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6월 30일 08시1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했습니다. 밸류가 너무 높은데 프라이빗에쿼티(PE)가 과연 호응할까요?"몇 개월 전 만난 업계 관계자가 던진 말이다. 그는 2차전지 기업 한 곳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타진 중이라고 전했다. 그 기업은 바로 에코프로비엠이다.
당시 에코프로비엠 주가는 20만원을 돌파하며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었다. 그의 말에 "급등세가 심상치 않네요. PE 측에 기업가치를 납득시키기 쉽지 않겠어요"라고 맞장구를 쳤다. 이후 주가는 보란듯 30만원을 돌파했다. 조정을 거쳤지만 지금도 26만원선을 넘나들고 있다.
에코프로그룹의 도합 1조원 규모 펀딩이 곧 마무리된다. 블라인드펀드를 보유한 PE만을 골라 협상했을 만큼 에코프로 측 자신감은 대단했다. 급등한 주가와 거버넌스 리스크는 변수였다. 도중에 손을 뗀 PE들도 생겨났다. 그럼에도 에코프로비엠은 할증 조항마저 관철시켰다. 외풍과 무관하게 펀더멘탈에 자신이 있다는 신호다.
펀딩에 합류한 PE 면면은 화려하다. 소부장 투자에 강한 스카이레이크와 2차전지 투자로 재미를 본 프리미어파트너스 등 메이저 하우스가 대거 참전했다. 투자 논거는 섹터 성장성과 배터리 생태계 내 에코프로그룹의 탄탄한 포지션이다.
업사이드는 충분한 것일까. 시장의 눈은 엇갈린다. 한 주요 PE 관계자는 이번 펀딩을 두고 "이 밸류에는 (투자를) 못 들어간다"고 잘라 말한다.
PE 시장에도 트렌드가 존재한다. 잠깐이었지만 2019년 한 해에는 렌탈기업 인수가 세 건이나 연이어 발생했다. 2021년~2022년에 걸쳐 폐기물처리장, 골프장 인수 붐이 일었다. 유행을 탄 섹터 기업의 몸값은 고공상승한다. 높은 밸류에도 투자자가 몰린다. 후하게 몸값을 쳐준다.
대세로 떠올랐던 섹터 투자는 과연 성공했을까. 성패를 섣불리 단정지을 수는 없다. 투자 평가 잣대를 두고 전략적 투자자(SI)와 재무적 투자자(FI) 입장이 또 다르다. 다만 인기 섹터는 한껏 높아진 밸류에이션을 감당하기 쉽지 않다는 분석도 적잖다. 뜨거웠던 투자 열풍의 이면이기도 하다.
올해 PE업계의 '블루칩'은 단연 2차전지다. 에코프로그룹 펀딩 외에도 엔켐, 피엔티, 지아이텍 등 상장사가 PE로부터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모두 주가가 상당 수준 상승한 상황이었다.
2차전지 섹터는 '반짝' 유행이 아니라는 분석이 힘을 받고 있다. 거부할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이라는 설명이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규모와 성장성, 밸류체인 내 한국기업 위상이 남다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리스크는 상존한다. 실패한 투자에도 납득할만한 투자 논거는 존재했다.
올해 PE들의 2차전지 베팅 행렬은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다. PE시장의 새 성공신화로 남을 수 있을까. 시장 관찰자 입장에서는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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