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회장 손 잡은 H&Q, ‘백기사 경력’ 통했다 만도 인수전·일동제약 분쟁 등 재계 협력 사례 다수, '윈윈' 성과 이끌어내
김경태 기자공개 2023-06-16 08:19:27
이 기사는 2023년 06월 15일 10시5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 방어를 위한 백기사로 H&Q코리아(이하 H&Q)를 낙점했다. 복수의 국내 최상위 사모투자펀드(PEF)들이 관심을 드러냈지만 H&Q를 택한 데는 과거 재계와 우호적인 거래 스토리를 보유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H&Q는 대기업의 중대한 인수합병(M&A)을 조력하며 신뢰를 쌓았다. 분쟁을 부추기거나 경영권을 노리는 것이 아닌 중재자로 나서는 고난도 행보로 주목받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서로 '윈윈(Win-Win)'하는 거래 구조를 만들며 재무적투자자(SI)로서 수익도 놓치지 않았다.
◇HL그룹의 만도 인수 조력, 두터운 신뢰 관계 구축
H&Q는 토종 1세대 PEF 운용사로 국내 자본시장 발전에 일조한 하우스다. 바이아웃(경영권 거래)과 소수지분 투자에서 두각을 드러냈는데 재계와 우호적으로 협력한 다수의 트렉레코드를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 회장이 H&Q를 백기사로 선정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 회장 입장에서는 경영권 방어가 중요하다. 그런데 거래에 관심을 드러낸 다른 PEF 운용사들은 궁극적으로 경영권 인수에 방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는 의심을 거두기 어려웠다.

H&Q가 재계의 우군으로 활약한 대표적인 사례는 범 현대가에 속하는 HL그룹(옛 한라그룹)의 만도 인수가 꼽힌다. HL그룹은 1998년 IMF외환위기 이후 어려움을 겪으면서 만도를 해외에 매각해야 했다. 당시 JP모간과 UBS캐피탈이 합작해 만든 투자사 선세이지에 만도를 넘겼다.
2008년 만도가 매물로 나오자 HL그룹은 인수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자금력이 걸렸다. 자금조달에 관해 고심하던 때 H&Q가 등장했다. 양측은 컨소시엄을 맺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H&Q는 매각 측에 향후 경영을 제대로 할 수 있는 후보자는 HL그룹이라는 점을 적극 설명했고 인수전에서 승리했다.
HL그룹은 만도를 인수한 뒤 2010년 상장(IPO)에 성공했다. H&Q는 750억원을 투입했는데 IPO 이후 투자금을 회수했다. 투자원금의 2배인 1536억원을 거둬들였다. 연 환산 내부수익률(IRR)은 33.1%에 달했다.
IB업계에 따르면 H&Q가 한라그룹의 만도 인수를 조력한 지 15년이 흘렀지만 양측의 고위층은 여전히 교류하고 있다. 사업적인 측면을 넘어 사회공헌 성격을 지닌 일에도 협력하며 두터운 신뢰 관계가 지속되는 상태다.
◇일동제약·하이마트 등 경영권 분쟁 '조율자' 실력 과시
이제 PEF 운용사가 대기업집단과 컨소시엄을 이뤄 M&A를 추진하는 사례는 흔하기 때문에 H&Q만의 경쟁력이라 보기 어려울 수 있다. H&Q의 경우, 차별점이 명확하다. 바로 경영권 분쟁에서 싸움을 부추기는 것이 아닌 해결사이자 조율자로 활약한 트랙레코드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일동제약 경영권 분쟁이 대표적이다. 녹십자는 2014년 1월 일동제약 지분 29.36%를 매집하며 최대주주인 윤원영 일동제약그룹 회장을 위협했다. 당시 지분보유 목적을 '경영 참여'로 공시하며 경영권 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당시 H&Q는 일동제약의 백기사로 분쟁 한복판에 뛰어들었다. 당시 일동제약뿐 아니라 녹십자와 협상에 나서면서 3자 모두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거래를 제안했다. H&Q가 녹십자가 보유한 일동제약 지분 29% 중 20%를 678억원에 매입했다. 이어 일동제약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작업까지 조력했다.
양측의 충돌을 막은 것뿐 아니라 PEF 운용사로서 수익도 얻었다. 2019년 일동제약 주식 10%를 일동홀딩스에 주당 약 2만2000원에 넘겨 499억원을 회수했다. 이어 점진적으로 잔여 지분을 매각했다. IB업계에 따르면 H&Q는 투자원금의 약 2배를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마트 사례도 유명하다. H&Q는 2010년 초 900억원을 하이마트 전환우선주에 투자해 3대주주가 됐다. 하이마트는 2011년 6월 IPO(기업공개)를 했다. 상장 후 1대주주인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 2대주주인 선종구 전 회장이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
H&Q는 유 회장과 선 전 회장, 최대 채권자인 농협 등과 협의해 분쟁이 확산되는 것을 저지했다. 결국 분쟁이 종식됐고 하이마트 매각이 진행됐다. 롯데그룹이 인수하면서 H&Q는 하이마트 투자원금 900억원을 약 2배로 불려 회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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