신차에 탑재하기 위한 시장은 기업간 거래 B2B, 교체용 타이어(RE·Replacement Equipment)로는 B2C(기업·소비자간 거래)다.

글로벌 타이어 기업들은 기업간 거래 비율이 압도적이지만 국내 타이어 업계는 B2C 비중도 적지 않다. 예컨대 국내 1위사인 한국타이어가 '티 스테이션(T-Station)' 등을 필두로 한 B2C 비중이 약 70% 수준으로 알려졌다.

제품군 변화에 따라 신차용 타이어(OE·Original Equipment), B2B 규모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B2B 비중이 늘면 B2C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대내외 경기 흐름의 영향을 덜 받고 장기간 안정적인 공급 계약도 가능하다. 거래비용과 물류비 절감도 긍정적 요소다.

전기차 시대에 따라 OE 수요의 성장이 전망되지만 RE 수요도 기대할만 하다. 공차를 기준으로 전기차의 차체 무게는 내연기관차 대비 150~200kg가량 무겁다. 그만큼 타이어 교체 시기도 빨라진다.

무게 때문에 고인치 타이어도 필연적으로 성장한다. 18인치 이상 고인치 승용차용 타이어다. 본래 이 시장은 글로벌 최상위권 타이어 그룹인 브리지스톤과 미쉐린, 굿이어 등이 높은 기술력으로 석권해 왔다. 국내에서도 대형 고급차들은 해외 브랜드를 주로 찾았다. 제네시스와 그랜저 등이다.

최근에는 국산 타이어가 해외 고인치 차량에 장착되고 있다. 대표적인 고객사가 폭스바겐이다. 한국타이어가 폭스바겐과 신형 전기 미니밴에 프리미엄 라인인 '벤투스 S1 에보3 ev' 공급 계약을 맺은 게 대표적이다. 18~21인치 타이어를 제공한다. 토요타도 새 전기차에 이 타이어를 장착했다.
한국타이어는 폭스바겐 'ID.버즈'에 신차용 타이어로 '벤투스 S1 에보3 ev'를 공급한다. 사진=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30년 공들인 고부가가치 타이어, 실적 효자로 '장성'

타이어 3사의 포트폴리오 전환 노력은 약 30년이 됐다. 1990년대 초반 중국산 저가 타이어가 국내에 상륙하면서다. 2000년대들어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을 위한 별도 라인을 구축했다.

2000년대까지도 글로벌 상위권 기업과 경쟁하기는 어려웠고 경주용 차량 등에 상징적으로 장착하는 수준이었다. 한국타이어 등이 2000년대 중반부터 고부가가치 타이어를 중점 추진전략으로 내세우며 2010년대부터 천천히 3사 실적에 영향을 주기 시작한다.

비싼 타이어를 잘 팔면 마진이 남는 게 당연하다. 단적인 예로 한국타이어의 프리미엄 타이어라인인 벤투스 프리미엄 컴포트는 15만9500원부터 시작하지만 브리지스톤의 일부 고급 타이어는 시작가만 40만원 후반대에 형성돼 있다.

오래 키운 고부가가치 타이어는 실적 효자로 장성했다. 한국타이어의 1분기 매출은 2조1041억원으로 전년 대비 17.5% 증가했다. 금호타이어도 같은 기간 매출이 9989억원으로 전년 대비 35.2% 확대됐다. 넥센타이어도 지난해 3분기부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3사 모두 고부가가치 타이어를 호실적의 배경으로 밝혔다.

최근 타이어 3사의 전략은 박리다매에서 '많이 팔고 많이 남기는' 방향으로 선회하는 중이다. 타이어 3사의 생산능력 제고 계획이 전략을 뒷받침한다.

한국타이어는 2025년까지 연 생산 능력을 9800만본까지 늘릴 예정이다. 올해 생산 능력은 9300만본 수준이다. 금호타이어가 5620만본의 생산능력을 5770만본으로 확대한다. 넥센타이어는 2027년까지 글로벌 생산능력을 4500만본에서 5200만본까지 키운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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