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8월 02일 08시1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DGB금융은 지난달 일약 금융권 주인공이 됐다. 그룹 맏형인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발표하면서다. 전환에 성공하면 31년 만에 탄생하는 시중은행이자 최초의 지방 기반 시중은행이 된다. 파격적인 소식이 전해지자 금융권에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DGB금융과 대구은행은 연내 전환을 목표로 시중은행전환TFT를 꾸렸는데 TFT를 이끄는 면면이 흥미롭다. 천병규 DGB금융지주 전무와 이은미 대구은행 상무가 공동 의장을 맡았다. 두 임원은 각각 지주와 은행의 최고 재무책임자(CFO)다. 이들은 대구은행 출신이 아니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천 전무는 다채로운 이력의 소유자다. KB자산운용, 우리CS자산운용에서 채권 운용역으로 근무했고 NH투자증권 홍콩법인 트레이딩 헤드가 됐다. 이후 DGB생명에 합류해 자금 운용을 맡았다가 CFO로 변신했고 올해 지주 CFO로 영전했다. 자산운용업, 증권업, 보험업을 두루 거쳤으나 은행업과는 인연은 없었다.
이 상무는 외국계 금융기관에서 주로 근무했다. 스탠다드차타드금융지주, SC싱가포르, 도이치은행 서울지점, HSBC 서울지점, HSBC 홍콩 지역본부를 거쳤다. 올해는 대구은행에 합류하며 그간 쌓아온 커리어 중 가장 이색적인 선택을 했다.
전후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소위 '홍철 없는 홍철팀'이 떠오르는 조합이다.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대구은행 재직 경험이 없거나 합류한 지 반년이 조금 넘은 인물이 이끌고 있는 것이다. 그룹 내부와 지역 사회에는 대구은행의 전통과 정체성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DGB금융 고위 관계자에게 비대구은행 출신 CFO를 중용하는 이유를 묻자 명쾌한 기준을 제시했다. 첫째는 은행업 외 경험이다. 금융지주 CFO는 은행 뿐만 아니라 다양한 계열사를 염두에 두고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은행에만 근무한 내부 출신은 아직 그럴만한 역량이 없다는 게 이 관계자의 냉정한 진단이다.
둘째는 글로벌 경험이다. 대구은행은 시중은행 전환을 단기 목표로 삼고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역량을 갖추려 하고 있다. 해외에서 근무하거나 외국계 금융기관에 재직했던 CFO가 대구은행의 수준을 한층 높여줄 것이란 기대가 반영됐다.
DGB금융이 제시하는 CFO의 자격은 기존 시중은행 금융지주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금융권에는 CFO가 CEO의 측근 몫으로 돌아가는 관행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CEO가 은행 출신이니 측근인 CFO도 일평생을 은행에서 보낸 경우가 다수다. 대형 금융지주가 그토록 원하는 비은행 강화, 글로벌 확장에 최적화된 CFO인지 따져볼 여지가 있다.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은 천 전무와 이 상무에겐 시험대가 된다. 대구은행이 기존 시중은행을 따라잡는 건 사실상 어렵지만 차별화된 경쟁력을 내세워 메기가 될 수 있다. 이들이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 유의미한 금융권 CFO 인사 사례로 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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